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공식 임기가 시작된 10일 오전 서울 홍은동 자택에서 나와 경호 의전차량을 타고 서울현충원으로 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마이바흐 S600 가드’로 이동했다. 연합뉴스
5월 10일 문 대통령은 자택에서 현충원으로 이동할 때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사 ‘마이바흐 S600 가드’에 올라탔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와 포드 익스플로러 밴 등 경호차 약 10대도 문 대통령 뒤를 따랐다. 문 대통령 차를 필두로 고급 자동차 군단이 서울 시내 한복판을 가로지를 때마다 장관이 연출됐다.
문 대통령이 탑승한 마이바흐 가드의 성능은 막강하다. 청와대 측은 경호상 안전을 이유로 성능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이 차는 태생부터 대통령급(VIP) 방탄 경호차로 제작됐다.
마이바흐 가드는 독일 방탄차 기준 VR9 등급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M60 기관총 총격뿐 아니라 차량 바로 밑에서 15㎏급 TNT 폭탄이 터져도 끄떡없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VR9 등급은 최상위 급이다. 방탄 기능의 종류에 따라 등급을 매긴다. 방탄기능은 대외비가 많다. 하지만 보통 어디까지 막을 수 있느냐가 기준이다. 화생방 등 군사 공격이나 테러로부터 방어할 수 있는 범위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테러 단체가 대구경 리볼버 탄약이나 수류탄으로 마이바흐 가드를 공격해도 안전하다. 마이바흐 가드가 갖춘 특수 장갑 소재와 보강재가 문 대통령을 보호한다. 북한 특수부대가 내려와 화염방사기로 차량을 불태워도 소용없다. 마이바흐 가드는 화염방사기에도 타지 않도록 방화 처리가 돼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 무장괴한들은 주로 총으로 자동차 뒷바퀴를 공격한다. 하지만 영화는 현실과 다르다. 마이바흐 가드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장면이다. 마이바흐 가드는 타이어 4개가 터져도 시속 80㎞ 속도로 100㎞를 더 달릴 수 있다. 공기압이 전혀 없는 상태로 주행 가능한 런플랫 타이어 덕분이다.
무게와 크기도 압도적인 수준이다. 무게는 약 5.1t으로 2.5t 대형SUV 두 대를 합친 것보다 무겁다. 실내는 전장(전체 길이) 6500㎜, 전고(높이) 1598㎜, 축간거리(앞바퀴와 뒷바퀴 간격) 4418㎜으로 보통의 리무진보다 길고 높은 수준이다. 가격은 우리 돈으로 47만 유로, 한화 약 5억 8000만 원으로 알려졌다.
김필수 교수는 “무게가 무겁다고 해서 내려앉을 위험성은 없다. 방어 기능도 뛰어나다. 화생방, 독가스 공격이 들어와도 막을 수 있다. 연료탱크는 폭탄이 터져도 방어가 가능한 위치에 있다. 웬만한 수류탄 파편도 마이바흐 가드 앞에선 속수무책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 마이바흐 가드를 도로를 달리는 ‘탱크’라고 부르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취임식 직후 청와대로 이동할 땐 ‘에쿠스 스트레티지 에디션’를 이용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문 대통령의 또 다른 의전차량은 현대자동차가 만든 에쿠스 스트레티지 에디션이다. 문 대통령은 국회 취임식 직후 여기에 탑승했다. 취임식에 도착할 때는 마이바흐 가드를 이용했지만 청와대로 향할 땐 에쿠스를 선택한 것이다. 에쿠스는 대통령 전용차 중 유일한 국산 의전차량이다. 2009년 현대차는 에쿠스 리무진을 방탄차량으로 개조해 청와대에 기증했고 2013년 추가적으로 에쿠스 스트레티지 에디션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청와대에 기증한 것은 맞지만 성능은 공개하기 어렵다. 아무래도 국가원수가 탄 차량이기 때문에 국가안보상 낱낱이 공개하기에는 부담이 있다. 방탄차량은 일반차가 아니다. 공장라인에서 생산하지 않는다. 방탄유리도 주문해서 따로 제작한다”라고 밝혔다.
에쿠스 스트레티지 에디션의 성능은 베일에 싸여 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에쿠스 역시 고성능 폭약이나 AK47 수준의 소총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정도의 방어장치를 갖추고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에쿠스 스트레티지 에디션도 마이바흐 가드와 마찬가지로 독가스나 화생방 공격에 대비한 산소 공급 및 소화장치, 야간 운전용 적외선 투시 장치 등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애마는 GM사의 ‘뉴 비스트’다. 뉴 비스트는 8인치 두께의 철갑을 둘렀고 무게는 약 8t이다. 차문 두께는 약 20㎝로 보잉 757 비행기 도어에 버금갈 정도다. 폭발물과 로켓포와 화학무기 공격을 버텨낼 수 있도록 차체의 대부분은 티타늄과 이중강철로 만들어졌다. 심지어 운전석 쪽 창문만 개폐가 가능하고 문을 여닫는 것도 CIA 특수요원만 할 수 있다고 한다.
뉴 비스트의 별명은 ‘거리의 요새’다. 실내는 생화학 무기나 독가스에도 대통령을 보호할 수 있도록 완전히 밀폐된 상태로 설계됐다. 위급상황이 발생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뉴 비스트 통신 시스템으로 아군에 지원 요청이 가능하다. 테러단체 공격으로 차량 주변이 화염으로 둘러싸여도 끄떡없다. 화재진압을 위한 장비와 산소탱크가 트럼프 대통령을 보호한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피를 흘리는 경우가 생기면 뉴 비스트의 비상 혈액 공급 장치가 작동한다.
뉴 비스트엔 샷건, 최루가스통, 수류탄 발사장치 등 대통령을 방어할 온갖 안전잔치를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뉴 비스트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의전차량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뉴 비스트가 자동차보다는 오히려 장갑차에 가까운 성능을 지녔다고 평가한다. 미국은 뉴 비스트만을 위한 전용기를 따로 두고 있다. 비스트는 단거리 이착륙이 가능한 미국 공군의 대형 수송기(C-17 Globemaster)를 개조한 전용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동행해왔다.
김필수 교수는 “우리나라 대통령은 해외순방을 갈 때 방탄차를 가지고 가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들은 순방국의 방탄차 성능을 못 믿는다. 전용기에 의전차량을 싣고 떠난다. 미국은 자동차 관련 특수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한 나라다”라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의전차량은 ‘홍치 L5’이다. 홍치라는 키워드는 붉은 깃발을 의미하고 중국 오성홍기의 다른 이름이다. 홍치는 중국 국영 자동자 회사 ‘중국제일자동차그룹(FAW)’이 제작한 고급 자동차다. 홍치는 마오쩌둥이 애용한 차로도 유명하다. 홍치에 새겨진 한자 로고는 마오쩌둥 친필로 알려졌다. 2015년 9월 시 주석은 중국 전승절 기념 열병식에서 홍치를 타고 나타났다. 후진타오 전 주석 역시 2009년 신중국 건국 60주년 기념 군사퍼레이드에서 홍치를 타고 사열을 진행했다.
홍치는 차량 실내가 온통 붉은색인 점이 특징이다. 바닥은 물론 가죽시트도 붉은 색 투성이다. 방호기능은 특급비밀이지만 운전석과 뒷좌석 사이의 유리에는 우주선에 쓰이는 특수소재가 첨가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은 한국과 미국에 비해 자동차 제조 기술이 떨어지지만 자국산 의전차량으로 자존심을 세우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의전차 군단을 이끌고 다닌다. 푸틴 대통령은 메르세데스 벤츠사의 ‘S클래스 스트레치드 리무진’을 애용해왔다. 푸틴 대통령 의전차량은 오토바이 경호대와 함께 메르세데스-벤츠 G 클래스, E클래스, 표준형 S클래스 등으로 이루어진 의전차 군단의 호위를 받는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의전차량은 홍보 효과가 크다. 언론에 자주 노출되기 때문에 나라의 자부심을 보여줄 수 있다. 요즘엔 자국 방탄차를 쓰는 것이 보편화됐다. 프랑스는 푸조나 시트로엥, 일본은 도요타 방탄차를 쓴다. 푸틴 대통령이 자국산 의전차 개발에 몰두하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미국에 맞설 만한 의전차량 개발에 공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정부가 대통령 의전차량 개발 프로젝트에 투자한 금액은 약 6000억 원. 올해 안에 러시아의 자존심을 세워줄 의전차량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