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국회 연구단체 활동 현황에 따른 상하위 연구단체 목록. 자료제공=국회 사무처
의원들은 연구단체 설립으로 관심분야가 동일한 의원들 간에 친목을 도모할 수 있다. 중진의원들이 참여한 연구단체는 ‘세불리기’ 효과도 있다. 국회사무처의 짭짤한(?) 지원 예산은 덤으로 따라온다. 지난해 20대 국회 개원 이후에도 김종인 유승민 의원이 속한 어젠다 2050 등 연구단체 설립이 봇물을 이뤘다.
지난해 활동한 20대 국회 연구단체는 국회유엔에스디지에스(UNSDGs)포럼(대표:권성동 의원) 등 64개다. 국회 사무처는 연구단체 지원에 총 12억 7800만 원을 배정했다. 연구단체별로 약 2000만 원을 지원 받은 셈이다. 64개 연구단체가 실제로 사용한 예산은 약 11억 3722만 원이다. 국회사무처는 올해도 연구단체 지원 예산에 12억 7800만 원을 배정했다.
연구단체들은 매년 평가를 받는다. 국회 연구단체 지원규정 제12조에 따르면 연구단체는 연구활동 결과보고서를 해당년도 12월 20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보고서에는 정책연구보고서, 입법활동, 세미나공청회, 간담회, 조사활동 건수 등이 포함된다. 국회 사무처는 연구활동결과보고서와 연구활동계획서를 평가해 종합 점수를 매긴다. 점수결과에 따라 연구단체를 4개 그룹(최우수, 우수, 장려, 일반)으로 나눠 활동비를 차등 지급한다.
1994년 이래로 연구단체 관련 예산은 점점 늘어났다. 그러나 연구단체가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지난 4년간(2012~2015) 19대 국회 연구단체가 제출한 정책연구 보고서는 388건이었다. 단체당 5.2건, 연평균 1.3건을 기록한 것이다. 4년간 연구보고서를 한 번도 제출하지 않은 단체는 7곳이었다.
20대 국회 연구단체들도 제각기 다른 활동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2016년도 국회 연구단체별 활동현황’에 따르면 전체 64개 연구단체 중 정책연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단체는 10곳이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한반도경제문화포럼(대표: 설훈 우상호 민주당 의원), 국회한반도평화포럼(박선숙 국민의당 의원), 한중차세대리더포럼(하태경 바른정당 의원), 미래인사포럼(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국회저출산극복연구포럼(양승조 민주당 의원), 통합과상생포럼(조정식 민주당 의원), 사회적경제포럼(김현미 민주당 의원), 해외동포무역경제포럼(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 국회생명존중포럼(이석현 민주당 의원), 관광한국포럼(한선교 자유한국당 의원)이 포함됐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이들 단체는 정책연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종합평가점수에 관계없이 연구활동비 지급기준상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등급이 낮으면 예산상 불이익을 받게 된다.
국회인권포럼(홍일표 의원), 어젠다2050(김세연 바른정당 의원), 국회기후변화포럼(홍일표, 한정애 민주당 의원) 등 20개 연구단체는 입법 활동 건수가 전무했다. 앞서 정책연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미래인사포럼, 국회생명존중포럼, 한반도경제문화포럼, 한중차세대리더포럼, 국회한반도평화포럼, 해외동포무역경제포럼도 입법활동 현황이 없었다.
연구활동이 미미한 연구단체들도 있었다. 정책연구보고서, 입법활동, 세미나공청회, 간담회 건수, 조사활동 건수 등 5개 기준을 종합한 결과, 64개 연구단체 중 국회도서발전연구회(이군현 바른정당,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 한국적제3의길(박영선 민주당 의원) 한반도경제문화포럼 한중차세대리더포럼 등 14개 단체가 ‘하위 그룹’에 속했다. 최하위를 기록한 해외동포무역경제포럼은 연구단체 설립 이후 1건의 간담회를 개최한 것이 전부였다.
김정훈 의원실 관계자는 “해외동포무역경제포럼은 파트너가 있다. 해외에 나가있는 경제인단체, 즉 한상을 지원하기 위한 연구단체다. 한상에 일정을 맞추다보니 활동에 한계가 있다. 연구단체 활동이 미미하거나 의원이 연구활동을 등한시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물론 활발한 활동을 한 연구단체들도 있다. 민주주의와복지국가연구회(강창일 인재근 민주당 의원)는 3건의 정책연구보고서를 제출했고 입법활동(136), 세미나공청회(5) 간담회(2) 조사활동(6) 건수에서도 압도적인 수치를 보였다. 국회미래일자리와교육포럼(오세정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 경제민주화정책포럼 ‘조화로운사회’(유승희 이종걸 민주당 의원), 아동여성인권정책포럼(정춘숙 권미혁 민주당 의원,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 인구정책과생활정치를 위한 의원모임(김상희 윤호중 민주당 의원) 등이 뒤를 이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2월 22일 5개 단체를 ‘우수 연구단체’로 선정했다.
정치권에서는 “규정상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국회 연구단체 활동이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다”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정책 보고서 제출은 의무가 아니다. 열심히 안 한다고 퇴출된 연구단체도 없다. 지원 규정에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지키지 않아도 그만”이라고 했다.
실제로 국회 연구단체 지원 규정은 ‘빈틈’ 투성이다. 연구단체 세미나 개최 횟수나 관련 법안 발의, 연구 보고서 제출에 대한 의무 규정이 없다. 활동이 미미한 연구단체를 퇴출할 수 있는 조항도 전무하다. 연구활동비 지급 기준을 결정하는 국회연구단체지원심의위원회가 동료 의원들로 구성된 점도 문제다. 다른 국회 관계자는 “연구단체에 대한 평가는 소용없다. 어떻게 동료들이 속한 연구단체들을 퇴출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