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2일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대선공약으로 ‘문재인의 경제비전 사람중심 성장경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과 동시에 첫 번째 업무명령으로 일자리위원회 구성을 지시했다. 그리고 16일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에 대선 기간 비상경제대책단장을 맡았던 이용섭 전 민주당 의원을 앉혔다. 또 일자리 확대를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공식화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올해 하반기에 문 대통령 공약대로 공무원 1만 2000명 추가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박근혜 정부에서 공무원 수가 불필요하게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었던 통합정원제도 폐지할 계획을 세웠다.
문재인 정부가 통합정원제도를 폐지하고 인력 증원에 나설 경우 공무원 수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역사학자 겸 경영연구가인 노스코트 파킨슨은 자신이 해군성에서 일하던 당시 해군 전함과 해군 수는 줄어드는데도 관련 공무원만 늘어난 경험을 바탕으로 ‘파킨슨의 법칙’을 만들었다. 공무원은 자신의 일을 줄이려 부하 직원을 늘리고, 부하직원이 늘어나면 일을 더 늘리기 때문에 결국 공무원 수는 일의 양과 상관없이 계속 증가한다는 것이다.
큰 정부를 추구하느라 공무원 정원 관리를 느슨히 했던 노무현 정부 당시 공무원 수는 임기 초인 2003년 3월 90만 4392명에서 임기 말인 2008년 3월 97만 4830명으로 7만 명 넘게 급증했다. 공무원 수 통제에 들어간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도 2013년 3월 99만 1294명, 2017년 3월 103만 1661명으로 각각 2만 명과 4만 명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중심으로 81만 개, 이 중 공무원 일자리로만 17만 4000개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공직사회는 문재인 정부 들어 몸집 불리기와 함께 인사적체 해소의 기회도 잡고 있다. 문 대통령이 위원회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밝혔고, 실제로 일자리위원회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구성을 지시한 상태다. 여기에 국가교육위원회, 4차산업혁명위원회, 을지로위원회, 국가청렴위원회, 국가위기조사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 구성을 공언한 상황이다.
일자리위원회는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10여 개 부처가 연루됐고,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인수위 역할을 맡고 있어 전 부처가 관계됐다. 나머지 위원회도 경제와 사회 부처, 사정기관 등과 두루 연관되어 있다. 위원회가 꾸려지면 결국 실무는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맡을 수밖에 없어 인사 적체에 시달리는 부처로서는 숨통이 트이게 된다.
그러나 위원회공화국으로 불리던 노무현 정부 당시 문제점을 다시 드러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대중 정부 당시 364개였던 정부 위원회는 노무현 정부에서 416개로 52개나 늘었다. 위원회 증가로 업무 중복과 부처 간 소통 부재 문제가 벌어지면서 옥상옥이라는 비판을 받았었다.
지난 5월 12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서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직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공무원 수 증가와 위원회 신설은 국민부담 증가로 돌아오게 된다. 지난해 공무원 월평균 임금은 491만 원으로 중소기업 월 평균 임금 294만 원은 물론 대기업 월평균 임금 482만 원보다도 높았다. 올해 월평균 임금은 전년대비 3.9% 늘어난 510만 원이다.
또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6년 공무원연금은 2조 200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퇴직 공무원을 위해 지난 한 해에만 국민 세금이 2조 원 넘게 쓰인 것이다. 이러한 공무원연금 적자 규모는 2025년이면 7조 10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에 공무원 수를 문 대통령 공약대로 17만 4000명 늘리면 공무원연금 적자 규모는 더욱 커지고 국민 세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위원회가 신설될 경우 위원회에 들어온 교수나 전문가들에게 지급될 임금도 결국은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가게 된다. 특히 위원회는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직속 자문기관으로 힘이 막강한 대신 감사를 받지 않아 방만하게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 당시 위원회 예산은 연평균 40% 가까이 늘었었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 당시 공무원과 위원회 수를 늘렸지만 성과가 미흡해 여러 논란이 인 바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자칫 공무원만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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