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통령으로 공식 업무를 시작한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국회에서 진행된 취임식을 마친뒤 국회 본청밖으로 나와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2017년 05월 10일 국회사진취재단
10년 만에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서 대한민국 권력지도의 큰 틀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점쳐진다. 친노 인사인 문 대통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인맥 대부분을 물려받았다. 여기에 당 대표 시절, 두 번의 대선 출마 등을 거치며 독자적이고 광범위한 인재풀을 구축했다. 문 대통령이 ‘준비된 대통령’ 구호를 내세울 수 있었던 것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 친문 핵심 그룹
2012년 대선 당시 비선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이른바 ‘3철(양정철 전해철 이호철)’을 빼놓을 수 없다. 3철은 이번 선거에서도 문 대통령을 도와 대선 승리에 공을 세웠다. 문 대통령이 유일하게 사석에서 말을 놓는다는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이번 대선 캠프에서 비서실 부실장을 맡았다. 양 전 비서관은 지난해 총선이 끝난 후 문 대통령이 히말라야 트레킹을 할 때도 동행했다.
조직특보단장 전해철 의원은 지역구 유세에 집중하며 문 대통령을 도왔다고 알려졌다. 민주당 최고위원이기도 한 전 의원은 문 대통령과 당 지도부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 이호철 전 민정수석은 고향인 부산에서 밑바닥 민심을 훑었다고 전해진다. 그는 대선이 끝난 뒤 가까운 지인들에게 “제가 존경하는 ‘노변’ ‘문변’ 두 분이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살아오면서 이만한 명예가 어디 있겠습니까”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출국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마지막 비서관으로 알려진 김경수 의원은 선대위 대변인으로 활약했다. 그는 선거 기간 문 대통령 복심으로 통했다. 김 의원은 2012년부터 ‘문재인의 입’으로 활동했다. 문 대통령 유세 장면 등을 살펴보면 김 의원이 항상 문 대통령 뒤를 따라다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2012년 대선과 2015년 전당대회를 거치며 떠오른 신친문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영민 최재성 강기정 홍종학 전병헌 진성준 전 의원 등이다. 노영민 전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조직본부장으로 합류, 전문가 지지 모임인 ‘더불어포럼’ 출범을 주도했다. 최재성 전 의원은 종합상황본부 1실장을 맡아 주요 현안 대응과 인재 영입에 힘을 써왔다. 강기정 총괄수석본부장은 캠프 상황실장으로 전반적인 유세 전략을 짰다. 홍종학 전 의원은 정책본부부본부장을 맡아 세부 공약을 완성시켰다. ‘전략통’으로 유명한 전병헌·진성준 전 의원은 각각 전략본부장과 전략부본부장을 맡았다.
문 대통령 19대 의원 시절 보좌관 출신인 윤건영 전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은 이번 대선에서 종합상황본부 부실장으로 정무를 담당했다. 신동호 메시지팀장은 2012년에 이어 이번에도 문 대통령 메시지를 담당했다. 이들은 청와대에 입성해 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할 것이 확실시된다.
송인배 일정총괄팀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 출신이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과 사회조정2비서관을 역임했다. 그는 청와대 제1 부속실장에 내정됐다. 춘추관장으로 발탁된 권혁기 수석부대변인은 이번 선거에서 문 대통령 아들 준용 씨 취업 특혜 의혹 등을 철벽 방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캠프 특보단장 김태년 의원은 네거티브 공격 대응책 마련에 관여했다. 홍영표 의원은 일자리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81만 개 공공 일자리’ 공약 만들기에 참여했다. 박범계 의원은 종합상황본부 2실장으로 합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검증 작업을 했다. 여성 운동가 출신 남인순 의원은 성평등본부 수석부본부장을 맡아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성차별적 발언을 비판하는 등 전략을 수립했다.
# 386 그룹
386 운동권 그룹 약진도 눈에 띈다. 한때 정치적으로 몰락 위기에까지 놓였던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에 성공하면서 부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중에서도 전대협 의장 출신인 임종석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은 문 대통령 핵심 최측근으로 꼽힌다. ‘박원순계’로 통했던 임 실장은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 삼고초려로 캠프에 합류했다. 문 대통령 신임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대위 총괄본부장을 맡은 4선 송영길 의원도 최일선에서 문 대통령을 도왔다.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 송 의원은 선거 운동 실무를 총괄했다. 송 의원은 문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러시아를 방문할 것으로 전해진다.
역시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우상호 원내대표는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아 네거티브 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또 의원단으로 구성된 ‘봄봄 유세단’에서 농촌 지역을 찾아다니며 유세를 도왔다. 학생 운동에 몸담았던 유은혜 의원과 김현미 의원은 각각 수석대변인과 미디어본부 공동본부장으로 합류했다. 유 의원은 매일 아침 문 후보의 유세 기조를 브리핑했고 김 의원은 TV 토론회 준비를 맡아왔다.
# 문재인 키즈 그룹
지난해 총선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영입한 ‘문재인 키즈’도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문재인 영입인사 1호인 표창원 의원은 선거 기간 자신의 지역구뿐 아니라 영·호남 유세장에 모습을 보였다. 공명선거본부 부본부장 겸 법률지원단장을 맡은 조응천 의원과 박주민 의원 또한 높은 인지도를 활용해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소통수석비서관으로 임명된 윤영찬 전 네이버 부사장은 캠프에서 SNS본부 공동본부장을 맡았다. 기자 출신인 그는 정책 쇼핑몰 ‘문재인 1번가’를 비롯해 다양한 투표 참여 캠페인을 이끌었다. 윤 비서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 외교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 서울대 교수의 동생으로도 알려져 있다.
광고 전문가 출신인 손혜원 의원도 대표적인 문재인 키즈다. 그는 3월 9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는 계산된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된 뒤 홍보부본부장직을 사퇴했다. 하지만 4월 11일 2차 인선을 통해 다시 캠프에 복귀했다.
# 범친노 전·현직 중진 그룹
민주당 중진급 인사들도 문 대통령의 든든한 우군이다. 임채정·김원기 전 국회의장과 6선 문희상 의원은 선대위 고문단 상임고문을 맡았다. 이해찬 전 총리는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했다. 이들은 문 대통령에게 원로로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문 의원은 일본 특사로도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5선의 박병석 의원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다. 박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충청권 중진 의원이다. 문 대통령은 중국 베이징에서 14∼15일 열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박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정부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경선에서 문 대통령과 경쟁했던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도 문 대통령을 위해 단결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 지사 아들인 정균 씨와 이 시장 부인인 김혜경 씨는 문 후보 유세를 지원하기도 했다. 안 지사는 선거가 끝난 5월 9일 열린 대통령 당선 기념행사에서 문 대통령 볼에 기습 뽀뽀해 화제가 됐다. 이 시장은 5월 10일 SNS에 “경선은 전쟁이 아니라 경쟁일 뿐이고 경쟁은 경쟁으로 끝나야 한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대한민국의 전진을 위해 함께 하겠다. 우리는 하나의 팀원이다. 작은 차이를 넘어 함께 해달라”고 밝혔다.
# 외곽 자문 그룹
외곽의 각계 전문가들 또한 문 대통령을 적극 도왔다. 2016년 10월 출범한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을 통해 문 대통령을 돕겠다고 나선 전문가는 1000여 명을 육박했다. 특히 좌장 역할을 맡았던 조윤제 서강대 교수는 ‘사람중심 경제,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J노믹스’ 기틀을 다졌다. 조 교수는 이번 정부에서 요직에 기용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조대엽 고려대 교수와 김기정 연세대 교수는 정책공간 국민성장에서 각각 부소장과 연구위원장을 맡았다.
박근혜 대통령 후보 시절 경제 가정교사로 불렸던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가 위원장으로 있는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는 재벌개혁 등 경제공약을 주도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부위원장을 맡았다. 김 교수는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장, 경제개혁센터 소장 등을 지냈다. 공정거래위원장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문 대통령이 검찰 개혁을 부르짖고 있다는 점 때문에 법조계 인사도 눈길을 끈다. 우선 민정수석으로 발탁된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 교수는 캠프에 합류하진 않았지만 문 대통령에게 각종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무현 정부 법무비서관과 시민사회비서관 등을 지냈던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문 대통령과 함께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하다(2011년)>를 내기도 했다. 책 내용을 살펴보면 문 대통령의 검찰 개혁 방안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선거대책위원회 법률지원단장으로 활약한 신현수 김앤장 변호사도 핵심 법조계 인맥으로 꼽힌다. 신 변호사는 법무부 장관 후보에 오르내리고 있다.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 백군기 전 의원과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 등은 문 대통령 안보 라인으로 꼽힌다. 황 전 총장은 대선 직전 캠프에 합류했다. 백 전 의원은 민주당 안보 담당 원내부대표 등을 거쳤다. 송 전 총장도 문 대통령의 안보 정책 수립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