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개막한 칸국제영화제의 부름을 받은 영화 <그 후>와 <클레어의 카메라>의 감독과 주연배우 자격으로 초청받아 현지에 머물고 있다. 국내에서는 대중의 따가운 시선과 언론의 날 선 시선 때문에 두문불출하던 두 사람에게 전세계 영화인들이 환영해주는 ‘영화인의 축제’인 칸국제영화제는 더없는 축복의 장소일 법하다.
이미 한국에서 “우리는 사랑하는 사이”라고 공식 선언한 홍 감독과 김민희가 칸국제영화제에서 보여주는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22일 오후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경쟁부문 진출작 <그 후>의 공식 시사회에 앞서 진행된 레드카펫을 나란히 밟은 두 사람은 손을 부여잡은 채 행진 후 극장에 입성했다. 상영회를 마친 뒤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퇴장할 때도 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있었다.
사진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현지 취재 중인 한 언론사 기자는 “홍상수 감독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김민희를 에스코트했다”며 “홍 감독의 새 영화를 향한 박수 갈채였지만 한국에서 숱한 비난 여론에 휩싸였던 두 사람에겐 자신들을 향한 지지처럼 들렸을 것”이라고 씁쓸함을 전했다.
타인의 사생활에 대해 관대한 프랑스에서 열린 칸국제영화제에서도 두 사람의 교제는 화제의 중심이었다. <그 후>의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질문이 나왔고 홍 감독은 주저 없이 “한국 기자회견에서 말했듯이 김민희는 내 연인”이라며 “내 안에 너무 많이 들어와 있는 사람이고, 내게 많은 영감을 주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민희와 작업하는 것은 정말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며 “어떤 한 모델을 사랑하면 그 사람에게서 계속 새로운 것을 파헤칠 수 있다. 그림을 그릴 때 산을 계속 그려도 매번 다른 산이 그려지는 것과 같다. 앞으로도 어떻게 되는지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본인의 자전적 이야기를 영화의 소재로 쓰는 것으로 유명한(본인은 부인하지만) 홍 감독은 <그 후>와 <클레어의 카메라>에도 두 사람을 향한 주위의 시선에 대한 답을 담았다. <그 후>는 유부남 봉완(권해효 분)이 출판사 부하직원(김새벽 분)을 사랑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김민희는 극중 권해효가 운영하는 출판사 직원으로 등장한다.
남편의 불륜을 의심하는 권해효의 아내는 김민희를 남편의 불륜녀로 오해하는 장면에서 “예쁘시네요. 이분 너무 예쁘신 것 같아요”라고 말하고, 김민희가 출판사에서 해고된 뒤 택시를 타고 집에 가는 장면에서는 택시 기사가 김민희를 향해 “워낙 용모가 특별하니까 기억이 나요. 정말 예쁘십니다. 위험하니까 (밤에) 늦게 다니지 마세요”라고 건넨다. 마치 김민희를 향한 홍 감독의 마음과 주변의 시선을 대변하는 듯하다.
<클레어의 카메라>에서도 이런 패턴은 반복됐다. 극중 김민희와 하룻밤을 보낸 영화감독은 김민희를 향해 “넌 영혼이 예뻐. 넌 정말 예쁜 영혼을 가졌어”라는 찬사를 보낸다. 짧은 반바지를 입고 맨다리를 드러낼 때는 “이렇게 해서 싸구려 관심의 대상이 되고 싶니. 너 정말 예뻐”라고 말한다.
<그 후>가 개봉된 후 현지 평단은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프랑스 영화 평론가 위베르 니오그레는 “판타스틱한 작품”이라며 “올해 칸영화제서 공개된 경쟁작 가운데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하지만 현지 발행되는 미국 매체 할리우드리포터는 수위 높은 섹스신을 담은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 빗대 “소주의 50가지 그림자”라며 “영화에 등장하는 각 캐릭터가 테이블에 둘러앉아서 밤부터 새벽이 되도록 사랑에 대한 대화를 늘어놓는 전형적인 홍상수 감독의 영화”라고 꼬집었다. 숱하게 칸의 부름을 받지만 홍 감독 영화의 패턴이 크게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일침이다.
홍 감독에게 칸은 더없이 편한 곳이다. 수시로 초청을 받는 그는 한국에서 밥솥을 공수해와 식사를 해결할 정도로 칸을 즐긴다. 예술가를 존중하는 프랑스의 사회적 분위기 또한 홍 감독을 반긴다. 그런 홍 감독의 곁을 지키는 김민희에게도 칸은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기 적합한 장소처럼 느껴질 수 있다.
김민희는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를 너무 좋아하고, 존경하는 분과 함께 작업할 수 있다는 게 기쁠 따름”이라며 “감독님의 영화는 늘 새롭고 나를 자극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계속 같이 작업하고 싶다”고 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칸국제영화제에서 전해지는 두 사람의 거침없는 애정 행보와 더불어 <그 후>의 수상 여부 역시 관심사다. 김민희는 지난 2월 열린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홍 감독의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여우주연상에 해당하는 은곰상을 수상했다. 과거 국제적으로 명망이 높은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강수연, 전도연 등이 귀국 후 훈장을 받았기 때문에 김민희 역시 훈장을 받을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김민희의 수훈 여부는 ‘미정’이다. 한 언론은 최근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 베를린영화제가 끝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훈장 수여 여부는 충분한 의견을 듣고 판단하기 때문에 (시기와 관계없이) 언제든 수여할 수 있다”고 훈장 대상자를 추천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만약 이번 칸국제영화제에서도 홍 감독의 영화가 수상한다면 훈장 수여 여부가 또 다시 관심사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객관적인 성과로 볼 때는 훈장을 받는 것이 맞지만, 국민적 여론과 정서상 쉽게 결정할 수 없을 것”이라며 “그만큼 두 사람의 사랑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고 말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