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강력한 체질개선 드라이브로 KB금융의 리딩뱅크 탈환이 가시화된다. 연합뉴스
KB금융이 ‘1위 종합금융그룹’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날이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KB금융은 그간 풀어야 할 숙제로 생산성 제고와 비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를 지적받았다. KB금융은 전체 수익의 70%가량이 은행에서 나올 만큼 은행 비중이 과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2014년 11월 KB금융의 수장으로 오른 윤종규 회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썼다. 2015년 LIG손해보험, 2016년 현대증권을 잇달아 인수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현대증권 인수로 KB증권은 업계 3위로 올라섰다.
이러한 성과로 KB금융은 지난 1분기 기준 전체 수익 중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을 65%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KB금융 관계자는 “금융지주 덩치가 워낙 커 5% 조정도 큰 성과”라며 “이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금융지주들 역시 은행 비중이 엄청나다”고 말했다. 지난 1분기 기준 신한금융의 수익 중 은행 비중은 52%, NH농협금융은 67%, 하나금융은 무려 90%에 달한다.
윤종규 회장은 한편으로 KB국민은행의 조직슬림화도 진행됐다. 지난해 12월 진행한 대규모 희망퇴직 신청으로 KB국민은행 행원 2800여 명이 회사를 떠났다.
하지만 윤 회장의 ‘KB금융 체질 개선’에는 무리수를 둔 부분도 적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먼저 몸집을 불리기 위해 M&A에 거액을 쏟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현대증권 인수다. 증권업계는 KB금융이 지난해 현대증권을 인수하는 데 1조 원 이상을 투자한 것을 두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다. 당시 시장에서 4000억 원 수준으로 평가받던 현대증권을 KB금융은 그보다 3배 가까이 비싼 가격에 샀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증권 인력 구성이나 사업 포트폴리오가 KB증권 부문과 큰 시너지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가 있었다”며 “그럼에도 인수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았다”고 지적했다.
KB금융 관계자는 “현대증권 인수로 비은행 부문 강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냈기에 (인수가를 고려해도) 잘한 결정으로 보고 있다”며 “현재 KB증권의 실적이 좋고 그에 대한 시장평가가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희망퇴직을 통한 인원 감축도 비난을 산다.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해 신사업을 발굴하고 추진하기보다 인원 감축이라는 가장 결정하기 쉬운 판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위원장 허권) 관계자는 “판관비를 줄여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는 데도, 가장 먼저 인건비를 줄이는 쪽을 택한 경영진의 선택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종현 기자
이런 가운데 윤종규 회장은 또 하나의 결단을 내렸다. 올해 KB손해보험과 KB캐피탈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겠다는 것. 두 회사를 자회사로 편입하면 KB금융은 두 자회사 실적을 100% 반영, 실적에 도움이 된다. 이를 두고 금융업계에서는 ‘올해 실적 견인을 위한 행보’라는 반응을 보인다. 키움증권 김태현 연구원은 “그간 KB캐피탈은 지분율만큼 연결이익으로, KB손해보험은 관계회사 주식에 대한 배당금만을 이익으로 인식했다”며 “자회사 편입 시 KB금융은 KB손해보험과 KB캐피탈의 이익을 온전히 연결 순이익으로 인식해 그룹 차원의 이익률이 제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KB금융의 올해 실적은 그 어느 때보다 좋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KB금융의 이 같은 움직임이 윤종규 회장의 연임과 관련해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연임 직전 해에 인원 감축이나 비용 처리를 마무리 짓고, 연임이 결정되는 해에 영업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윤종규 회장의 경우가 딱 이와 맞아 떨어진다. 금융업계 다른 관계자는 “윤종규 회장이 1위 탈환을 위해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으며 대규모 인원 감축에 대한 비용을 지난해에 다 털어냈기 때문에 올해부터는 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며 “결국 10년간 빼앗겼던 리딩뱅크 탈환을 ‘윤종규 회장이 해냈다’는 프레임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 관계자는 “윤 회장은 임기 초반부터 새롭게 출발하는 KB의 초석을 다지고자 했다”며 “인원 감축이나 비용 처리 등의 시점은 연임과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또 “리딩뱅크라는 것은 상징성이 있지만, 단순히 1위 탈환을 위해 경영사항을 무리하게 결정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