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과 관련한 사업이 블루오션으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 14일 경기도 안산시 와스타디움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경기 반려동물 어울림 한마당’. 연합뉴스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여기며 ‘함께 산다’고 여기는 펫팸족(Pet Family)도 증가하고 있다. 소비침체가 장기화돼도 팻팸족은 반려동물을 위한 지출에 선뜻 지갑을 연다. 펫팸족은 친환경 레시피로 반려동물을 위한 식사를 준비하고, 동물 유치원에 보내 학습을 시키며 해외여행도 함께한다.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기업들은 반려동물 생애주기에 따른 다양한 신사업들도 전개하고 있다.
애견카페·애견유치원·애견놀이터·애견스파·애견호텔 등은 이미 흔한 사업이 됐다. 반려동물의 디스크와 면역강화 등 숙환을 치료하기 위해 동물한방병원·동물재활치료병원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한 동물한의원 원장은 “치료를 위해 멀리서도 찾아오고 (동물)환자가 계속 늘고 있다”며 “침, 뜸, 한약처방 등 사람이 한의원에서 받는 치료법을 동원한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의 마지막 순간을 책임져주는 장례사업에 대한 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기업들도 눈독을 들이는 사업 중 대표적인 것은 반려동물 사료와 미용상품 등 펫용품 시장이다. 규모만 6000억 원 이상인 국내 반려동물 사료 시장은 최근 연평균 성장률이 10%에 육박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CJ제일제당과 풀무원 등도 사료 시장에 뛰어들었으며 KGC인삼공사는 홍삼이 들어간 건강식 사료 브랜드를 만들었다.
통상 동물을 키우는 데 드는 비용 중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은 치료비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16년 신용카드결제액 중 동물병원 결제액은 7864억 원으로 2015년 6886억 원에 비해 15% 증가했다. 금융업계는 이에 착안, ‘펫금융’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KB카드·삼성카드·IBK 등은 동물병원, 펫용품숍 등 반려동물과 관련된 사업장에서 결제 시 할인 혜택을 주는 등의 상품을 내놓았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에서 저마다 동물 특화 상품을 내놓는데 이용고객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반려동물과 관련된 상품은 앞으로도 고객들에게 인기가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물보험도 인기다. 삼성화재·롯데손해보험·현대해상 등 보험사는 반려동물의 상해·질병·애견이 유발한 사고에 대한 배상 상품을 출시했다. 삼성화재의 경우 2008년 81건이던 판매건수가 2016년 1116건으로 증가했다.
애견은 물론 애묘인구가 늘며 펫용품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4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1회 국제 캣산업 박람회. 연합뉴스
재계에서는 동물과 연관된 사업은 내수뿐 아니라 수출 면에서도 성장성이 높은 블루오션 분야라고 평가한다. 반려동물 문화가 오래전 정착한 미국 등 해외에서는 IT 기술을 적용한 첨단 펫 케어 제품들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고양이가 배변할 경우 그 무게를 감지해 변을 자동으로 처리해 주는 제품, 스마트 기기와 연동해 반려동물과 대화하고 먹이를 제공하는 제품도 있다. 이성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미국 댈러스 무역관은 2016년 발표한 ‘미 반려동물산업, 펫 테크로 통한다’ 보고서에서 “반려동물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때문에 기존 제품에 ICT 기술을 접목해 미국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인천본부세관은 반려동물의 수입통관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2016년 항공사·검역본부 등과 업무협업체계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서울 동물복지계획 2020’을 세우고 동물 복지 확대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경기도는 반려동물 유관 사업 창업자에게 창업지원금과 업무 공간을 지원하는 등 신규창업지원에 나선다.
하지만 동물단체와 펫팸족 사이에서는 현재 국내 반려동물 시장에 대해 우려감을 내비치고 있다. 반려동물을 소중한 생명이나 구성원의 하나로 바라보기보다 산업적 측면에서 먼저 접근하는 국내 상황에 대한 비난도 나온다. 한 동물보호 활동가는 “애견유치원, 애견카페 등 사업에 대해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자유업종으로 등록하고 사업을 하고 있는데 규정이 없으니 소비자와 갈등도 많이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또 “더 근본적으로는 동물의 출생부터 유통까지 자행되는 비윤리적 행태를 방지하는 노력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
‘북극여우·사막여우가 왜 한국에…’ 희귀동물 밀수 판친다 반려동물이라 하면 흔히 애견과 애묘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색 동물들을 키우는 반려동물족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희귀 애완동물을 찾는 소비자 사이에서는 도마뱀·원숭이·뱀 등은 이미 ‘희귀 동물’에 끼지도 못한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희귀 곤충을 비롯해 사막여우·하늘다람쥐·친칠라·북극여우·미어캣 등 동물을 판매하는 업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 희귀 동물을 찾는 수요가 많아 수백만 원대 몸값을 자랑하는 사막여우는 국제적으로 멸종위기종으로 등록된 동물이다. 개인이 거래하는 것은 물론 사육하는 것 모두 불법이다. 하늘다람쥐 역시 멸종위기종 2종으로 분류돼 사육은 불법행위다. 특이하고 희소가치가 높은 동물을 불법적으로 유통하고 판매하는 행위는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희귀 동물을 불법적으로 밀수해 키우던 사람들이 동물을 유기한다는 점이다. 동물권단체인 케어의 임영기 사무국장은 “파충류 경우 대부분 밀수로 불법 유통된다”며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유통된 동물을 키울 경우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바이러스 등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데다 북극이나 열대지방이 주서식지인 동물을 한국에서 키우는 것은 그 동물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