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KGC 인삼공사의 우승으로 마무리된 2016-2017 KBL 리그. 연합뉴스
[일요신문] 겨울 내내 바쁜 일정을 보내온 농구와 배구, 겨울스포츠 선수들의 휴식기가 한창이다. 각각 5월초와 4월초에 챔피언 결정전 일정을 마무리한 농구와 배구선수들은 다음 시즌을 기약하며 재충전에 돌입했다. 선수들은 각각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여름 비시즌을 보내고 있다. 이에 <일요신문>에서는 겨울스포츠 선수들의 ‘여름나기’를 짚어봤다.
시즌 일정이 끝나고 선수들의 가장 큰 관심 분야는 휴가다. 수개월간 쉴 틈 없이 경기를 치르고 훈련을 한 이들에게도 휴식이 필요하다. 많은 이들이 휴가를 받자마자 가족, 친구, 동료 등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 시즌 내내 이어지는 치열한 경쟁을 벗어나 새로운 환경과 문화 속에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다.
대만으로 우정여행을 떠난 양효진, 한유미, 배유나. 양효진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 시즌 성과를 자축하고 새시즌 각오를 다지는 팀 차원의 여행도 이어졌다. 역사적인 WKBL 통합 5연패를 달성한 아산 우리은행은 지난 4월 3일 두바이로 우승 여행을 떠났다. 5년 연속으로 여행을 가게 된 우리은행은 당초 첫 우승부터 3년 연속으로 갔던 하와이를 점찍었다. 선수단 익명투표 결과 하와이가 나온 것. 하지만 외국인 선수인 존쿠엘 존스와 모니크 커리의 적극 추천으로 이들의 행선지는 두바이로 변경됐다. 여행은 선수단을 포함해 감독, 코치, 트레이너와 사무국 직원들도 동행했다.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 우승팀 IBK 기업은행은 발리로 여행을 떠났다. 이들은 지난 15일은 스승의 날 이벤트를 갖고 17일 단체 영화 관람, 18일은 여행을 떠났다. 우승팀의 기쁨을 마음껏 누리고 있다. 정규리그 우승팀 흥국생명은 오는 20일 하와이로 출발한다고 알려졌다.
# 규정 손본 KBL, ‘단체훈련금지’ 놓고 논란
KBL에서는 이번 비시즌 전에는 없던 분위기가 감지됐다. 지난해 10월 사무국에서 정한 ‘단체훈련금지기간’이 처음으로 시행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간 KBL 규정에 시즌 종료 이후 60일간 단체훈련을 금지한다는 규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탄력적 운영’이라는 단서가 달리며 대다수의 구단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었다. 이에 KBL은 지난해 10월 탄력적 운영이 가능한 세부 규정을 삭제하고 모든 팀, 모든 선수가 일괄적으로 60일간 훈련을 금지했다. 감독, 코치 등과 함께하는 개인훈련도 불가능해졌고 재활훈련의 경우에만 트레이너가 함께할 수 있게 됐다.
스킬 트레이닝에 열중하는 등 개인시간을 보내던 일부 선수들은 지난 비시즌처럼 소속팀이 정해놓은 기간에 팀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그 시기는 KBL에서 선언한 훈련금지기간 중이었다. KBL은 이달 초 마무리된 플레이오프는 물론 정규리그도 지난 3월 26일 마무리됐기에 훈련금지 기간인 ‘시즌 후 60일’이 아직 지나지 않은 상태다.
언론에서도 일부 팀들의 이른 소집과 별다른 움직임을 취하지 않는 KBL 사무국을 지적하기도 했다. 훈련금지기간을 지키지 않은 팀의 일부 선수들은 이에 대한 불만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농구계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새롭게 시행되는 규정이기에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라고 본다”며 “훈련금지기간을 어기고 선수들을 소집했던 구단은 뒷말이 나오자 휴가기간을 연장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시대가 변했다”며 “과거에는 시즌이 끝나자마자 다시 훈련을 시작하다시피 하기도 했다. 이제는 선수들의 프로의식도 높아졌다. 쉬는 기간이 길어진다고 해서 해이해지지 않는다. 기술을 연마하거나 몸을 만들어서 팀에 합류하는 선수가 많다”고 말했다.
프로농구 외에도 다양한 프로스포츠에서 휴식의 중요성과 개인의 자율성이 강조되고 있다. 프로야구에서도 비시즌 단체훈련금지를 놓고 말들이 오갔던 바 있다. WKBL도 비슷한 규정이 있지만 기간이 30일로 짧아 큰 문제가 됐던 적은 없다. 프로배구에서는 이 같은 규정이 없다.
# 열기 더하는 에어컨 리그
야구는 팬들이 겨울마다 난로 앞에 앉아 선수 이동, 연봉협상 등을 놓고 활발하게 이야기를 나눈다는 의미에서 비시즌을 ‘스토브 리그’라고 부른다. 농구와 배구에도 이 같은 개념이 있다. 하지만 시즌을 치르는 계절이 야구와 반대이기에 ‘에어컨 리그’라고 불린다. 높아지는 기온만큼이나 농구와 배구계 에어컨 리그도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에어컨 리그 FA 최대어로 떠오른 가드 이정현. 연합뉴스
18일 현재 이들의 행보는 엇갈리게 됐다. 인삼공사는 FA 선수 원소속 구단 협상 마감일인 지난 16일 오세근과는 재계약했지만 이정현과는 계약이 결렬됐음을 발표했다. 정규리그, 올스타전, 플레이오프 MVP를 석권하며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오세근은 총액 7억 5000만 원(연봉 6억 원, 인센티브 1억 5000만 원)으로 계약기간 5년에 재계약 도장을 찍었다. 지난 시즌 총액 3억 3000만 원에서 227.3%가 인상돼 FA 대박을 터뜨렸다.
반면 인삼공사는 이정현에게도 오세근과 같은 7억 5000만 원을 제시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정현은 8억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이정현은 다른 구단의 영입의향서를 받고 그 결과에 따라 다른 팀으로 이적하게 됐다. 복수의 구단이 영입의향서를 제출하면 첫해 연봉 최고액 기준, 90% 이상 금액을 제시한 구단 가운데 선수가 선택해 계약할 수 있다. 오세근보다도 높은 연봉을 받을 수도 있다. 영입의향서를 제출한 구단이 없다면 원소속 구단과 다시 협상이 이뤄질 수도 있다.
팀을 4강으로 이끈 고양 오리온의 간판 김동욱도 시장에 나왔다. 김동욱은 협상에서 5억 원을 제시했고 구단은 4억 5000만 원을 제시해 협상에 도달하지 못했다. 지난해 6강에 들지 못한 팀들도 이정현과 김동욱을 영입한다면 곧장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이들의 거취에 많은 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 외에도 FA 시장에 나온 선수는 양우섭(창원 LG), 이시준(서울 삼성), 오용준, 이정석(이상 서울 SK), 정재홍(고양 오리온) 등이 있다.
WKBL에서는 FA자격을 얻은 대다수의 선수가 원소속팀과 재계약을 맺었다. 당초 ‘FA 최대어’로 꼽힌 포워드 김단비(인천 신한은행)도 재계약을 선택했다. 팀 에이스를 다른 구단에 내주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김정은만이 FA로 부천 KEB하나은행에서 아산 우리은행으로 팀을 옮기게 됐다.
V리그는 여자부에서 겨울 스포츠 중 가장 활발한 FA 이적이 이뤄지고 있다. 김수지, 김해란, 박정아, 염혜선 등 국가대표 선수들이 줄줄이 새 둥지를 틀었다. 김수지와 염혜선은 각각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에서 우승팀 IBK기업은행으로 팀을 옮겼다. 국가대표 리베로 김해란은 KGC인삼공사에서 흥국생명으로 이적했다. 지난 2016 리우올림픽에서 네티즌들로부터 많은 질타를 받았던 박정아는 기업은행에서 한국도로공사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높은 연봉이 보장된 우승팀에서 지난 시즌 최하위 팀으로 이적해 보는 이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는 “배구선수로서 가치를 높이고 싶다”며 공격에만 집중하는 역할보다 전천후 선수로서의 발전을 위해 이적을 택했다.
남자부는 우리카드 박상하가 삼성화재로 팀을 옮기며 화제를 모았다. 신치용 삼성화재 단장이 신진식 신임 감독의 요청에 직접 협상에 나서 국가대표 센터를 손에 넣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드럼통·고깔 놓고 드리블 그 이상 연마’…농구계 비시즌 화두는 스킬트레이닝 시즌이 끝나고 팀에서 휴가를 준다고 해서 선수들이 마냥 공을 놓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농구계에서는 이번 시즌 KBL의 단체훈련금지기간 시행이 겹치며 선수들의 비시즌 ‘스킬트레이닝’이 더욱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최고 농구리그인 NBA(미국프로농구) 선수들은 비시즌이 되면 저마다 스킬트레이너를 개인적으로 고용해 자신의 기술을 연마한다. 비시즌 기간을 활용해 부족했던 자신의 기술을 다듬고 보완해 시즌에 돌입하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한다. 슈퍼스타 스테판 커리, 르브론 제임스, 코비 브라이언트 등도 스킬트레이닝에 열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는 스킬트레이닝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했지만 국내에서도 차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김승현, 김현중, 박대남, 박찬성 등 프로 선수 출신들도 스킬트레이너로 나서고 있다. 18일 경기도 하남에 위치한 한 체육관에서는 박대남, 박찬성 트레이너의 지도 아래 유망주를 포함해 현직 프로농구 선수들도 땀을 흘리며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체육관에는 농구공 이외에도 드럼통, 고깔, 작은 사이즈의 공 등 농구 훈련에서 생소한 도구들이 즐비했다. 모두 스킬트레이닝에 사용되는 도구였다. 박대남 트레이너는 “과거엔 스킬트레이닝이라고 하면 ‘드리블만 한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었다”며 “드리블뿐만 아니라 피봇 등 기본적인 스텝, 움직임 등 전반적인 개인 기술을 배울 수 있다. 최근 2, 3년 사이 스킬트레이닝으로 효과를 본 선수들이 속속 등장하며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비시즌에도 20여 명의 프로 선수들이 박대남 트레이너의 손을 거쳐 갔다. 이들은 모두 개인적으로 돈을 지불해가며 스킬트레이닝에 열중했다. 박대남 트레이너는 “여기선 팀 단위 전술적인 훈련이 아닌 철저히 개인 훈련을 진행한다”며 “선수들이 개인 기술을 연마한다는 취지도 있지만 팀 훈련 합류 이전에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등 프로선수로서 자세를 갖춘다는 의미도 있어서 개인적으로 체육관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즌 중에는 KBL 리그 적응 등에 어려움을 겪던 키퍼 사익스(안양 KGC 인삼공사)가 그의 손을 거쳐 가기도 했다. 이후 사익스는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이며 팀을 챔피언 결정전으로 이끌었고 우승까지 차지했다. 프로팀에서도 스킬트레이닝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박찬성 트레이너는 “울산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선수들에게 ‘휴가기간에 체육관 찾아가서 스킬트레이닝 하라’며 권유하기도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군지 밝힐 수는 없지만 일부 유부남 선수들은 집에서 가사와 육아를 피하기 위해 더 열심히 운동하는 것 같기도 하다”며 웃었다. 이외에도 WKBL 부천 KEB 하나은행은 팀 단위로 스킬 트레이닝을 진행하고 있다. 일찌감치 다음 시즌 준비에 돌입한 하나은행은 이번 달 들어 팀 단위 전술훈련이나 체력훈련 없이 스킬트레이너를 초청해 선수 개인기량 향상에 열중하고 있다. [상] |
‘상무 역대 최강 전력 함박웃음’ KBL 별들 한꺼번에 입대 겨울 스포츠의 비시즌인 봄에는 휴가나 훈련 이외에도 선수들의 입대도 이어진다. 특히 KBL에서 각팀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던 선수들이 줄줄이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게 됐다. 팀들은 전력 공백이 우려되지만 반대로 상무는 전력 강화 효과를 누리게 됐다. 지난 4월 말과 5월초에 걸쳐 펼쳐진 KBL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입대 문제’를 두고 신경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4월 20일 열린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에 나선 양희종과 오세근(안양 KGC)는 “경기를 오래 치르면 며칠 쉬지도 못하고 입대해야 하니까 일찍 끝내자”며 상대인 김준일(서울 삼성)을 도발했다. 이에 김준일은 “못 쉬고 입대하더라도 7차전까지 승부를 끌고 가서 우승하겠다”고 응수한 바 있다. 결국 김준일은 5월 2일까지 경기를 치르고 5일간의 휴식 이후 입대했다. 지난 8일 김준일, 임동섭(이상 서울 삼성), 김창모, 허웅(이상 원주 동부), 문성곤(안양 KGC), 이승현(고양 오리온)이 나란히 논산 육군훈련소로 향했다. 이들의 합류로 상무는 ‘역대 최강급 전력’을 갖추게 됐다. 매년 우수 선수들이 몰리는 상무지만 이 정도 스타급 선수들이 한꺼번에 입대하는 경우는 드물다. V리그에서는 곽명우, 전병선(이상 OK 저축은행), 김동혁(대한항공), 박진우(우리카드), 정동근(삼성화재), 이수황(KB 손해보험) 등 6명이 오는 24일 입대를 앞두고 있다. 우리카드는 센터 포지션에 박상하의 이적에 이어 박진우까지 입대하며 전력 형성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