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첫 공식행사로 5·18정부기념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통령 없는 5·18기념식’도 4년 만에 ‘반쪽 기념식’에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광주송정역 앞 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 앞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모습. 연합뉴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보훈처는 18일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아직 공식 식순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통령이 기념식에 참석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되는 등 이번 5·18정부기념식이 정부 공식행사로서 위상을 되찾을 것이란 기대가 지배적이다. 지난 10일 취임한 문 대통령이 지난 4월 광주 방문 자리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공약을 지역민에게 공언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5·18기념식에 참석할 경우 지난 2013년 이후 4년 만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취임 첫 해를 빼고 3년 내내 불참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08년 단 한 차례만 참석했다.
이와 관련 보훈처가 새 정부와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보훈처는 최근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등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식순 결정은 새정부 방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보훈처 측은 “지난해 같으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기념식 식순이 결정되지만 전임 정부 국무위원 일괄사표 제출, 기념일까지 남은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식순 결정 과정이 예년과는 크게 다를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대통령 결심을 거쳐 기념식 최소 2∼3일 전 식순을 확정·발표하도록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제창은 기념식 참석자 전원이 함께 부르는 형태로, 합창단이 부르고 원하는 참석자가 따라 부르는 합창과는 그 의미와 무게에 커다란 차이가 있다. 5·18단체 회원과 광주전남 시민사회가 제창을 반대하는 정부에 맞서 기념식 행사를 수년간 보이콧한 것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에서 ‘5·18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정부 의지를 읽었기 때문이다.
보훈처가 문 대통령의 5·18 관련 공약을 알면서도, 섣불리 정부기념식 식순을 확정하지 못한 데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이 중 지난 9년간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거부하고 별도의 기념곡을 공모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철저하게 5·18피해자, 광주·전남 민심과 배치되는 행동을 보여오다 막 출범한 새정부 측으로부터 ‘별도의 신호’를 받지 않고 그간의 방침을 바꿔 발표하는 것은 부담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5·18단체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광주에서 ‘대통령이 된다면 대통령 자격으로 5·18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힘껏 제창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면서 “문 대통령이 약속을 지켜서 이번 5·18기념식을 기점으로 땅에 떨어진 5·18의 위상이 회복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을 추모하는 노래이자 한국 민주화운동을 대표하는 민중가요다. 지난 1981년 5월 백기완의 미발표 장시 ‘묏비나리’의 한 부분을 차용해 소설가 황석영이 가사를 짓고 전남대 학생 김종률(현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이 곡을 붙였다. 5·18 당시 희생된 윤상원과 노동운동가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에서 불려진 이후 민주화 바람을 타고 급속히 전국화됐다.
정윤중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