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세상은 상식이 지배하고 있다.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이치, 원인에 따르는 결과가 타당한 지식으로 통하는 세계에서는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상식이 지배하는 세상은 과학 덕분이다. 지난 세기 과학의 발전은 실로 눈부셨다.
상식의 세계는 안전한 만큼 지루하다. 언제나 예측 가능한 일들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아직도 과학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세계가 있다. 과학 밖의 세상은 늘 신기하다. 그런 만큼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런 세계를 그리워한다.
예술이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술은 우리를 깊은 바다 속이나 먼 우주 공간으로 데려갈 수 있다. 죽음의 세계도 보여주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거나 앞질러 갈 수 있게도 한다. 꿈으로 안내하거나 신화 속으로 이끄는가 하면 신의 모습도 기꺼이 보여준다. 인간을 위대하게 만든 생각의 힘, 그중에서도 상상력에 의해서다.
이담의 회화도 상상력의 힘을 잘 보여준다.
우리들의 축제: 72.7x60.6cm, 캔버스에 아크릴, 혼합재료, 2017년.
밝은 색채가 빚어내는 싱싱함, 유려한 선의 리듬, 다양한 문양이 연출하는 장식미와 친숙한 현대 감각. 화려한 축제 한복판에 있는 듯한 유쾌하고도 소란스러운 느낌, 그 속에서 울려 퍼지는 화려한 음율. 이런 것들이 이담의 그림이 선물하는 시각적 사치다. 눈이 즐거워지고 행복한 기운에 젖어들게 만든다. 그래서 미술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스스럼없이 다가선다.
그의 회화에는 긍정적 사고를 심어주는 마술적 힘이 보인다. 많은 이들이 이담의 그림에서 행복한 기분을 느낀다고 말한다. 무엇 때문일까.
우선 색채의 힘이다. 그에게 색채는 무엇인가를 설명하거나 묘사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순수한 색채는 그 자체로 감성을 자극할 수 있다고 믿는다. 밝고 화려한 색채는 우리를 능동적인 마음 상태로 이끌며,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다음으로 이담의 회화에서 주목할 수 있는 것은 음악적 요소다. 아동화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재미있는 형상들이 빚어내는 축제적 음률이 그렇다. 그의 작업에서 음악성은 화면 구성의 핵심이자 이미지의 골격인 긍정의 힘을 결정짓는 요소다.
우리들의 축제: 130x130cm, 캔버스에 아크릴, 혼합재료, 2016년.
회화에서 음악적 요소는 그림을 보는 재미와 함께 시청각적 공감각으로 감상의 입체적 효과를 끌어낸다. 이담도 음악적 요소로 포장한 다양한 형상과 구성으로 동화적 환상미를 추구한다. 그러나 그는 음악성을 회화적 언어로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지는 않는다. 음악적 요소를 사람들에게 보다 쉽게 다가가는 하나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이담의 회화에서 보이는 음악적 요소는 행복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일상의 풍경, 사물, 자연, 동물이나 곤충에서 영감을 받아 창출해낸 형상과 이것들로 구성한 초현실적 화면에 음악적 요소를 보태 보는 이들에게 행복한 느낌을 준다. 그게 바로 긍정 메시지다.
전준엽 화가
비즈한국 아트에디터인 전준엽은 개인전 33회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400여 회의 전시회를 열었다. <학원>, <일요신문>, <문화일보> 기자와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을 역임했다. <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 등 저서 4권을 출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