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구분하자면 이번에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한국 영화는 홍상수 감독의 <그 후>가 유일하다. 기대를 모은 봉준호 감독의 <옥자>는 한국 영화가 아닌 미국 영화다. 이는 영화진흥위원회 ‘공동제작 영화의 한국영화 인정’ 기준에 따른 것으로 ‘제작비의 20% 이상을 한국영화사가 투자해야 하는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다. 미국의 동영상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가 5000만 달러(약 60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자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영화는 한국 영화가 아닌 미국 영화다.
반면 <옥자>에는 한국 배우가 나온다. 틸다 스윈튼과 제이크 질렌할 등 외국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지만 안서현을 중심으로 변희봉 윤제문 등의 한국 배우들도 출연한다. 미국 뉴욕이 영화의 주된 배경이 되지만 영화는 강원도 산골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한국 촬영 분량이 존재하며 한국 배우들이 출연한다. 감독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봉준호다.
사실 <옥자>는 <설국열차>와 유사점이 많다. <설국열차>에는 외국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 송강호가 버티고 있다. 촬영은 설국열차라는 가상의 공간을 주된 배경으로 해 한국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설국열차>는 한국 영화지만 제작비 투자 비율로 인해 <옥자>는 한국 영화가 아닌 미국 영화다. 제70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을지라도 한국이 아닌 미국의 영광이다.
<옥자>는 극장 개봉 영화가 아닌 스트리밍 서비스를 전제로 하는 넷플릭스 기반 영화다. <옥자>를 포함해 두 편의 스트리밍 서비스 영화가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세계 영화계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프랑스 극장협회가 강하게 반발하는 등 논란도 많았다. 극장에서 상영된 뒤 3년이 지나야 스트리밍 서비스를 할 수 있는 프랑스 법 때문으로 결국 칸 국제영화제는 내년부터 프랑스 내 극장 상영작만 경쟁 부문에 출품될 수 있도록 규정을 변경했다.
<그 후>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로 이번에도 김민희가 출연한다. 두 사람의 네 번째 영화로 요즘 이들의 기세가 무섭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김민희가 은곰상(여우주연상)을 받는 쾌거를 이룬 뒤 곧바로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것. 국내에선 불륜 논란의 홍 감독과 김민희 영화라는 점에서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칸 현지에선 황금종려상 유력 작품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문제는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전까지 그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은 영화였다는 점이다.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출품이 임박한 시점에서도 이 영화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고 대신 20번째 장편영화이자 김민희와의 세 번째 작품으로 역시 자세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클레어의 카메라>가 출품될 것으로만 알려졌었다. 그렇지만 비경쟁 부문인 특별상영 부문에 초청됐고 베일에 가려진 <그 후>가 경쟁부문 진출의 영예를 안았다. 그럼에도 <그 후>에 대한 정보는 여전히 국내 영화사이트에 전혀 공개되지 않았고 IMDB 역시 제목만 ‘Untitled Hong Sang-soo Project’에서 ‘Geu-hu(그 후)’로 바뀌어 있을 뿐 시놉시스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대신 칸 국제영화제 홈페이지에 영화정보가 공개돼 있는데 김민희가 첫 출근한 작은 출판사 이야기로 상사인 권해효가 불륜에 빠져 힘겨워하고 있는데 그 사실을 알게 된 부인이 사무실을 찾으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그런데 부인은 불륜 상대를 김민희로 착각해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러닝타임은 92분이다.
이처럼 이번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된 두 편의 한국 영화는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옥자>는 ‘한국 영화인 듯 한국 영화 아닌 한국 영화 같은 미국 영화’인 데다 <그 후>는 불륜 논란 이후 지독하게 한국 관객에게 불친절한(적어도 개봉 이전 영화 정보 공개에 있어서는) 홍 감독의 영화다. 잘 아는 미국 영화 <옥자>와 전혀 모르는 한국 영화 <그 후>, 이젠 수상 결과를 기다려 볼 일만 남았다.
신민섭 기자 ksimany@ilyo.co.kr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