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의 인구 늘리기 정책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여수시청 전경.
여수시 인구는 1997년 여수시와 여천시, 여천군이 합한 3려통합 당시 33만 833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통합 후 2006년 29만 7489명으로 30만 명선이 처음으로 무너진 뒤 29만 명선을 오락가락했다. 여수시 인구는 2014년 주 시장의 취임 이후 한때 인위적인 인구 늘리기 시책에 힘입어 소폭 증가했다. 이듬해 1월 29만 2121명으로 전년도 12월보다 1200여 명이 증가해 주 시장의 시책이 성과를 내는 듯했다.
주 시장은 인구늘리기 인센티브와 여수산단 10여 개 업체와 ‘상생협약’을 맺어가며 임직원 주소 옮기기를 추진했다. 그러나 이같이 위태롭게 유지됐던 인구 29만 명은 지난해 8월말(28만 9954명) 처음으로 무너졌다. 시는 처음 28만 명대로 떨어지고서야 인구를 늘리고자 찾아가는 전입신고 서비스와 산단 직원·대학생 등의 주민등록 이전 등 대책을 추진해 같은 해 10월 29만 336명으로 가까스로 29만 명대를 회복했다.
하지만 올 1월 현재 여수시 인구는 28만 9941명으로 지난해 8월 말에 이어 두번째로 29만 명 이하로 내려갔다. 시가 추진했던 주소 옮기기, 인구 30만 회복 캠페인, 택지 개발 등 인구정책들이 헛구호에 그쳤음을 반증했다. 여수세계박람회 개최 효과로 관광객은 해마다 1000만 명 이상이 찾고 있지만 인구 증가에는 보탬이 되지 않았다.
시민 김 아무개 씨(48)는 “10년 전 34만 명에 육박하던 도시 인구가 해마다 줄어들면서 30만 명을 유지하지 못하고 28만 명선이 된 것은 인구 정책의 실패를 의미한다”면서 “자녀 교육을 위해 교육환경이 열악한 여수를 떠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수시는 인구 감소의 원인으로 열악한 교육 여건과 전문병원 부재, 우수 중학졸업생과 가족들의 타지 유학 등을 꼽고 있다. 이 때문에 명문 사립외국어고교 설립과 대학병원 유치 등 정주여건 개선에 올인하고 있다. 또 인구증가를 목적으로 수년째 전입세대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시도했다. 하지만 수년이 지났지만 사실상 효과를 거두지 못했으며 이 추세대로면 29만 명 붕괴도 추론이 가능한 실정이다. 여기에 저성장 시대를 맞아 여수시는 나주시와 함께 인구가 줄어들어 빈집과 기반시설이 남아도는 ‘축소도시’에 포함됐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도시정책연구센터 구형수 책임연구원 등은 최근 ‘저성장 시대의 축소도시 실태와 정책방안’ 연구 결과, 전국 20개 중소도시를 심각한 인구 감소를 겪는 ‘축소도시’로 규정했다. 축소도시는 최근 40년간 인구가 가장 많았던 ‘정점인구’에서 25% 이상 인구가 줄어든 도시다.
여수시 인구감소세와는 대조적으로 순천시 인구는 증가 추세다. 대규모 산업단지가 있는 여수시의 인구는 매년 감소하고, 생태도시로 이름 난 인접 순천시는 증가세를 보여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최대 석유화학 국가산업단지를 두고 있는 여수시의 경우 지난해만 2200여 명이 줄어 29만 명선이 무너진 데 반해 생태를 기반으로 국내 최초의 ‘국가정원’을 품고 있는 순천시는 지난해 2200명이 늘어 28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여수산단의 핵심소재인 석유화학산업의 침체로 일자리 창출이 주춤하고, 대기질마저 좋지 않은 데 비해 순천은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등을 통해 관련산업이 활력을 찾고, 대기질이 좋아지면서 주거환경이 함께 향상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실제 여수시의 감소 인구 감소치 절반가량이 순천으로 이사하는 등 사람들이 쾌적한 주거환경을 선호하는 경향이 날로 뚜렷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수시는 1998년 3려(옛 여수·여천시, 여천군) 통합 당시 인구가 33만 명에 달했으나, 18년 만에 28만 9941명에 그쳐 심리적 저지선인 29만 명마저 무너졌다. 순천시는 지난 2011년말 인구 27만 3000명이었으나,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등 생태자원을 통한 도시발전을 추진해 현재 28만 600여 명에 달하고 있다.
30만 인구가 되면 지방교부세·지방세 등 세원증가는 물론 도시의 위상이 변화하는 중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이에 여수시는 그동안 인구를 늘리기 위해 ‘찾아가는 전입신고 서비스’와 산단 대기업과 상생협약을 맺는 등 여러 대책을 내놨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반면 순천시는 순천만 보호와 국가정원 지정 추진 등 쾌적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다양한 시책을 펴면서 인구유입을 촉진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구증대 시책은 보다 근본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한다. 순천대 길종백 행정학과 교수는 “주택이나 일자리가 제일 중요하다”며 “양질의 일자리와 쾌적한 주거환경에 촛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순천시 관계자는 “시민들의 행복 기준이 ‘쾌적한 주거환경’과 매우 밀접하다는 사실은 여러 사실에서 입증하고 있다”며 “전기차 보급 확대 등을 통해 대기환경 개선을 꾸준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수시도 인구 30만 회복을 통한 도시경쟁력 강화 및 남해안 중심도시의 위상을 위해 ‘인구증가시책 지원 조례’를 제정했으며, 이에 따른 인센티브 제공 등 인구증가 시책에 진땀을 빼고 있다.
우선 5세대 이상의 전입세대가 소속돼 있는 학교나 기관·기업체에 20만 원씩을 지원할 계획이다. 10세대 이상 전입 세대 및 대학 기숙사 등에 해당됐던 이전의 인센티브를 완화한 것이지만, 인구 증가를 불러올 획기적 안으로 보기에는 궁색한 면이 없진 않다.
보육복지 등 부족과 상대적으로 비싼 물가와 집값, 수산업 침체와 국가산단 고용 한계에 따른 일자리 부족이 인구 감소의 더 큰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이 같은 대증요법식 처방으로는 한계가 있어 근본적인 인구증대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수시민 김 이무개 씨(여·34)는 “출산과 육아, 보육을 안심하고 할 수 있도록 정주여건개선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출산장려금 지원을 통해 인구수를 늘리기보다는 보육정책 개선에 예산을 확대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여수시는 최근 조직개편을 단행, 인구시책에 대한 체계적 관리에 나섰다. 시는 3려 통합 이후 지속해서 감소하는 인구 문제를 전담하는 ‘지역인구정책팀’을 기획예산과에 신설하기로 했다. 지역인구정책팀은 임신·출산·육아뿐만 아니라 일자리, 지역발전, 젊은 세대 유입 업무의 컨트롤타워 역할도 한다.
여수시 관계자는 “자체 시책과 아이디어 공모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인구증가시책을 펴고 있으나 결과가 좋지 않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며 “다양한 노력을 통해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인구증대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