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신세계 그룹 실적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박정훈 기자
업계 2위 현대백화점의 올 1분기 매출액은 495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 증가했고,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384억 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35% 증가했다. 그러나 현대백화점의 영업이익이 급증한 데는 부과세 환급금 407억 원이 한 몫을 했다. 올 1분기에 반영된 부가세 환급금을 제하면 현대백화점의 1분기 영업이익은 977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오히려 4% 이상 감소했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이 고전하는 동안 신세계백화점의 실적은 고공행진을 보였다. 신세계백화점의 1분기 매출액은 4545억 원,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77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 25% 증가했다. 이 같은 매출 신장에 지점 확대 효과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동대구·하남 등에 복합쇼핑몰을 개점하는 등 공격적인 확장정책을 펼쳤다. 재계에서는 백화점업계 3위인 신세계가 업계 2위인 현대백화점을 턱밑까지 추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현대백화점의 점포수는 15개, 신세계백화점은 13개다. 올 1분기 시장점유율도 현대백화점은 전체의 28%, 신세계백화점은 27%를 차지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2015년 시장점유율은 23% 수준이었다.
업계 2위 현대백화점을 3위인 신세계백화점이 바짝 추격하고 있다. 유장훈 기자
유통업계에서는 신세계의 가파른 성장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말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신규출점이 늘면 매출이 증가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며 “신세계의 점포 확장 수준에서는 매출이 20~30% 증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올해 백화점 신규출점 계획이 없는 현대백화점은 뚜렷한 매출 신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2월 발표한 리포트 <소비지표 악화부담>에서 “올해 현대백화점은 신규 점포 효과에 의한 이익 증가가 거의 없다”며 “특히 백화점이 의류와 같은 사치재 판매 비중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50대 이상 연령층의 소비심리 악화는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무한경쟁 환경이기 때문에 순위 경쟁보다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세계의 급격한 외형성장에 업계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현대백화점으로서는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실적을 공시하는 데 매출 집계 방식이 저마다 달라 사실상 신세계가 현대백화점을 따라잡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업계 순위는 기업 입장에서 자존심이기도 하다”며 “오는 8월 고양 스타필드에 신규 백화점이 출점할 전망이라 백화점 부문 매출 신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대백화점은 아울렛 매장이 백화점 매출과 함께 실적에 집계돼 백화점 부문만 놓고 보면 순위가 바뀔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
새 정부 둘러싼 유통업계 동상이몽 ‘규제 강화 해도, 사드 해결된다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유통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전통시장 보호를 강조해온 탓에 유통업계 관련 규제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복합쇼핑몰 규제와 의무휴업제도가 현실화되면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훨씬 어려워질 전망이다. 신규 출점이 어려워질 뿐 아니라 대형마트에만 적용되던 월 2회 의무휴업이 복합쇼핑몰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는 복합쇼핑몰을 운영하는 롯데와 신세계는 새 정부의 규제 강화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지만, 백화점을 위주로 운영하는 현대백화점은 비교적 타격이 덜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실제로 신세계는 최근 부천시에 신설하기로 했던 백화점 사업을 연기했다. 롯데그룹의 상암 복합쇼핑몰 설립 계획도 오리무중이다. 롯데쇼핑은 복합 쇼핑몰을 짓기 위해 매입한 서울 상암동 부지에 허가가 나지 않아 인허가권자인 서울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낸 상황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해 유통규제는 강화될 것이라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며 “솔직히 국내 시장에서 매출 증대 기대감은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 정부가 사드 문제 해결 의지가 강해 중국 시장에서 매출이 다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드 문제가 완화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