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사진이 SNS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된 것은 5월 4일 늦은 오후다. 4일 오후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딸 유담 씨는 유세 현장인 서울 서교동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지지자들과 사진 촬영을 했다. 그런데 한 남성이 그 과정에서 성희롱을 했으며 그 모습이 담긴 사진이 유포된 것. 그 남성은 유 씨 어깨에 손을 두르며 유 씨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대고 혀를 길게 내밀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딸 유담 씨를 성추행하고 있는 피의자 이 아무개 씨. 사진출처=하태경 의원 페이스북
이 과정에서 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네티즌들의 신속한 제보 덕분이다. 사실 오늘 새벽 범인의 이름(이 모 씨), 번호, 나이(30), 거주지, 일베 사용자라는 사실까지 모두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가 시끄러워졌다. 사실 일베는 4일 오후 문제의 사진이 유포된 직후 수십 개의 게시물이 올라올 만큼 가장 반응이 뜨거웠다. 그렇지만 피의자가 일베 사용자라는 의혹이 제기되자 관련 게시물을 모두 삭제했다. 일베 회원들은 피의자가 일베 사용자라는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지만 의혹의 눈길은 계속됐다. 한 일베 회원이 문제의 사진을 올리며 사진 속 남성이 자신이라는 듯한 뉘앙스의 글을 올렸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일베 사용자라는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를 임의 동행한 마포경찰서는 5일 오후 이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피의자 이 씨는 정신장애 3급에 무직으로 경찰 조사 과정에서 “혼자 홍대에 나왔다가 우연히 유세현장에서 유담 씨를 보고 사진을 찍었다”며 “이유 없이 장난치려고 그랬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일베 회원이라는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글과 사진을 일베에 올리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사진을 온라인에 유포한 사람이 누구인지와 공범 여부 등을 추가 조사 중이다.
일베 사용자 의혹이 불거지며 대부분의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일베 비난글이 넘쳐났다. 그렇지만 이 씨가 검거된 뒤 또 다른 의견의 글들도 올라오기 시작했다.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인 A의 경우 합당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글이 주류를 이뤘지만 “죄명이 뭐기에 이렇게 빨리 잡나” “대통령 후보 딸이 아니라 그냥 여자였어도 이렇게 빨리 범인을 잡았겠나” 등의 댓글도 눈길을 끌었다. 워낙 피해자가 유 씨라는 부분이 부각된 사건인 터라 ‘누구의 딸’이라는 요소가 너무 부각된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 것.
한편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딸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후보가 국민 지킬 수 있고 성범죄 예방 가능할까”라는 글을 올려 네티즌들의 비난 여론에 직면했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의견이 개진돼 있는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도 있어 눈길을 끈다.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 B에 “어린 딸을 유세에 데리고 다니면서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거 보고만 있고 자기 딸 하나 지키지도 못하나”라는 글이 올라온 것. 물론 B 커뮤니티 역시 피해자가 유 씨라는 부분에는 동의하는 분위기지만 유 후보가 선거 유세 과정에서 ‘국민장인’이라는 분위기를 이용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감지됐다. 역시 ‘누구의 딸’이 화두가 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를 바른정당에서도 감지하고 있다. 사건 초기 페이스북을 통해 성추행남 수배령을 내렸던 하 의원은 5일 새벽 0시 무렵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담 양 성추행 사건을 두고 왜 딸아이를 유세장에 불러 대중들과 사진 찍게 하냐며 유 후보를 비난하는 댓글이 있네요. 논리 비약도 정도껏 해야죠. 미니스커트 입은 여성은 성추행 당해도 싸다는 논리와 뭐가 다른가요?”라는 글을 올렸다.
또한 5일 오전 11시 30분 무렵에는 “어떤 네티즌들은 피해당할 줄 알면서도 일부러 유 후보가 딸을 선거판에 내밀었다고 궤변을 늘어놓는데요. 선거 때 후보 가족들이 유세를 돕는 건 지극히 당연합니다. 비정상적인 것은 ‘딸이 아빠를 돕는 유승민 후보’가 아니고 자식이 선거판에 전혀 안나오는 문재인 후보입니다”라는 글로 오히려 문 후보를 공격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 C는 성희롱 사건 범인의 얼굴이 그대로 나온 원본 사진을 찾음으로써 바른정당이 이 인물을 찾아 고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C 커뮤니티에도 한 이용자가 지속적으로 유 씨에 대한 성희롱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C 커뮤니티 측은 해당 글을 캡처해서 바른정당 측에 전달해 이를 토대로 고소 등의 법적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