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9일 밤 서울 광화문 세종로 소공원에서 열린 대국민 인사에서 단상에 올라 지지자들의 손을 잡고 있다. 일요신문DB
문재인 대통령 10대 공약 중 첫 번째 부문은 일자리 확대다. 문 대통령이 내건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은 선거 내내 핫이슈였다. 다른 후보들은 재원 마련 등을 이유로 문 후보를 공격하기도 했다.
이는 소방관 경찰 부사관 등 안전 치안 복지 등에 종사하는 공무원 17만 4000명을 5년 간 순차적으로 뽑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또 사회 서비스 공공기관 및 민간 수탁 부문 일자리 34만 개, 간접고용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고 근로 시간을 단축해 만든 30만 개의 일자리가 포함돼 있다.
이밖에 문 후보는 비정규직 차별금지 특별법 제정, 실질 노동시간 단축,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인상 등을 약속했다.
‘정치권력 권력기관 개혁’과 ‘반부패 재벌 개혁’도 문 후보 핵심 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적폐 청산에 대한 국민 주권 명령의 이행”이라고 했다. 그 일환으로 대통령 특권 내려놓기를 내세웠다. 바로 ‘광화문 대통령 시대’다.
문 대통령은 광화문 정부종합청사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2년 대선 때도 광화문 집무실 구상을 내놓은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금 청와대는 국민과 격리된 구중궁궐(문으로 겹겹이 막은 깊은 궁궐)이다. 국민과 소통할 수가 없다”고 취지를 밝혔다.
지금의 청와대와 북악산은 시민들 휴식공간으로 만들 예정이다. 청와대부터 경복궁과 광화문, 서촌과 북촌, 종묘로 이어지는 역사문화거리도 조성한다. 문 대통령은 “광화문의 월대, 의정부 터, 육조거리를 부분적으로 복원하고 민주주의 광장의 역할도 살려내겠다. 용산 미군기지가 반환되면 그곳엔 뉴욕 센트럴 파크와 같은 생태자연공원도 조성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평상시 검찰 개혁에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지난 2011년엔 <검찰을 생각한다>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책에서 문 대통령은 검찰 특유의 기수 문화를 꼬집는 등 강도 높은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친문 의원은 “(문 대통령은) 검찰에 대해 뿌리 깊은 한이 있다. 검찰의 강압 수사로 노 전 대통령을 잃지 않았느냐”며 검찰 개혁을 예고했다.
문 대통령은 우선 고위공직자 비리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전담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기소를 독점하는 데서 생겨난 문제도 들여다볼 가능성이 높다. 또 문 대통령은 국가정보원을 해외안보정보원으로 전면 개편하고 감사원 독립성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10대 공약엔 선거 내내 다른 후보들로부터 공격을 받았던 외교·국방 분야도 포함돼 있다. 우선 문 후보는 한미 동맹 강화와 한반도 비핵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문 후보는 “군사동맹과 FTA를 바탕으로 전략적 유대를 지속하고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북핵문제 해결의 전기를 마련한다”고 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선 ‘남북관계 재정립과 북한 변화’를 주장했다. 남북 경제통합을 추진해나가는 방법으로 통일을 추진하겠다는 얘기다. 핵심 방법으로 ‘개성공단 2000만 평 확장’을 공약했다.
청년 정책도 문 대통령 핵심 공약이다. 그 중 ‘청년고용 의무할당제’가 관심을 모은다. 이에 따르면 2020년까지 향후 3년간 공공부문의 청년고용을 현행 3%에서 5%로 확대하고, 민간 대기업은 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할 계획이다.
성 평등과 노인 복지, 환경 문제 등도 10대 공약에 포함됐다. 문 대통령은 여성이 일자리에서 받는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여성 관리자 비율을 확대하고 ‘젠더폭력방지기본법(가칭)’ 제정도 그 중 하나다.
문 대통령은 노인 복지 확충을 위해 기존 월 10만~20만 원 차등 지급되던 기초연금을 30만 원으로 균등하게 지급하겠다고 했다. 노인 일자리도 2배 확충하고 수당 역시 2배 인상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외에도 치매 안심병원을 설립, 치매 의료비 90% 건강보험 적용 등 노년 건강 증진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환경 정책에선 임기 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30% 감축할 것이라는 공약이 눈길을 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장벽이 높다. 개혁에 대한 반발, 반문 정서 등이 문 대통령 앞을 막고 있다. 특히 여소야대 상황은 문 후보 공약의 성패를 좌우할 최대 변수로 꼽힌다.
채진원 경희대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선 법안 발의와 통과가 필요하다. 여소야대 국면이기 때문에 야당 견제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당장 국무총리 인준부터 난관에 부딪칠 가능성이 크다. 불가피한 ‘협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국민들한테 밝히고 동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야당과 싸우기만 하면 과거 정부들과 다를 바 없게 된다. 그렇게 피로감이 쌓이면 집권 초부터 지지 세력이 이탈해 레임덕이 올 수 있다. 집권 후 100일 안에 공약 원동력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성패가 갈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