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제임스 코연방수사국 국장(오른쪽)을 전격 경질한 이후 러시아 내통설 관련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탄핵 사유로는 반역, 뇌물수수, 기타 중범죄 및 경범죄 등 세 가지가 있다. 이 가운데 FBI에 수사를 중단하도록 압력을 가한 것으로 알려진 트럼프의 경우에는 ‘중범죄 및 경범죄’에 해당될 수 있다. 그렇다면 ‘중범죄 및 경범죄’란 무엇을 뜻할까. 이에 대해 <뉴요커>는 공익을 해치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가령 권력 남용, 윤리 위반, 헌법 유린을 통해 공익에 반하는 행위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탄핵안 발의는 하원에서 다수결에 의해 결정된다. 과반수가 동의할 경우 탄핵안이 발의되고, 상원으로 넘어간 탄핵안은 상원의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통과된다. 현재 상원의원 100석 가운데 공화당은 52석, 민주당은 48석이다. 때문에 설령 탄핵안이 발의되더라도 상원을 통과할 확률은 낮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뉴요커>는 탄핵의 여부를 결정짓는 것은 어쩌면 위법 행위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탄핵은 사법절차라기보다는 정치적 책임감을 가늠하는 도구라는 것이다. 마이클 게르하르트 노스캐롤라이나대학 교수는 “위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증거는 대통령의 탄핵을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보다는 실제 탄핵 여부를 결정짓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적인 지지율이라는 것이다. 게르하르트 교수는 “첫째, 국민들 사이에서 지지율이 높은 경우, 둘째 여당과의 관계가 친밀한 경우, 셋째 의회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에는 실제 탄핵될 위험이 낮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퍼게이트’로 탄핵 위기에 처했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경우를 예로 든 그레고리 크레이그는 “기본적인 관점은 탄핵 절차 역시 정치적인 과정에 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변호인단에 속해 있었던 크레이그는 당시 논란이 됐던 구체적인 증거보다는 민주당 의원들과 미국인들의 지지를 얻는 데 더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우선 변호인단은 클린턴을 당파 싸움의 희생양으로 몰고 갔다. 편가르기 전략을 사용했다고 털어놓은 크레이그는 당시 언론 브리핑을 통해 “스페인의 종교재판 이래 가장 불공평한 절차다”라고 몰아붙였는가 하면, “한밤중에 클린턴 대통령의 손발을 묶고 옷장에 가둔 다음 전등을 끄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리고 채찍질을 하는 것이다”라는 비유를 들면서 항변하기도 했었다.
놀랍게도 이런 전략은 들어맞았다. 클린턴의 탄핵 소추안이 발의됐던 지난 1998년 12월, 클린턴의 지지율은 무려 73%에 달했다. 이는 취임 후 최고 수준이었고, 결국 탄핵안은 상원에서 부결됐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어떨까. 아마 실제 탄핵 위기에 몰릴 경우 변호인단은 위의 경우를 교훈삼아 전략을 짜겠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걸림돌이 있다. 바로 낮은 지지율이다. 트럼프는 전국적인 지지율은 물론이요, 공화당 내에서도 별로 인기가 없다. 최근 여론조사기관인 ‘퍼블릭폴리시폴링(PPP)’이 탄핵 찬반 여부를 묻는 조사를 실시한 결과, 탄핵에 찬성하는 응답자는 48%에 달했다. 반대는 41%였다.
국정 지지율도 40%대 초반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이는 갤럽이 역대 신임 대통령의 지지율을 조사한 이래 최저 수준이다. 트럼프의 지지율이 이렇게 낮은 이유는 그간 끊이지 않았던 러시아 내통설, 장녀인 이방카 부부의 사익 추구 위험성, 반복되는 거짓말로 무너진 신뢰, 소통 부재 등이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낮은 지지율은 위급한 경고 신호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헤리티지재단의 선임경제학자이자 선거 당시 트럼프 고문으로 활동했던 스티브 무어는 “40%의 지지율로 미국을 통치할 수는 없다. 절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미국인 절반 이상이 지지하지 않을 경우, 양당의 그 어느 누구도 트럼프를 위해 애를 쓰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분명 심각한 위험 신호다”라고 덧붙였다.
‘이미 한 배를 탔다’면서 트럼프 편에 섰던 공화당 의원들 가운데 일부는 트럼프를 만날 때마다 두 가지 이유로 깜짝 놀란다고 입을 모았다. 첫째, 트럼프가 생각했던 것보다 친근한 인물이어서 놀라고, 둘째 트럼프가 생각했던 것보다 아는 것이 너무 없어서 놀란다는 것이다. <위클리스탠포드>의 선임에디터인 윌리엄 크리스톨은 “다수의 의원들은 트럼프가 정책 관련 지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알고는 놀라워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대통령이라고 해서 건강보험 법안이나 세금 법안의 세세한 부분까지 다 알 필요는 없다. 그런 이유 때문에 보좌관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기본적인 이해력조차 없다면 어떨까. 바로 이 점이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한 크리스톨은 “가령 레이건의 경우에는 모든 현안에 대해 다 알고 있지는 않았지만 브리핑 자료를 읽은 후에는 기본적인 쟁점 사항에 대해서 이해는 하고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그 수준도 안 된다”고 말하면서 트럼프가 탄핵될 가능성을 1~50% 사이 어딘가라고 점쳤다.
트럼프 정부의 투명하지 못하고 비윤리적인 태도 역시 낮은 지지율에 한몫하고 있다. 가령 지난 4월 트럼프는 백악관 방문객 명단을 공개하는 것을 일절 중단했다. 무슨 이유에선지 누가 대통령과 백악관 참모들을 방문했는지 일반에게 공개하길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워싱턴의 책임과 윤리를 위한 시민들(CREW)’ 단체는 현재 트럼프를 상대로 연방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트럼프가 ‘공직자가 이해관계에 있는 외국인사로부터 선물이나 향응을 제공받는 것을 제한하도록 하는’ 헌법의 규정을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이 단체는 백악관에서 멀지 않은 트럼프인터내셔널 호텔을 예로 들었다. 외국의 고위인사들이 워싱턴을 방문할 때마다 트럼프의 눈치를 보면서 일부러 이 호텔에 묵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 아시아계 외교관은 지난해 11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도시를 방문해서 ‘당신 경쟁업체 숙소에서 머물겠다’고 말하면 무례한 게 아닌가?”라고 말한 바 있다.
호텔 및 레스토랑 업계에 종사하는 두 명도 이 소송에 가담한 상태다. 이들은 트럼프의 사업체가 불공평한 특혜를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가운데 한 명은 “이것은 정치 문제가 아니다. 나는 공화당원이다. 내가 소송에 참가한 것은 대통령이 내 밥줄을 빼앗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많은 학자들 역시 만일 트럼프가 탄핵될 경우, 가장 그럴 듯한 사유는 부패와 직권 남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버드로스쿨의 노아 펠드먼 교수는 공직을 이용해서 사익을 추구한 경우 탄핵 사유가 될 만한 불법 행위가 된다고 말했다. 가령 얼마전 미 국무부 홈페이지가 트럼프 개인 소유의 마라라고 리조트를 홍보하는 듯한 게시물을 올렸다가 삭제한 것이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 당시 이 게시물은 대통령의 사유 재산을 홍보했다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대선 때부터 뜨거운 감자였던 탈세 의혹도 트럼프의 발목을 잡고 있다. 대선 전 약속과 달리 납세자료를 여태 공개하지 않고 있는 점도 불신을 쌓는 데 일조하고 있긴 마찬가지다. 이에 트럼프의 납세자료 공개를 요구하는 백악관의 청원 페이지에는 5월 17일 기준 약 109만 5000명이 서명한 상태다. 이는 백악관 역대 최대의 규모다.
상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이 탄핵에 동참하지 않는 한 사실상 트럼프가 탄핵될 가능성은 낮다. 그렇다면 혹시 트럼프가 중도 사임하게 될 다른 가능성은 없을까. 이에 <뉴요커>는 탄핵 외에 한 가지 방법이 더 있다고 말했다. 바로 수정헌법 제25조 4항에 따라 파면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제25조 4항이란 만일 대통령이 대통령의 권한과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라고 판단되는 경우 대통령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이때 판단은 부통령과 내각의 다수, 또는 의회가 임명한 의료진이 결정한다.
이때 대통령직 수행이 불가능한 상태를 명확히 정의 내리기란 사실 모호한 점이 있다. 다만 1967년 신설된 제25조 4항의 초안을 작성했던 의원들은 최종 결정이 의료진에게만 있지 않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보다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 전문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대통령이 정상적인 생활을 못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된 상태보다는 정신적 장애가 있을 경우에 더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정신의학 전문의들은 ‘골드워터 규약’에 따라 정치인들의 정신 건강 상태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을 꺼리고 있다. ‘골드워터 규약’이란 직접적으로 당사자를 진찰하지 않은 경우, 진단을 내리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당사자의 동의 없이 의학적 소견을 공개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트럼프의 경우에는 이런 규칙이 계속해서 무시되고 있다. 이미 5만 명의 정신의학 전문가들이 “트럼프는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너무 심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때문에 수정헌법 제25조에 따라 파면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진정서에 서명을 한 상태다.
이 가운데 한 명인 랜스 도즈는 “트럼프의 경우에는 ‘골드워터 규약’이 다른 윤리 의무보다 더 중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도즈는 “트럼프는 앞으로도 계속 그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 사람들의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만일 그 도전을 개인에 대한 공격으로 인식하는 대통령이라면, 편집증적 분노가 폭발하고, 급기야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도즈를 비롯한 정신과 전문의들은 트럼프가 ‘위험한 자기애’에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사람들은 과장하는 것을 좋아하고, 칭찬을 좋아하며, 가학적이고, 비현실적인 환상에 빠져 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런 진단에 반대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듀크의과대학의 명예교수인 앨런 프란시스는 공개 진단을 자제해줄 것을 당부하면서 “어쩌면 트럼프는 세계 최고의 자기도취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를 다른 시각에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뉴욕대학의 정신의학과 전문의인 제임스 길리건은 “트럼프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가보다 그가 위험한 인물인가 아닌가가 더 큰 문제다”라는 점을 지적했다. ‘과학 및 글로벌 보안 프로그램’의 연구 교수인 브루스 블레어 또한 “만일 트럼프가 공군 장교이고, 어떤 식으로든 핵무기와 관련된 임무를 맡았다면 모두 37개 문항(예: ‘자주 이성을 잃는 편입니까?’)으로 이뤄진 인사 신뢰도 프로그램(PRP)을 반드시 통과해야 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하지만 장담컨대 트럼프는 이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미국 역대 대통령 “절반이 정신질환” 충격 2006년 듀크대학의 정신과 전문의들이 진행한 연구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미국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절반가량이 한 번쯤은 정신질환을 앓았다는 결과가 그것이었다. 이는 워싱턴부터 닉슨까지 37명의 대통령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 결과였다. 이 가운데 49%는 정신질환의 범주에 해당하는 우울증, 불안증세, 약물 남용 등의 증상을 겪었다. 그런가 하면 열 명, 혹은 네 명 가운데 한 명은 재임 기간 중에 이런 증상이 나타났다. 아마 이런 경우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데 있어 분명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때문에 이런 정신질환 증상은 역사적 사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했었다. 가령 프랭클린 피어스 전 대통령은 취임 직전 아들이 열차 사고로 사망하자 극도의 우울증에 빠져 지냈다. 재임 시절 내내 우울증에 시달린 탓에 늘 시무룩했으며, 술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 결과 그는 당시 첨예하게 대립했던 남북 간의 긴장감을 해결하는 데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결국 남북전쟁이 촉발되는 사태에 직면하게 됐다.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은 베트남 전쟁이 격화되고 있을 때 망상장애 증상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타임즈>나 유엔, 또는 ‘하버드 출신들’로 이뤄진 엘리트 집단이 몰래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망상이었다. 이에 보좌관들은 비밀리에 정신과 전문의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했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시절에는 실제 제25조 4항이 적용될 뻔했었다. 1987년 당시 레이건의 나이는 76세였다. 이란-콘트라 스캔들 때문에 압박을 받고 있었던 레이건을 지켜본 보좌관은 어딘가 수상한 점을 눈치챘다. 대통령이 예전과 달리 부쩍 산만하고 부주의해졌기 때문이었다. 레이건 정부 시절 참모총장을 지냈던 하우드 베이커 주니어는 “대통령은 풀이 죽은 듯 보였지만 그렇다고 우울한 것 같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당시 레이건은 간단한 자료조차 읽으려고 하지 않았고, 직무는 뒷전인 채 방에 틀어박혀 영화나 TV만 보고 있었다. 보다 못한 베이커는 어느 날 몇몇 보좌관들을 호출했다. 이 가운데 한 명이었던 짐 캐넌은 “헌법을 적용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고, 모두들 대통령의 상태를 의학적으로 진단해보자는 데 동의했다. 다음 날 대통령과 점심 식사를 하면서 상태를 예의 주시했던 보좌관들은 하지만 레이건의 정신이 초롱초롱하고 쾌할한 것을 보고는 전날 밤 논의했던 문제를 덮어 버렸다. 하지만 퇴임 후 4년이 지난 1993년, 레이건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말았다.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