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는 3호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의 유력한 후보로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통신사들과 인터파크를 꼽고 있다. 최근 통신사들은 핀테크(금융과 IT가 결합한 서비스)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0월 하나금융지주와 합작해 생활금융 플랫폼 서비스 업체 ‘핀크’를 설립했다. LG유플러스도 지난 1월 NICE평가정보와 통신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모형 ‘텔코스코어’를 개발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기반이 핀테크이니만큼 통신사들의 진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인터파크는 2015년 SK텔레콤, IBK기업은행, GS홈쇼핑 등과 함께 아이뱅크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시도했지만 K뱅크와 카카오뱅크에 밀렸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아직까지 인터넷전문은행 재진출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고 전했다.
금융권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KB국민은행과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 우리은행과 NH투자증권, DGB캐피탈은 K뱅크 주주로서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하고 있다. 아직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하지 못한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IBK기업은행 등이 진출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하나금융은 핀테크 사업을 함께 하고 있는 SK텔레콤과 컨소시엄을 구성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K뱅크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며 “미래의 금융은 디지털 금융화가 될 것으로 예상돼 4차 산업혁명 측면에서 보면 인터넷전문은행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후보로 언급된 기업들은 하나같이 “아직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계속 주시하면서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정부에서 구체적인 가이드를 내놓으면 여러 가지 따져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위는 ‘법률 개정이 완료된 후 인가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은산분리 규제 완화 법안이 통과된 후 3호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가이드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금융위는 ‘법률 개정이 완료된 후 인가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은산분리 규제 완화 법안이 통과된 후 관련 가이드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은산분리의 핵심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를 최대 10%(의결권 있는 지분은 4%)로 제한하는 것이다. K뱅크를 주도하는 KT나 카카오뱅크를 주도하는 카카오는 산업자본으로 분류돼 현재로서는 의결권이 제한된다.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의결권을 34%로 늘리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까지 국회 계류 중이다. 따라서 3호 인터넷전문은행의 인가 시기도 정해지지 않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정이 정해진 게 아니라 조건이 정해진 것”이라며 “은산분리 규제 완화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3호 인터넷전문은행을 희망하는 기업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후보로 꼽힌 기업들의 분위기도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지 않으면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쪽이 강하다. 기존 은행들과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IT기업의 기술력이 필요한데 4%의 의결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3호 인터넷전문은행 후보로 꼽히는 한 기업의 관계자는 “K뱅크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시중은행의 모바일 플랫폼이나 인터넷뱅킹과 크게 다르다고 보긴 어렵다”며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것”이라고 귀띔했다.
금융위나 인터넷전문은행 측은 지속적으로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K뱅크 사무실이 위치한 더케이트윈타워 건물 전경. 고성준 기자 joonko1@ilyo.co.kr
금융위나 인터넷전문은행 측은 지속적으로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은 은산분리 체제로 포괄하기 어려운 신규 산업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을 금융과 IT기술의 융합으로 나타난 새로운 비즈니스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은산분리 규제가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가 지난 2월 개최한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토론회’에서 고동원 성균관대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서 예외를 두더라도 향후 일반은행에 대해서도 은산분리 원칙이 무너지는 단초를 제공할 여지가 있다”며 “IT기업이 아닌 금융기관도 인터넷전문은행의 기술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새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이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은산분리 규제 완화 문제가 원점에서 재검토되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공약집에서 “재벌이 장악한 제2 금융권을 점차적으로 재벌의 지배에서 독립시킬 것”이라며 “금융계열사의 타계열사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고 계열사 간 자본출자를 자본적정성 규제에 반영하는 통합금융감독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금융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한편으로는 핀테크를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아직 정확한 입장을 파악하기 어렵다”며 “문 대통령 측 한 인사는 지분 규제가 아닌 다른 방법을 동원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는 취지의 이야기도 했다”고 전했다. 실제 문 대통령의 경제자문 역할을 하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교수는 “은산분리 같은 구체적인 이슈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