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률이 기대 이하로 나타난 원인으로 게임업계에서는 게임에 대한 중장년층의 부정적인 인식과 지난해 게임업체들의 주가가 부진했던 점 등을 꼽았다. 실제 지난 한 해 동안 게임업체들의 주가는 주식시장에서 약세를 보였다. 넥슨코리아의 자회사 넥슨지티는 2015년 말 1만 2100원으로 장을 마감했지만 1년 후인 2016년 말 8500원까지 하락했다. 같은 기간 NHN엔터테인먼트는 5만 6900원에서 5만 300원으로, 컴투스는 11만 8500원에서 8만 7200원으로, 게임빌은 7만 7500원에서 4만 8700원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주가가 상승한 게임주는 21만 3000원에서 24만 7500원으로 오른 엔씨소프트 외에 찾기 힘들다.
비교적 최근 상장한 중견 게임업체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쿠키런’으로 유명한 데브시스터즈는 2014년 10월 공모가 5만 3000원에 상장했지만 상장 후 지금까지 계속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 4일 종가는 1만 6550원으로 공모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애니팡’으로 유명한 선데이토즈는 2013년 11월 합병을 통해 우회 상장했다. 당시 주가는 약 1만 5000원 수준이었다. 2014년 한때 7만 원대까지 올랐던 선데이토즈의 주가는 지난 4일 2만 205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해 게임업체들의 주가는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사진은 판교에 위치한 넥슨코리아 본사. 박정훈 기자 onepark@ilyo.co.kr
업계에서는 그간 대형 게임업체들의 주가가 고평가된 데다 최근 대형 게임이 출시되지 않아 주가가 하락했다고 분석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넥슨지티나 넷마블게임즈 등은 성장 가능성이 높아 처음부터 공모가가 뻥튀기된 측면이 있다”며 “따라서 리니지 레볼루션과 같은 대작이 나오기 전까지 주가가 올라가지 않는 건 당연한 현상”이라고 전했다.
중견업체들 역시 신작의 부재가 주식 시장에서 부진한 이유로 꼽힌다. 다만 이들은 대작을 개발하기보다 새로운 장르 개척에 힘쓰고 있다. 앞의 게임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중견업체들이 대형업체와 경쟁에서 이기려면 새로운 장르의 게임을 만들어야 하는데 하루아침에 될 일은 아니다”라며 “최근 중견업체들은 게임 출시보다 연구개발(R&D)에 힘을 쏟고 있어서 주가가 오르지 않는 것”이라고 전했다.
게임업계, 특히 중소업체들 사이에서는 넷마블 상장을 크게 환영하지는 않는 분위기가 강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게임시장의 규모는 11조 3200억 원인데 이 가운데 ‘빅3’인 넥슨, 넷마블게임즈, 엔씨소프트 3개 사의 매출 총합은 약 4조 5000억 원으로 전체 시장의 40%가량을 차지한다. 2015년 35% 수준이던 빅3의 비중이 점점 더 커지는 것이다. 이처럼 게임업계 양극화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넷마블이 상장으로 거액을 손에 쥐면 대형업체와 중소업체의 간극이 더 커질 것으로 우려한다.
게임업계 다른 관계자는 “대형업체들은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서 유명 웹툰이나 드라마 캐릭터의 지적재산권(IP)을 구입해 적용하는 경우가 많아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데 더 유리하다”며 “과거에는 게임 개발비와 마케팅비용으로 5억~10억 원 정도를 사용하면 국내 1위를 노려볼 여지가 있었지만 요즘에는 50억~100억 원을 지출하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라서 중견업체가 대형업체를 따라잡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게임업계 양극화가 심해지는 가운데 중견업체들은 넷마블게임즈의 IPO가 곱게 보이지만은 않을 듯하다. 사진출처=넷마블 홈페이지
더욱이 넷마블은 국내 게임 유통 시장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견업체들이 넷마블과 유통 계약을 맺을 때는 주로 지분을 건네주는 식으로 계약한다”며 “넷마블의 파워가 세지면 더 많은 지분을 요구하는 등 불합리한 조건의 계약을 요구할 우려도 제기된다”고 전했다.
넷마블 상장이 업계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도 적지 않다. 우선, 넷마블 상장으로 주식시장에서 게임주들이 다시 한 번 주목받기 시작했다. 김미송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1위 게임사 넷마블의 상장을 통해 기업들의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이루어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중견업체라도 이미 상장했거나 상장을 앞둔 게임사들의 기대감도 클 듯하다. 넷게임즈는 오는 6월 NH스팩9호와 합병을 통해 상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 펄어비스와 카카오게임즈 역시 연내 상장을 예고했다. 넷마블이 주식시장에서 성공해 게임주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면 이들 역시 IPO 흥행을 기대할 수 있다. IPO를 통해 R&D 자금을 안정적으로 수급한다면 국내 게임업체들의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도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