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에서 서류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에셋그룹의 실질적 지주사는 미래에셋캐피탈이다. 하지만 아직 금융지주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계열사 지분(장부가)이 총자산의 절반 미만이고, 계열사 출자총액이 자기자본의 150% 아래다. 회계연도 말에 차입으로 부채를 늘리고, 유상증자로 자본을 확충한 덕분이다. 고의로 피한 셈이다.
금융지주회사가 되면 부채비율은 낮춰야 하고, 계열사 지분은 높여야 한다. 복잡한 지분구조도 단순화시켜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불편함 외에 박 회장 가족들이 입을 타격도 있다.
미래에셋그룹 지배구조의 세 정점은 지주사 역할을 하는 미래에셋캐피탈, 그룹의 모태인 미래에셋자산운용, 그리고 박 회장의 가족회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이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박현주 회장과 부인, 자녀 등 가족이 최대주주인 개인회사다. 박 회장이 49%, 부인이 10%, 자녀들이 30%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미래에셋캐피탈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주요 주주이기도 한 만큼 사실상 그룹의 최정점이라 할 만하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미래에셋펀드서비스, 브랜드무브, 와이케이디벨롭먼트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그런데 이들 모두 미래에셋과 관련된 자산에서 수익을 내고 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미래에셋이 운용하는 펀드들이 투자한 호텔과 골프장 등 부동산 자산을 관리하며 수천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포시즌 호텔, 블루마운틴 골프장 등이 대표적이다. 한때 미래에셋계열사들이 입주한 건물에서 카페 등을 운영하며 구설에 올랐던 회사도 바로 미래에셋컨설팅이다.
미
김상조 공정위원장 후보자의 등장으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 본사가 위치한 센터원빌딩은 미래에셋이 운용하는 펀드가 주인이다. 임대료가 여의도는 물론 다른 주변 건물보다 높은 편이다. 미래에셋 계열사들이 이곳으로 몰린 덕분에 공실 걱정도 없다. 수익자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 펀드로서는 센터원 투자로 상당한 수익을 올릴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은 최근 사모펀드를 통해 다양한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사모펀드는 운용 주체의 경영권이 막강하고 경영공시 의무가 거의 없다. 상장되지 않는 한 출자자가 누구인지는 철저히 비밀이다. 즉 박 회장 일가는 투자자들의 돈으로 만들어진 펀드를 통해 형성된 자산에서 부가수익을 내고 있는 셈이다”라고 풀이했다.
미래에셋캐피탈이 금융지주회사가 되면 이 같은 수익모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금융지주는 비금융계열사와 거래가 엄격히 통제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상조 공정위 내정자는 한발 더 나아간다. 그는 지명 이후 첫 일성으로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 시행을 강조하고 나섰다. 통합감독이 이뤄지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7.55%를 적격자본에서 제외시켜 삼성그룹의 금산분리를 이뤄낼 수 있다. 동시에 미래에셋컨설팅이 금융계열사나 사모펀드가 투자한 자산에서 수익을 얻는 사업구조를 규제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박현주 회장도 방패는 있다. 호남인맥이다. 미래에셋은 해태그룹과 금호아시아나를 넘어선 호남 간판기업이 됐다. 박 회장도 여수경도개발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친호남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호남은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민주당이 국회 과반 표를 확보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게 호남을 기반으로 한 국민의당이다. 이낙연 전라남도지사를 국무총리 후보자로 발탁한 데는 이런 이유도 있다. 박 회장과 호남 동향인 이용섭 전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공약 틀을 짰고, 최근에는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에 올랐다.
이 전 의원은 얼마 전 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 매각에서 박삼구 회장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에 강력히 반발했다. 금호타이어가 중국 더블스타로 넘어가면 호남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박현주 신화의 바탕에는 호남인맥이 있다. 고 김정태 국민은행장이 박현주 펀드를 사상 최초로 은행에서 팔아준 사실이 대표적이다. 미래에셋그룹이 급성장한 시기도 호남인맥들이 요직에 있던 김대중 정부와 참여정부 때다. 박 회장의 호남 영향력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