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인수 논란이 일었던 팬택이 스마트폰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12일 팬택 등 업계에 따르면, 팬택은 사물인터넷(IoT) 등 일부사업만 남기고 스마트폰 사업 잠정 중단 및 추가 구조조정에 들어간다고 알려졌다.
앞서 팬택은 1년 7개월 만인 지난해 6월 스마트폰 아임백(IM-100)을 출시했다. 하지만 출하량은 13만2000대에 그쳤고, 3분기에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게 됐다. 목표치 30만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 실적으로 모회사 쏠리드는 10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 부었다.
팬택의 지난해 매출은 517억 원, 영업손실은 이보다 많은 596억 원이었다.
팬팩은 동남아와 동유럽 등 이머징마켓에서 현지 통신사업자들과 함께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고 아임백을 개량한 제품을 유통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이마저도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LG전자가 중저가 스마트폰 사업을 집중적으로 추진하는 전략에 따라 팬택에 대한 인수합병 등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퍼져 쏠리드의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LG전자와 쏠리드는 “사실무근”이라며, 소문을 일축해 해프닝으로 끝나기도 했다.
하지만, 곧이어 쏠리드의 정준 회장이 팬택의 스마트폰 사업 중단을 발표하자, LG전자 인수설을 시장에 흘려 반응을 보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LG전자 관계자는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굳이 LG전자가 팬택의 현 처지에서 인수에 나설 명분이 현실적으로 없어 보인다”면서 “(쏠리드 등 추측)그 쪽이 아니라면 갑자기 시장에서 불거질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LG전자가 전성기에 비해 체력이 떨어져 더 이상 경쟁사라고 보기 어려운 팬택과의 제휴로 얻을 수 있는 이익 적다는 회의적인 시각이다. LG전자 또한 스마트폰 사업에서 8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구조조정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팬택과의 협업이 무리수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사의 인수설은 LG전자와 팬택의 시너지 창출이란 시각에서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LG전자는 지난해 인력 구조조정과 함께 지역별로 다양한 플랫폼으로 생산되던 제품을 ‘X’와 ‘K’ 시리즈 등으로 통일, 중저가폰 생산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수익성을 개선했다. 올해도 두 시리즈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파생상품을 출시 신제품 개발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제품을 빨리 내놓는 전략을 구사한다는 방침이다.
빨간등 켜진 팬택. 연합뉴스
하지만, 이 전략 또한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에 LG전자는 외주공급을 비롯한 다양한 중저가폰 사업 발전방안을 모색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방안 중 하나가 팬택과의 제휴다.
LG전자의 틀을 깰 신개념 제품을 팬택이 개발한다면 중저가 라인업 확대에 도움이 되며, 팬택이 보유하고 있는 자체 기술과 특허 등도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본 것이다. 중국 등 해외업체보단 국내업체인 팬택이 기업 이미지에도 도움이 될 것은 차치하고도 말이다.
업계관계자는 “국내 제조기반이 없는 팬택이 자체 생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팬택이 가진 특허 등이 중국, 일본 등 해외업체에 싸게 넘어가는 일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LG전자도 팬택으로부터 공급받은 저렴한 가격의 중저가폰을 국내외에 판매하면 중국산 제품 등과의 경쟁력을 한층 더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팬택은 2000년대부터 LG전자와 국내 휴대전화 시장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특히, 양사는 인력 및 기술 유출, 제품 콘셉트, 유통 등에서 갈등을 지속하며 라이벌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팬택이 비록 브랜드 인지도와 자금력에서 글로벌 대기업에 밀렸지만 제품의 기획과 성능, 품질에 있어서는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