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그아웃에 모인 기자들 중 일부는 타격 훈련 중인 류현진에게 관심을 기울였다. 엉덩이 타박상으로 부상자명단에 오른 선수치곤 표정이 밝았고 몸 상태도 그리 심각해보이진 않았기 때문이다. 류현진도 심각한 부상이 아니라 10일 후엔 바로 선발 로테이션에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엉덩이 타박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류현진은 몸 상태가 그리 심각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심각한 부상이 아닌데도 류현진이 1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올 시즌부터 다시 등장한 10일자 부상자명단 시스템 때문이다. 이 DL은 선수들 중 선발투수들한테 요긴하게 적용된다. 5일에 한 번 등판하는 투수들한테는 단순히 로테이션을 한 차례 거르고 휴식을 취한다는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올 시즌 류현진은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아니 지난겨울 개인 훈련을 시작한 이후부터 쉼 없이 내달렸다. 라이브BP, 불펜피칭, 실전 등판 등 계속된 스케줄로 체력적인 부담을 느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로테이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휴식을 취한다는 건 언감생심. 이 점을 로버츠 감독과 허니컷 투수코치가 인지하고 류현진에게 엉덩이 타박상을 입었으니 아예 10일을 쉬고 돌아오라고 말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류현진은 DL이란 단어를 극도로 경계했다. 또다시 DL에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팬들의 질타와 비난이 쏟아질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10일자 DL에 오른 건 코칭스태프와 선수의 오랜 대화 끝에 나온 결과였다.
다저스 선발진은 현재 포화 상태이다. 시즌 초에는 클레이튼 커쇼-리치 힐-마에다 겐타-브랜든 매카시-류현진 순으로 로테이션을 이뤘지만 리치 힐이 손가락 물집으로 이탈하면서 알렉스 우드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다저스가 집중 관리하는 훌리오 유리아스도 최근 콜업돼 다저스 선수단에 합류했고 좋은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4일 샌프란시스코 전에 선발로 나와 5이닝 4피안타 4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이런 상황에서 류현진이 잠시 DL에 오르면서 로테이션 운영에 숨통이 트였다.
10일을 쉬고 돌아오는 류현진은 오는 12일 콜로라도 로키스 원정 시리즈에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