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에스프레소에서 판매하는 문 블렌드(왼쪽)와 메뉴판 사진.
5월 9일 서울 종로 부암동에서 27년째 카페를 운영하는 마은식 클럽에스프레소 대표는 페이스북에 “문재인 후보는 우리 커피숍 단골손님이었다. 하루에 3번씩 오고 원두도 사갔다. 콜롬비아(4), 브라질(3), 이디오피아(2), 과테말라(1), 항상 이렇게 블렌딩을 해갔다. 나는 그때부터 이걸 문재인 블렌딩이라 생각했다. 이 블렌딩 비율은 30년 이상 커피 오리지널 마니아들만 아는 황금 비율이다”라고 밝혔다.
이는 인터넷 상에서 ‘문재인 커피’로 화제를 모았다. 블렌딩은 서로 다른 종류의 생두를 일정비율로 혼합해 새로운 커피를 만드는 작업이다. 클럽에스프레소는 문 블렌드, 문 라떼 등 문 대통령 관련 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콜롬비아(4), 브라질(3), 이디오피아(2), 과테말라(1) 블렌딩 비율에 ‘문’이라는 키워드를 붙인 것이다.
5월 16일 기자가 직접 찾은 클럽에스프레소는 문재인 커피를 찾는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클럽에스프레소 관계자는 “문 블렌드를 찾는 사람이 많다. 부산과 경남 거제 등 지방에서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손님들이 많아졌다.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다. 인천 등 수도권에서 오는 분들은 문재인 커피가 동날까봐 미리 주문도 한다. 문 대통령이 예전에 카페를 자주 오셨다”라고 귀띔했다.
문재인 커피는 다른 지역에서도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있는 카페 몽크로스도 문재인 커피 판매를 시작했다. 몽크로스 관계자는 “우리는 로스팅을 직접 한다. 문재인 블렌딩 비율로 로스팅을 해봤는데 정말 맛있는 커피가 나왔다. 깊은 커피 맛이 우러나왔고 설탕을 넣지 않았는데도 원두 자체에서 단맛이 났다. 손님들도 신기하다며 문재인 커피를 자주 찾는다. 첫날엔 두 잔 나갔지만 지금은 열 잔 이상 꾸준히 팔린다. 따로 현수막을 걸지 않고 매장에 적어놨는데도 커피 인기가 상당하다”라고 전했다.
한 바리스타는 “보통 일반인은 바리스타처럼 전문가가 아니다. 블렌딩을 따로 해서 먹지 않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진짜 커피를 아는 사람 같다. 수시로 대륙별 원두를 접하는 바리스타들도 잊고 있었던 블렌딩 비율이다. 문 대통령이 선호한 콜롬비아(4), 브라질(3), 이디오피아(2), 과테말라(1) 비율이 이렇게 맛있는 줄은 몰랐다. 깊은 단맛이 일품이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착용한 ‘문템’도 이목을 끈다. 부산에 있는 한 안경점 대표는 최근 인스타그램에 문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하나도 안 늙으시고 그대로시군요. 5년 전 안경을 바꿔드리고 마음 고생 많으셨는데 이제야 좀 마음이 놓이네요”라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렸다. 부산 지역의 다른 안경점들도 최근 인스타그램에 ‘#문재인 안경’ 해시태그를 경쟁적으로 달고 있다.
출판업계도 들썩이는 모습이다. 출판사 북로그컴퍼니는 최근 ‘문 대통령 당선 축하 스페셜 이벤트’를 시작했다. 5월 10일 북로그컴퍼니는 페이스북에 “오늘 아침, 다들 기분 좋게 문모닝 하셨나요. 5월 10일 대통령님과의 1일을 기념하며 51명 독자들께 ‘글씨 교정, 바른 맞춤법’ 책을 드립니다”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북로그컴퍼니 블로그엔 “문 대통령님의 선거공보물에 활용돼 희망을 전달했던 만능 컬러인 파란색을 표지로 썼다”라고 보탰다.
북로그컴퍼니 김정민 대표는 “저와 출판사 직원들이 문 대통령이 당선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선거 전부터 책 출판을 준비했다. 2011년 당시 일본에서 한류 콘텐츠 사업을 활발히 하고 있었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독도 방문으로 타격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 사드 배치로 최근 중국 쪽에서 진행하던 저작권 판매 사업도 막혔다. 정권교체에 대한 간절한 희망이 있었다. 문 대통령 당선 기념 이벤트를 할 수 있어 기쁘다”라고 밝혔다.
서점가는 문 대통령 저서 관련 이벤트에 돌입했다. 전자책 전문 서점 북큐브는 ‘19대 대통령 문재인의 생각과 삶을 엿보다’라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북큐브는 최근 ‘사람이 먼저다’, ‘만화 문재인’ 문 대통령 관련 전자책에 대한 특별 할인 행사를 기획했다. 온라인 서점 YES24 역시 ‘문재인 대통령을 읽는다’라는 이벤트로 할인 행사에 들어갔다. YES 24 측은 “19대 대통령 문재인의 삶, 생각, 정책을 소개합니다. 우리가 꿈꾸는 새로운 국가 모습을 담은 책도 함께 소개합니다”라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강연 업체에서도 문재인 마케팅이 한창이다. 교육컨텐츠 공급업체 어벤져스쿨 측은 ‘문재인 당선 기념 41%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41%는 문 대통령 19대 대선 당시 기록한 득표율이다. 어벤져스쿨 관계자는 “지루한 이벤트보다는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고 싶었다. 처음엔 문 대통령 관련 이미지를 걸고 이벤트를 진행할 생각도 있었지만 문제가 될 수 있어 득표율로 작은 변화를 줘봤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득표율인 24% 할인 이벤트도 기획했었다. 하지만 낙선 후보를 대상으로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라고 밝혔다.
부산 지역의 한 자동차부품 업체는 ‘문 대통령 당선 기념 왕대박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업체 측은 “정치·경제·사회가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때입니다. 우리가 열망하던 문재인 씨가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문 대통령님의 당선을 축하하며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라며 인스타그릴 무료 제공 서비스를 선보였다. 업체 관계자는 “지난 대선 때 문 대통령을 지지했는데 낙선을 해서 아쉬웠다. 아무래도 고객들 반응이 남다르다. 문의가 늘고 있지만 고객들에게 문 대통령을 지지하느냐고 묻지는 않는다. 이쪽(PK) 지역에선 예민한 부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하고 있는 것 같아서 당당하게 이벤트를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전 교수는 “과거에는 거대한 이념으로 정치를 소비했다. 정치인들 구호나 이념을 자신들에게 체화시켜서 소비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의미를 부여하는 형태로 소비 색채가 바뀌었다. 정치 영역보다 개인의 소비 영역이 더욱 커지면서 일어난 변화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공급자들이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스스로 소비자가 되는 것이다. 아이돌 스타들에게 열광하는 팬들의 심리와 비슷하다”라고 분석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