[일요신문] 새로운 대통령의 탄생은 증권시장에서도 주요 재료다. 경제 주체의 하나인 정부의 정책에 따라 경제 패러다임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역대 정권들의 기록을 바탕으로 새 정부의 증시 방향을 가늠해본다.
#진보정부 주가 상승률 높아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들의 경제 성과를 보면 이른바 보수정권보다 진보정권 성적표가 두드러진다. 대내외 경제상황이 달랐던 만큼 이를 ‘잘했다’, ‘못했다’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수치가 확연하다.
임기 중 경제성장률 평균을 보면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각각 5.3%, 4.5%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3.2%, 3.0%를 웃돈다. 실업률도 DJ정부 때 3.9%에서 참여정부 때 3.5%까지 하락했고, 이명박 정부에서 3.4%까지 떨어졌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다시 3.5%로 높아졌다. 이명박 정부는 7년 내에 7% 성장으로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하겠다는 ‘747공약’을 내걸었지만 실패했다.
증시도 마찬가지다. 김영삼 정부에서는 외환위기를 겪으며 코스피가 19.64% 하락했다.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를 극복하면서 코스피가 14.07% 반등했다. 노무현 대통령 때 코스피는 2005년 1000이, 2007년 한때 2000을 돌파하며 임기 중 상승률이 173.7%에 달했다. 정권 초반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이명박 정부의 임기중 코스피 상승률 최고는 19.69%며 전체로 보면 4.99%다. 박근혜 정부의 코스피 상승률은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대통령 권한행사가 정지된)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따지면 실제로는 0.3%에 불과하다.
#집권 전반기 상승률 높아
1988년 이후 정권 연도별 성장률 등을 살펴보면 집권 1년차에는 비교적 미약한 성장을 기록했으며, 집권 2년과 3년차에 큰 폭으로 개선됐다. 특히 민간부문의 성장이 각 정권 2~3년차에 집중됐다. 주택 가격에서도 정권 2~3년차에 큰 폭으로 상승했다.
문정희 KB증권 연구원은 “정권 첫해는 인사와 조직 개편의 해다. 2년차부터는 주요 정책이 실행된다. 정부 성장 기여도가 가장 높은 해가 정권 2년차다. 이후 정권 3년차에는 정부 성장 기여도가 다시 낮아지지만, 민간 부문의 성장이 전년도에 이어 큰 폭으로 개선된다. 정권 후반부로 갈수록 성장률과 성장 기여도는 낮아지는 형태다”라고 풀이했다.
이번 대선은 탄핵으로 전임 대통령이 조기에 물러나며 8개월가량 앞당겨 치러진다. 탄핵이라는 충격이 컸던 만큼 차기 정부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는 모습이다. 소비심리는 다시 100포인트를 상회하고 주식시장도 사상 최고가에 도전하고 있다.
#미국 금리, 글로벌 경기에 큰 영향
지기호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통계적으로는 경기와 금리의 방향성으로 인해 임기 1~2년차 수익률(평균)이 23~26%로 가장 좋다”면서 “특히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되는 시기거나 취임 후 1~2년 뒤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되는 시기와 겹치면서 주가가 많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지 연구원은 다만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를 지난 임기 중반부터는 글로벌 경기 둔화로 기준금리를 낮춰야 하는 시기가 도래하여 위험자산인 주식이 하락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 “재임 기간 중 경기 둔화로 금리를 낮추어야 하는 시기가 가장 늦게 찾아온 노무현 대통령 때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제민주화, 주주가치 제고엔 도움
새 정부에서는 경제민주화가 기업정책의 화두로 다시 등장할 전망이다. 지배구조 변화이니만큼 주가에 영향이 큰 재료다. 다만 대부분 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국회 통과 여부를 살필 필요가 있다.
우선 소액주주권과 주주의 경영권 감시 강화를 근간으로 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다. 전자투표제, 다중대표소송제, 집중투표제, 스튜어드십코드 강화 등이다. 재계에서는 경영간섭이라며 불편해하지만 시장에서는 주주권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차원에서 대체로 긍정적인 기대가 많다.
일감몰아주기 근절과 지주회사 요건 강화, 엄격한 금산분리 원칙 적용 등도 경제민주화 차원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일감을 몰아 받은 총수 일가 개인기업에 대한 투자는 꽤 유망한 테마였지만, 앞으로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지주회사 요건 강화로 인적분할과 자사주를 활용한 편법적인 지배력 배가 전략도 규제될 전망이다. 이는 자사주 소각을 보편화시키는 등 주주친화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산분리가 강화되면 결국 대기업 총수들이 계열사를 통해서가 아닌 직접 출자를 통해 금융회사를 지배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무수익 자산인 금융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비금융계열사에는 긍정적이다. 또 총수 입장에서는 금융계열사 지분 확보에 자본을 투입한 만큼 배당 등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 역시 주주친화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탄핵정국이 시작되며 새 정부의 경제민주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며 “가급적 이를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기보다 주주친화 정책 강화 쪽이 부각되도록 하겠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경제민주화도 중요하지만 정작 새 정부가 가장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은 경제구조 개선”이라며 “김대중 정부가 인터넷 인프라를 강화했고, 노무현 정부가 내수 구조를 강화시킨 것처럼 새 정부도 산업 구조조정과 쏠림현상 해소, 4차 산업혁명 대비 등 큰 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열희 언론인
새정부 증시 주도주? 빅 사이클 진입한 반도체·IT 주목하라 과거 사례처럼 새 정부 전반부에 증시가 상승세를 보인다면 과연 주도주는 무엇일까? 김대중 정부에서는 IT, 노무현 정부에서는 중국 관련주들이 시장을 이끌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파른 반등 국면에서 자동차, 화학, 정유 등 이른바 ‘차·화·정’이 상승동력이었다. 새 정부는 출범 초부터 이미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점에서 2007년 말과 닮았다. 2007년 11월 코스피는 최고 2085를 기록한다. 박근혜 정부 때는 내내 증시가 횡보하는 모습만 보였다. 관건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대형 악재의 가능성이다. 중국 경제가 다소 불안하지만, 미국과 유럽 등 선진경제는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이다. 되레 가장 큰 복병은 국내 부문이다. 미국 금리인상이 국내 가계빚 부담을 크게 늘릴지 여부가 최대 관건이다. 철강, 조선, 화학 등은 국제 원자재 가격이 횡보하며 당장 큰 기대를 걸기 어렵다. 자동차 역시 최근 부진하다. 과거 주력 산업 상당수가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할 처지다. 이 때문에 최근 코스피 사상 최고치를 견인했던 주도주들이 앞으로도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김성환 부국증권 연구원은 “올 연간 기준 영업이익은 185조 원으로 추정되며 3년 연속 가파른 이익 성장이 예상된다. 최선호 업종으로는 빅(Big) 사이클에 진입한 반도체와 IT, 금리상승과 이에 따른 순이익마진(NIM) 호전이 기대되는 금융주, 5G 조기투자 수혜가 예상되는 통신주 등이다”라고 조언했다. 한편 부동산 시장도 관심 대상이다. 자산시장으로서 주가와 국내 부동산 가격의 동조현상은 꽤 뚜렷하다. 양극화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경기가 전반적으로 오름세를 유지한다면 국내 증시도 상승추세를 이어갈 수 있다. [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