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보면 이번 정부의 탄생은 문화와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그런 문화 콘텐츠와 문재인 대통령은 꽤 많은 인연의 끈을 맺고 있다.
전 정권의 심기를 가장 강하게 건드린 것으로 알려진 두 콘텐츠는 영화 <변호인>과 <광해:왕이 된 남자>였다. <변호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지낸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재로 삼았고, <광해:왕이 된 남자> 역시 노 전 대통령을 추억하게 만든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두 영화를 모두 관람했고 노 전 대통령이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두 영화 모두 10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고, 당시 정권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강조한 정부의 문화정책은 적폐 청산의 기반 위에 공정성 강화 및 생활문화의 확대다.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표현의 자유가 중시되는 문화적 특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차원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문화인들이 대선 기간 문재인 대통령을 공개 지지하기도 했다.
과거 극장을 찾았던 당시의 문대인 대통령. 일요신문 DB
문화를 키워가는 예술인들에 대한 복지를 확대하고, 창작을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서는 재원이 필요한데 이미 고갈 상태가 된 문화예술진흥기금을 다시 채우기 위해 국고를 출연하고 체육 및 관광기금을 전출하는 방안 등도 논의될 전망이다.
또한 예술인을 대상으로 하는 실업급여제도 역시 가시권에 들어왔다. 예술인의 메카라 불리는 프랑스에서는 ‘엥테르미탕‘(Intermittent)’이란 제도를 통해 예술인들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고 있다. 대중적 호응도가 높은 몇몇 영역을 제외하면 여전히 ‘배고픈 길’이기 때문에 예술을 해도 먹고 살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겠다는 의미인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문화예술인 70여 명으로 구성된 문화예술정책위원회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기타리스트 신대철를 비롯해 <미생>으로 유명한 웹툰 작가 윤태호, 시인 안도현 등이 상임 정책위원으로 참여했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가수 이승환, 강산에, 박혜경, 작곡가 김형석, 윤일상 등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 지지를 주도한 신대철은 당시 SNS를 통해 “지금까지 그 어떤 선거에서도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해본 적 없다”면서 “문재인 후보의 문화 정책은 ‘창작인 우선주의’ 정책이다. 문화예술 정책 기저의 철학적 배경과 신념을 제시한 후보는 문재인이 유일하다”고 지지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신대철은 이어 “만든 놈보다 파는 놈이 더 많이 가져가는 구조가 현 음악 산업의 폭력적 구조”라며 “그동안 음악음원산업은 수직계열화된 자본과 권력화된 플랫폼의 횡포로 중심에 있었어야 할 창작자와 실연자 제작자 등, 음악 생산자는 배제됐고 변화를 위해서는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법 개정에 나선다면 창작자보다는 유통자가 더 많은 수익을 챙기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현재의 저작권법은 다수 바뀔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현재 음악 시장에서 절대적 힘을 갖고 있는 주요 음원유통사들의 입지 역시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수직계열화의 경우 음반 시장뿐만 아니라 영화계에도 적용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CJ E&M은 콘텐츠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와 멀티플렉스 CJ CGV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현 정권이 수직계열화 금지를 법제화시킨다면 내부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방송가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그동안 공영방송의 독립성 및 제작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송법 개정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지만 현실화되지 않았다. 전 정권 아래서 방송 언론이 정론을 펴지 못한 것은 KBS, MBC 등 공영방송의 이사회가 여당 중심으로 꾸려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대해 문재인 후보 측은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 및 언론사 경영과 편성권의 분리-독립 등을 내세웠기 때문에 이를 위한 드라이브를 걸 공산이 크다. 이렇듯 방송법이 개선되면 방송사 내부에서 서로에 대한 견제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편향적으로 흐르거나, 눈치를 보느라 정치 풍자를 등한시하는 행태 등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