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를 나와 광화문 집무실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청와대 전경. 일요신문DB
‘광화문 대통령’ 공약은 청와대의 대통령 집무실과 부속실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이전하고, 대통령 숙소는 삼청동에 위치한 국무총리 관저를 사용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다. 문 대통령은 국회에서 취임선서를 진행한 후 “준비를 마치는 대로 지금의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청와대는 이전부터 국민들이 출입할 수 없는 대통령만의 권위적인 공간으로 인식됐다. 때마침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는 최순실게이트로 인해 청와대가 국정농단의 본거지로 낙인 찍히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대 대선에 출마했을 당시에도 ‘광화문 대통령’ 공약을 내걸었는데 박 전 대통령의 밀실행정 이후인 지금 획기적인 공약으로 시선을 끌고 있다.
이제 광화문은 촛불집회의 상징이다. 대통령이 광화문에 집무실을 두겠다는 것은 국민들과 함께 소통, 화합하고, 국가행정 역시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는 파격 행보다. 이미 청와대 내부에서는 ‘청와대 이전 TF팀’을 꾸려 본격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문 대통령의 50년 지기 친구인 승효상 이로재 대표가 문 대통령의 청와대 이전안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승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2019년 이후 새 청와대가 광화문으로 이전할 것”이며 “광화문으로 이전할 새 청와대는 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와 경복궁 내 일부 시설에 분산 입주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대통령 집무실 물망에 오르고 있는 곳으로는 정부서울청사 본관이나 창성동 별관, 외교부 청사, 서울지방경찰청사 등이 있었다. 정부서울청사 본관이 집무실로 가장 유력해지면서 지금 본사에 있는 행정자치부는 서둘러 세종시로 이전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현실적인 어려움도 따르고 있다. 먼저 대통령의 신변을 보호해야 하는 경호 역시 청와대에서 대통령의 생활반경으로 이동해야 한다. 통행 인구가 유동적이고 변수가 많은 광화문 일대에서 청와대에서처럼 경호가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문 대통령은 또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국무총리 공관을 대통령 관저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원래의 삼청동 공관에서 거주하기로 돼 있는 국무총리는 세종시 국무총리공관을 주요 거처로 삼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삼청동 공관에서 자동차로 광화문 집무실까지 출퇴근을 하게 된다면 경호 인력이 어떻게 경호를 할지도 해결돼야 할 과제로 떠오른다.
광화문 일대에서 삼청동 총리공관까지 가려면 사직로8길을 지나 종로1길을 거쳐 삼청로에 진입을 해야 한다. 종로1길은 항상 혼잡한 구간으로 출퇴근 시간 삼청동 주민뿐만 아니라 근처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의 불편함을 가중시킬 수 있다. 대통령 차량이 통행할 때는 일부 차량을 통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교통신호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교통 흐름이 끊기지 않으면서 대통령 차량이 함께 가는 주행이 가능하다는 대안이 제기됐지만 역시 경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또 촛불집회의 상징인 광화문 광장에서 더 이상 촛불집회를 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현행법상 대통령이 근무하는 건물 100m 이내 지역은 집회시위가 금지되기 때문이다.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 등 대규모 집회를 비롯해 어떠한 종류의 집회도 개최할 수 없게 된다. 광화문 광장에서 수많은 시민단체들의 집회와 문화제, 기자회견 등을 열고 있다. 이런 부분도 대부분 금지될 수 있다. 또한 월드컵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열릴 경우 광화문 광장에서의 길거리 응원도 어려워질 수 있다.
청와대 개방은 2019년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아직 많은 시일이 남은 상황에서 세종시 수도 이전과 같은 정치적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문 대통령의 평가나 정치 상황이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데다 차기 대통령이 청와대 개방을 유지할지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는 많은 이들은 청와대 개방을 희망하고 있다. 정부서울청사 내 경호시설 마련 등의 문제가 남아 있어 문 대통령이 실제 서울청사로 집무실을 이전하는 일은 내년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대통령 집무실 개조작업이 뒤따라 진행되는 동안에는 청와대에서 집무와 거주가 유지된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
청와대 인근 상권은? “서촌 땅값 뛰어도 개발 어려워” 청와대가 개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커지면서 청와대 인근 상권 개발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청와대 인근의 상권으로는 북촌과 서촌을 꼽을 수 있다. 두 군데 모두 청와대로 인해 개발이 제한돼 있었고 이로 인해 서울의 과거 모습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의 옛 모습이 상당한 경쟁력을 발휘하며 뜨는 동네가 돼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젠트리피케이션이란 낙후된 구도심이 활성화되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청와대가 시민에게 개방되고 광화문 집무실 시대가 열릴 경우 서촌 일대는 개발 열풍이 불 수 있다. 북촌은 그 반대다. 대통령 관저가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옮겨갈 경우 북촌 지역은 청와대보다 더 가까운 지역에 대통령 관저를 맞이하게 돼 오히려 경호 등이 더욱 강화될 수도 있다. 그러나 부동산 관계자들은 서촌 개발은 사실상 힘들다고 전망하고 있었다. 청와대가 시민에게 개방될지라도 서울시의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규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북촌과 서촌의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기 위해 프랜차이즈 등의 신규입점을 금지하고 건축물의 높이를 제한하고 휴게 및 일반음식점 입지를 제한하는 등의 지구단위계획 재정비안을 마련했다 청운효자동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김 아무개 씨는 “높이와 용도에서 이미 제한이 있기 때문에 더 개발이 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청와대가 개방돼 관광객이 많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땅값은 분명히 오르겠지만 높이 제한이 있어서 재건축이나 재개발 수요는 적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서촌이 관광지로 유명해진 것은 옛날 시설물이 그대로 보존돼서지 새롭게 개발된다면 기존에 유지하는 관광지의 매력은 사라질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반면 청와대가 시민에게 개방된 뒤 서촌 일대에서 상당한 분쟁이 야기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청운효자동에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유 아무개 씨는 “청와대 개방은 재개발의 기회일 수 있는데 개발 제한이 걸려 있어 안타깝다”며 “지금의 서촌보다 더 나은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텐데 서울시의 지구단위계획이 변경되기 이전에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
지도로 돌아올 청와대 국가안보상의 이유로 국내 지도에 표기되지 않았던 청와대가 개방되면 지도로 돌아올 수 있게 된다. 구글 지도를 제외한 국내 지도에서는 청와대를 찾아볼 수 없다. 어떠한 표기도 없이 산으로 구분돼 있다.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나가고 관광지로 탈바꿈하면 안내의 목적으로 청와대가 지도에 표기될 가능성이 크다. 지도 상에서 청와대가 표기돼 있지 않다. 보안상의 이유로 청와대를 지도에 표기하지 않은 것과는 달리 역대 대통령 다수의 자택은 지도에 표기돼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내곡동으로 이사 가기 전에 거주했던 삼성동 자택은 지금까지도 박근혜 대통령 사저로 나와 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생존하고 있는 역대 대통령들의 자택 지도도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다.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