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대회 심판 복장을 하고 있었지만 사실 김단비는 바둑인이라기보단 복싱인이라 할 수 있다. 김단비는 세 번에 걸쳐 복싱 세계 챔피언 자리에 올랐었다. 2009년 고3 때 처음 IFBA 미니멈급 챔피언에 올라 3차 방어까지 성공했고, 2014년 WBF 라이트 플라이급 챔피언, 2015년에는 WIBF 라이트 플라이급을 석권했었다. 한국 여자복싱 사상 최연소 한국챔피언(중3), 최연소 동양챔피언(고1), 최연소 세계챔피언(고3)의 기록을 갖고 있기도 하다.
권투 세계챔피언 출신 바둑인 김단비가 지난 3일 제6회 일요신문배 전국 어린이 바둑대회에서 심판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그녀는 바둑계에서도 꽤 유명하다. 한때 연구생까지 했었던 유망주였기 때문이다.
“복싱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시작했습니다. 경기도 안성에 살 때였는데 당시 언니와 함께 기원에서 바둑을 배우다 기원 맞은편에 있는 복싱 체육관을 찾은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당시는 살을 빼려고 시작했어요. 그런데 다니다 보니 관장님이 진지하게 제안을 하시더라고요. 복싱을 한번 제대로 해보자고. 부모님한테도 얘기를 하시고…. 그때부터 바둑을 그만두고 복싱을 시작하게 됐어요.”
사실 바둑은 한계를 느끼고 있던 시기이기도 했다. 두 살 위 언니를 좀처럼 따라잡지 못했던 것. 그렇다면 원래 운동에 자질이 있었던 것일까.
“아버지가 119구조대원을 하셨고 저도 운동을 좋아하긴 했어요. 시 규모 학교대항 체육대회가 열리면 대표를 도맡곤 했습니다. 100미터를 16초에 뛰었으니까 초등학교 여학생치곤 제법 빠른 편이었죠.”
언니 김이슬(29)은 입단이 유력시됐던 연구생 출신의 강자다. “단비는 거의 모든 운동을 두루 잘했어요. 어릴 땐 마라톤도 좋아했는데 대회 정보를 뒤져보다가 있으면 저에게도 같이 출전하자고 졸랐었죠. 전 그냥 따라가서 구경만 했어요(웃음). 동생이 챔피언이 됐을 때는 집에서 난리가 났었죠. 전 그냥 취미로 하는 줄 알았는데 챔피언까지 된 걸 보곤 그동안 정말 열심히 했던 거구나 라고 생각했죠(웃음).”
김단비는 한때 연구생까지 한 바둑 유망주였다.
복싱을 그만두고는 곧장 바둑으로 돌아왔다. 마침 언니와 형부가 바둑 일을 하고 있어 도움이 됐다. 언니와 형부 김정환은 아마 바둑계에서 유명한 커플이다. 둘은 운이 따라주지 않아 입단에는 실패했지만, 한 가정을 꾸린 후에는 나란히 바둑보급에 매진하고 있다.
글러브를 내려놓고 처음 출전한 충남도지사기 바둑대회에서 김단비는 여자 최강부 우승을 차지했다. 여세를 몰아 전국체전 충남 팀 대표로 참가하기도 했다.
“바둑으로 돌아오니 복싱보다 할 게 많아서 좋습니다. 현재는 충남 홍성에서 방과 후 바둑강사 일을 하고 있어요.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하고 개인지도, 그룹지도도 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들 가르치는 일이 재미있고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궁금한 건 바둑과 복싱의 공통점과 차이점. 그에 대해 김단비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굉장히 격렬한 게임이란 거. 복싱은 육체적으로, 바둑은 정신적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격렬하잖아요. 집중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비슷하겠죠. 바둑을 통해 기른 집중력이 복싱에서도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또 승자와 패자가 있고, 이기는 기쁨이 있다는 거?”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