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그런 전쟁 같은 선거를 견딜 수 있을까. 선거 경험이 없는 내겐 선거를 치르는 사람들은 모두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를 알리는 일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쟁상대가 있는 그것은 한편에서는 왜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여야 하는지, 왜 상대는 안 되는지 소리 높여야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무차별적으로 공격해오는 상대를 상대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는 내 바닥까지 다 드러나게 된다.
여기서 다시는 보지 않을 사람처럼 공격해오는 상대방에 당황하면 초짜다. 조그마한 흠집에도 확대경을 들이대고, 때로는 없는 사실들까지 만들어져 덫이 생긴다. 그런 정신없는 전쟁터의 수장들은 자신을 감출 수 없다. 그가 맹장인지, 덕장인지, 지장인지, 졸장부인지, 바닥까지 다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많은 것을 잃은 자는 역시 안철수 후보가 아닌가 싶다. 심상정 후보와 유승민 후보는 나름대로 그들이 추구하는 바를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그들을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든 그들이 하는 말엔 소신과 철학이 있음을 인정하게 되고, 어떤 논리로 무슨 말을 하는지는 듣게 된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는 아니었다. 우리는 그에게서 대통령이 되고 싶은 욕망은 봤지만 도대체 그가 대통령으로서 무엇을 추구하고자 한 것인지는 보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그의 스타일을 만들지 못했다. 철학의 부재를 보여준 것이다. 왜 심상정 후보가 그를 두고 기술은 있지만 인간이 없다고 했는지 그가 알아들었을까. 사드 배치를 반대했다가 하루아침에 독단적으로 입장을 바꾸는 그를 보고는 기가 막히기까지 했다. 햇볕정책에는 공과가 다 있다고 했을 때는 아예 정답을 공부한 수험생 같았다. 거기에 분단국가의 리더로서 가져야 하는 남북문제의 고뇌는 보이지 않았다. 그에게는 야심만 보였지 철학이, 세계관이, 스타일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기억한다. 박원순에게 시장후보를 양보했던 선선했던 그를. 그런 그는 어디로 갔을까. 그의 초심을 기억하는 우리는 지금의 그가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그가 재기하기 위해서는 오늘은 이 얘기, 내일은 또 다른 얘기로 표를 구할 것이 아니라 통 큰 양보를 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 왜 정치를 하고자 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이주향 수원대 교수
※본 칼럼은 일요신문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