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5월 9일 당선이 확정된 후 세종로소공원에서 추미애 대표, 박원순 시장, 김부겸 의원 및 경선후보들과 함께 지지자들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953년 1월 경남 거제 피난민 수용소에서 2남 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문 대통령 부친은 함경남도 흥남의 문 씨 집성촌인 ‘솔안 마을’ 출신으로 한국전쟁 중이던 1950년 12월 흥남 철수 때 고향을 떠나 경남 거제로 피난을 왔다. 문 대통령 부친은 거제도 포로수용소 노무자로 일하면서 가족을 먹여 살렸다.
문 대통령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부산 영도로 이사를 했다. 문 대통령은 부산남항초등학교와 경남중학교, 경남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재수 끝에 경희대학교 법학과에 진학한 문 대통령은 1980년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수료했다. 하지만 민주화 운동으로 두 차례 구속됐던 전력 탓에 판사가 되지 못했다. 그 후 인권 변호사 길을 걸었다.
부산으로 돌아온 문 대통령은 법무법인 부산에 합류하면서 운명처럼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과 함께 활동하면서 부산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장,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산지부 대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경남지부 대표 등을 맡았다. 또 미국문화원 방화 사건, 동의대학교 사건 등 부산지역에서 발생한 굵직굵직한 시국사건들을 변론했다.
문 대통령은 학생운동을 하다 부인 김정숙 씨를 만났다. 시위에서 최루탄을 맞고 기절한 그를 김 씨가 물로 적셔 깨우면서 인연이 시작됐다고 한다. 당시 김 씨는 성악을 전공하는 같은 학교 2년 후배였다. 그들의 연애는 평탄하지 않았다. 김 씨는 문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감옥으로, 군대로, 사법시험을 공부할 때는 전남 해남 대흥사로 찾아갔다. 둘은 7년 연애 끝에 1981년 결혼했다.
문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한 것은 지난 2002년 대선 때다. 노 전 대통령이 13대 총선에 출마하며 정치에 입문한 이후에도 문 대통령은 인권 변호사로 남았지만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 부산선대본부장을 맡았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에서 초대 민정수석에 임명됐지만 녹내장과 고혈압 등 건강악화로 1년 만에 사표를 냈다. 문 대통령은 민정수석을 그만둔 뒤 네팔 산행에 나섰지만 현지에서 노 전 대통령 탄핵 소식을 접하고 급거 귀국, 변호인단을 꾸렸다. 헌법재판소 탄핵 무효 판결 이후 다시 청와대로 복귀한 문 대통령은 시민사회수석, 민정수석을 거쳐 참여정부 마지막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근무하면서 스트레스로 치아가 10개나 빠져 임플란트로 교체했다고 한다. 그가 연설 때마다 발음이 안 좋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이처럼 문 대통령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은 참여정부 출범 이후 중대한 사건들이 연이어 터졌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출범 첫 해에 겪었던 이라크 파병, 부안 원자력 발전소 폐기물 처리장 문제가 가장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참여정부 시절 왕수석으로 불렸던 문 대통령은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철저히 자기 관리를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본인이 동창회에 안 나가는 것은 물론이고, 부인에게도 모든 모임에 나가지 말라고 했다. 고등학교 동창인 한 고위 공직자가 문 대통령 방에 들렀다가 얼굴도 못 본 채 쫓겨난 적도 있었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은 문 당선인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최고의 원칙주의자”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게 되자 다시 한 번 변호인으로 나서게 된다. 노 전 대통령 서거 때엔 국민장의위원회 운영위원장을 맡았고 이후 노무현재단을 설립해 이사장을 역임했다. 그 후 문 대통령은 끊임 없이 정치권 러브콜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끝내 피하고 싶었던 그 길을 걷기로 했다”며 19대 총선에서 부산 사상구에 출마해 승리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대선 본선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석패했지만 1469만 2632표(48.0%)를 득표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18대 대선 패배 이후 롤러코스터 같은 시간을 보내며 문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단련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동안 정중동행보를 보이던 문 대통령은 2014년 12월 당 대표에 당선되면서 부활했다. 2015년 4월 재보선 참패로 또 한 번 정치적 위기를 맞았지만 지난해 4‧13 총선에서 모두의 예상을 깬 큰 승리를 거두면서 입지를 다졌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