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U-20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일요신문] ‘미니 월드컵’으로 불리는 FIFA U-20 월드컵 개막이 10일 앞으로 다가왔다. 24개국의 축구 유망주들이 참가하는 이번 대회에 한국은 기니·아르헨티나·잉글랜드와 한 조에 편성돼 토너먼트 진출을 다투게 됐다. 특히 이번 대표팀에는 바르셀로나 하위팀에서 활약하는 백승호와 이승우가 합류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그간 B팀과 유소년팀에 소속돼 팬들에게 자신의 기량을 확실히 보여줄 기회가 적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이들은 또래 동료들과 함께 세계의 유망주를 상대로 한국 축구계에서 끊임없이 회자되는 지난 1983년 멕시코 U-20대회 4강 영광 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번 ‘2017 U-20 월드컵 코리아’ 개최로 FIFA가 주관하는 남자 4대 국제대회(컨페더레이션스컵, 월드컵, U-17 월드컵, U-20 월드컵)를 모두 개최한 나라가 됐다. U-20 월드컵은 그중에서도 두 번째로 규모가 큰 대회다. 수원, 전주, 인천, 대전, 천안, 제주 등 6개 도시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는 독일,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등 축구 강국을 포함해 24개 나라가 참가했다. 이들은 4개 팀씩 6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 후 16강 토너먼트에 돌입한다. 대한민국은 기니, 잉글랜드, 아르헨티나와 A조에서 16강 진출을 놓고 다툰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개막일인 20일에는 기니, 23일에는 아르헨티나, 26일에는 잉글랜드와 맞대결을 펼친다. 대표팀은 최소 8강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8강에 오르면 단 세 경기만 치러 우승컵도 노릴 수 있게 된다. 대표팀은 홈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내심 더 높은 곳도 바라보고 있다.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는 신태용 감독은 지난 1일 U-20 월드컵 미디어데이에서 “조별예선 1위 통과가 우선적 목표다. 8강까지 가면 모든 팀이 우승 가시권에 든다. 한순간 방심은 패인이 될 수 있어 매 경기 결승전이라는 마음으로 준비해야 한다”며 대회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신 감독은 대회에 참가할 21명의 최종 명단을 지난 4월 28일 발표했다. FIFA에 명단을 제출해야하는 최종 날짜는 5월 8일이었지만 신 감독은 일찌감치 선수단을 확정하며 팀워크 다지기에 돌입했다.
21명의 명단 중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바르셀로나 듀오’ 백승호와 이승우다. 이들은 신태용호에서 좌우 측면 공격수 기용이 유력해 보인다. 2010년과 2011년 차례로 바르셀로나에 입단한 이들은 스페인에서 꾸준히 성장하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특히 이승우는 현재 대표팀 멤버가 주축이 된 2014 AFC(아시아축구연맹) U-16 축구 선수권 대회, 2015 FIFA U-17 월드컵에 출전해 이른바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특히 일본과의 8강전에서는 2골을 혼자 책임졌으며 두 번째 골 장면에서 혼자 약 60m를 단독 드리블로 돌파하는 장면으로 팬들을 놀라게 했다.
백승호는 그간 이승우보다 연령별 대표팀에서 보여준 활약이 적었다. 게다가 소속팀 바르셀로나가 FIFA 징계를 받아 오랜 시간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고 징계 기간 이후에도 팀과 에이전트의 오해로 뛰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됐다. 그렇지만 지난 2015년부터 연령별 대표팀에 꾸준히 발탁되며 호흡을 맞춰 온 이번 대회에 대한 기대가 크다. U-20 월드컵을 앞둔 소집 이후 집중적인 훈련으로 과거의 폼을 상당부분 되찾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르셀로나 듀오’ 백승호(왼쪽)와 이승우.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신태용호에는 이들 바르샤 듀오 이외에도 19명의 선수가 탄탄한 전력을 구축하고 있다. 주장을 맡고 있는 한찬희(전남 드래곤즈)는 프로 무대에서도 가장 활발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다. 고교 시절에도 ‘랭킹 1위’로 명성을 날렸던 그는 U-20 대표팀에서 유일하게 당당한 프로팀 주전선수라고 말할 수 있는 선수다. 그는 지난해 전남드래곤즈에서 23경기 출장 1골 1도움, 올해 대표팀 소집 전까지 6경기에서 1도움을 기록했다. 연령별 대표팀에서도 붙박이로 활약해 주장 완장까지 차게 됐다.
한찬희와 함께 미드필드 포지션을 채우고 있는 선수로는 임민혁(FC 서울)과 이승모(포항 스틸러스)가 있다. 이들은 각각 수원공고와 포항제철고를 졸업하고 지난해와 올해 나란히 프로팀에 입단했다. 공격적인 미드필더 임민혁은 데뷔 첫해인 지난해부터 FC 서울 경기에 간간이 나서며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승모는 데뷔 첫해인 올해 아직까지 경기에 나서지는 못하고 있지만 포철고 출신 차세대 포항 미드필더 자원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미드필드의 전방과 후방, 중앙수비수로도 나설 수 있는 ‘멀티 능력’을 보유했다.
원톱 공격수에는 조영욱(고려대)이 주전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대한축구협회 영플레이어상을 받은 조영욱은 본래의 득점력 이외에도 신 감독의 조련으로 동료를 이용하는 플레이도 발전시키고 있다.
이상민(숭실대)과 정태욱(아주대)은 대표팀 수비를 책임지는 선수들이다. 이들은 꾸준히 현 대표팀 체제에서 손발을 맞춰왔다. 이상민은 지난 2015년 U-17 월드컵에서 주장을 맡기도 했다. 정태욱은 지난 3월 친선대회 잠비아와의 경기에서 상대 선수와 충돌해 의식을 잃어 팬들을 놀라게 했다. 다행히 응급처치가 잘됐고 지금은 부상에서 회복해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당시 응급처치에 나섰던 이도 단짝 이상민이다.
1997년생과 1998년생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이번 대표팀은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에 서있다. 21명의 엔트리 중 10명만이 프로팀에 소속돼 있고 나머지는 대학생이다. 프로팀에서도 신인 급이거나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은 이번 대회에서의 활약으로 해외진출도 노리고 있다. 지난 미디어데이에서 임민혁, 윤종규(FC 서울), 이정문(연세대) 등은 “해외로 나가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U-20 월드컵에는 해외 대형 클럽의 스카우터들도 유망주 관찰을 위해 방문한다.
과거에도 U-20 월드컵 이후 스타로 발돋움한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 루이스 피구(포르투갈), 티에리 앙리(프랑스),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등 전설적 선수들이 대회에 나서 ‘스타 탄생’을 알렸다. 국내에선 지난 2009년 김민우 김영권 김보경, 2011년 김진수 김경중 백성동, 2013년 류승우 등 많은 선수들이 대회 활약을 토대로 해외에 진출했다. 김경중, 류승우 등은 유럽무대로 뛰어들기도 했다.
U-20 월드컵에서의 활약으로 성인대표팀에도 합류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오랜 시간 많은 축구팬들의 최대 관심거리 중 하나는 이승우와 백승호의 성인대표팀 합류 여부다. 특히 이승우는 언론 인터뷰에서 “최연소 국가대표 기록을 세우고 싶다”며 A대표팀에 대한 욕심을 공공연히 드러내왔다. 비록 최연소 기록을 세울 수 있는 나이는 지났지만 이번 대회 이후 A대표팀 합류 가능성은 충분하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2005년 청소년 대회에 출전했던 박주영은 2006 독일 월드컵에 참가했고 2009년 김보경과 구자철도 U-20 대회 이후 곧 성인 대표팀에 합류했다. 김보경은 2010 남아공 월드컵도 경험했다. 월드컵이 1년 정도 남은 현 시점에 이번 U-20 대회 이후 또다시 어린 선수들이 A대표팀에 합류해 새바람을 일으킬 가능성도 충분하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난놈’ 신태용 감독 ‘포스트 슈틸리케’ 1순위 신태용 U-20 대표팀 감독.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그는 감독으로도 단숨에 높은 자리에 올랐다. 선수시절 마지막에 소속팀 성남과 매끄럽지 못한 이별을 했지만 팀의 위기 상황에 감독 대행으로 나서 첫 해 팀을 2위에 올려놨다. 이듬해에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라 “난 난놈이다”라는 말을 남겨 화제를 낳기도 했다. 그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와 FA컵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우승을 경험하는 첫 번째 사례가 됐다. 이후에는 한국 축구의 위기상황마다 그가 있었다. A대표팀이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실패 이후 감독 공백기에 코치로 내정돼 있었지만 감독대행으로 친선경기에 나섰다. 차기 감독인 울리 슈틸리케가 지켜보는 앞에서 베네수엘라와의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고 우루과이전도 무난하게 치러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참신한 전술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슈틸리케 감독을 보좌해 코치 경력을 이어나가던 신 감독은 2015년 초 이광종 전 U-23 대표팀 감독이 지병을 이유로 하차한 자리를 맡았다. 신 감독은 A팀 코치직을 유지한 채 올림픽을 준비하는 U-23 대표팀 감독을 병행했다. 커리어 최초로 경험하는 연령별 대표팀이었다. 그는 리우 올림픽 본선에서 피지를 상대로 8-0 대승, 축구강국 독일과의 경기에서 3-3 무승부를 거두는 등 8강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올림픽 이후 A대표팀으로 돌아왔지만 또 다시 어린 선수들을 지도하게 됐다. 지난해 말 안익수 전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되며 공석이 된 U-20 대표팀 감독에 선임됐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약 6개월간의 짧은 준비기간이었지만 특유의 ‘형님 리더십’을 바탕으로 팀을 잘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통을 중요시하고 수평적 관계를 형성하는 능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또한 선수시절 득점왕을 차지한 공격형 미드필더 출신답게 공격 부문 전술 설계에도 강점을 보인다. 신 감독의 행보가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그가 ‘포스트 슈틸리케 1순위’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지난 3월 슈틸리케 경질 여론이 형성될 때 감독 후보 중 1명으로 물망에 오른 바 있다. 여전히 차기 A 대표팀 감독 후보 중 가장 유력한 인물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실망스러운 결과를 낼 경우 감독 후보 경쟁에서 뒤처지기 쉽다. 안방에서 치러지는 U-20 대회가 대한민국 축구 발전, 유망주의 성장도 걸려 있지만 신 감독 개인 커리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유다. [상] |
‘붉은 악마’의 유래…‘멕시코 신화’ 당시 외신이 네이밍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별칭이자 응원단의 이름이기도 한 ‘붉은 악마’. 한국 축구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나오는 단어인 붉은 악마는 U-20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다. 1983년 멕시코에서 열린 U-20 대회에서 박종환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팀을 보고 외신에서 ‘Red Furies’라 부르며 붉은 악마라는 별명이 붙게 됐다. 1983년 멕시코 U-20 월드컵에서 주축 선수로 활약한 김종부 경남 FC 감독. 일요신문DB 2002년 월드컵을 치르기 전까지 1983년 청소년 대표팀의 성적은 대한민국 축구가 역대 FIFA 주관 국제대회에서 거둔 가장 뛰어난 성적이었다. 이때 생긴 별칭이 지속돼 현재까지 한국 축구를 상징하게 됐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조직위원회도 1983년의 영웅들을 잊지 않고 있다. 2017 FIFA U-20 월드컵 조직위는 오는 20일 개막식이 열리는 전주월드컵경기장에 1983년 멕시코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박종환 전 감독과 주축 선수였던 김종부(경남 FC)‧신연호(명지대) 감독을 초청할 예정이다. 현직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두 감독은 1983년 대회 당시 각각 2골‧3골을 기록하며 붉은 악마 돌풍을 이끌었다. [상] |
U-20 월드컵 빅매치 일정은? 아르헨티나-잉글랜드 총성 없는 전쟁 ‘2017 U-20 월드컵 코리아’에는 24개국을 대표하는 유망주가 참가해 기량을 뽐낸다. ‘축구의 나라’ 브라질, 디펜딩 챔피언 우승국 세르비아 외에 스페인, 네덜란드 등이 빠졌지만 대회 최다 우승국 아르헨티나를 포함해 전통의 축구강국 독일, 프랑스, 포르투갈, 이탈리아, 잉글랜드 등이 참가했다. 조별예선 일정이 나온 현재 아르헨티나-잉글랜드, 독일-멕시코, 이탈리아-우루과이 등이 축구팬들의 관심을 모을 빅매치로 꼽힌다. 5회의 브라질을 제치고 6회로 U-20 월드컵 역대 최다 우승국인 아르헨티나는 한국, 기니, 잉글랜드와 함께 A조에 편성됐다. 그중에서도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의 경기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 이들은 축구계에서 대표적인 맞수 중 하나다. 포클랜드 전쟁으로도 역사적으로 얽힌 이들은 디에고 마라도나의 ‘신의 손’ 사건이 벌어진 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이들의 경기는 개막일인 5월 20일에 열린다. 다른 조에서는 23일 열리는 독일과 멕시코의 경기를 꼽을 수 있다. 이들은 대표적인 축구 강국으로 꼽힌다. ‘전차군단’ 독일은 월드컵 우승 4회, U-20 월드컵 우승 1회 등 오랜 기간 막강한 전력을 과시해 왔다. 멕시코는 FIFA 주관 대회에서 우승 기록은 없지만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왔고 올림픽 등 연령별 대회에 특히 강점을 보이는 나라다. 이번 500여 명의 유망주가 참가할 예정이다. 지난 5월 8일 엔트리 제출일에 각 나라의 선수 명단이 확정됐다. 이번 대회 참가에 관심이 몰렸던 킬리안 음바페(프랑스·AS 모나코), 오스만 뎀벨레(프랑스·도르트문트), 마커스 래시포드(잉글랜드·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의 합류는 무산됐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약 1년 앞둔 시점에서 U-20 대회는 월드컵 예선 등 A 매치 기간과 겹쳐 많은 나라가 A 대표팀 선발 가능성이 높은 특급 유망주를 제외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잉글랜드, 프랑스, 독일 등은 두터운 선수층을 자랑하는 축구 강국인 만큼 뛰어난 기량을 자랑하는 많은 젊은 선수들이 합류해 대회를 앞두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최종 명단 21명 중 19명을 자국리그 소속 선수로 채웠다. 그 중 ‘제2의 마스체라노’라고 불리는 팀의 주장 산티아고 아스카시바르(에스투이안테스)와 AS 로마 소속으로 스페인 그라나다에 임대된 에즈키엘 폰세가 주목할 만한 선수다. 잉글랜드는 한국팬들에게도 ‘급식포드’로 익숙한 맨유 소속 마커스 래시포드가 빠졌다. 그럼에도 도미닉 솔랑케(첼시), 조쉬 오노마(토트넘), 아인슬리 매이트란드-닐스(아스널) 등 프리미어리그 빅클럽 소속 선수들이 포함돼 강한 전력을 과시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도 장-케빈 오귀스텡(파리생제르망), 필립 옥스(호펜하임) 등을 포함한 자국 리그 소속 선수 위주로 명단을 제출했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