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일 일부 바른정당 의원들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 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하는 모습.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최순실 청문회 위원장으로 증인들을 달래기도 하고 따끔하게 호통도 치며 인기를 끌었던 김성태 의원은 복당 후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했다가 굴욕을 당했다. 방송 시작과 동시에 라디오 진행자가 ‘철새 정치인’을 뜻하는 ‘새타령’을 배경음악으로 선곡하며 김 의원을 조롱한 것이다. 김 의원은 “정말 잔인하다”고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청문회 스타로 떠올랐던 장제원 의원도 SNS에 ‘실패한 100일에 대한 반성문’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복당 이유를 설명했다가 비난 댓글이 쇄도해 곤욕을 치러야 했다. 탈당파 의원들은 어느 정도 비판은 예상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센 강도에 당황해 하는 모습이다.
바른정당 한 관계자는 “원래 탈당하려던 한 의원이 있었는데 그 분까지 나가면 교섭단체 지위를 잃게 돼 당직자 일부를 정리해고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당직자들이 탈당을 강하게 만류했었다”면서 “나중에 (탈당파 의원들이 당하는 것을 보고) 말려줘서 고맙다고 했다더라”고 했다.
탈당파 의원들은 비판여론이 거세자 자세를 바짝 낮추고 있다. 한 탈당파 의원실 관계자는 “탈당 이후 항의전화가 좀 왔었다. 적극적으로 해명할 수도 있는데 지금은 그냥 조용히 있는 것이 최선이라는 입장”이라며 “특히 김성태 장제원 의원이 당하는 거 보고 다들 당분간은 조용하게 있자고 했다”고 귀띔했다.
한 탈당파 의원도 “탈당 관련해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한국당에 복당한 것이 무조건 잘못이라고 하시는데 지역구에서는 잘 결정했다고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우리 지지자들은 댓글을 못 쓰는데 기자 분들이 댓글만 보고 여론이 이렇다 저렇다 하시니까 억울한 점도 있다”면서 “철새는 계절에 따라 날지 않으면 얼어 죽는다. 철새 입장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이유가 있으니까 우리도 고민을 거듭하다 (복당을) 결정한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탈당파 내부에선 비난 여론이 강해 당분간 당직을 맡기도 부담스럽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이른바 ‘이적 프리미엄’을 못 누리게 됐다는 얘기다. 당적을 옮기게 되면 당에서 중책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 최근 더불어민주당(민주당)에서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긴 이언주 의원은 원내수석부대표로 임명됐다.
한국당 내 친박 의원들은 이들을 환영하기는커녕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친박계인 김진태 의원은 “(대선 과정에서 탈당파 복당으로) 분노한 이탈표가 상당했다. 선거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마이너스였다”면서 대선 패배의 책임을 탈당파에게 돌렸다. 친박계에서는 탈당파를 받아들인 당 지도부를 향한 비판도 높다.
최근에는 한때 한솥밥을 먹었던 바른정당 잔류파와의 감정싸움까지 벌어지면서 탈당파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김성태 의원이 한 방송에 출연해 “바른정당은 ‘최순실 폭탄’을 피하기 위한 도피용”이었다고 주장하자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가 “먹던 우물에 침 뱉는 건 아니다”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또 다른 탈당파 의원실 관계자는 “바른정당에 갔을 때도 보수와 진보 진영 모두에게 욕을 먹는 샌드위치 신세였는데 복당 이후에는 그나마 지지해주던 분들에게까지 욕을 먹는 이중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면서 “국회 내에서도 왕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복당하면서 핵심 친박계에 대한 징계가 해제되는 빌미를 줬다는 논란도 탈당파를 괴롭힌다. 바른정당의 한 관계자는 “국정농단에 연루된 핵심 친박계가 물러나야 한다는 요구가 관철되지 않아서 탈당했던 것 아니냐”면서 “탈당파를 복당시키면서 반대 여론을 무마시키려고 이미 징계 받은 친박 인사들까지 사면해줬다. 탈당파가 핵심 친박계에 부활의 기회를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탈당파가 향후 당권 경쟁에서 홍준표 전 한국당 대선후보를 도와 부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홍 전 후보는 지난 대선 기간 특별지시로 탈당파 복당을 허용했다. 지난 대선에서 홍 전 후보를 도왔던 전직 한국당 의원은 “홍 전 후보 지지층 상당수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했던 사람들이라 탄핵을 주도했던 탈당파와 손잡을 경우 기존 지지층마저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래도 탈당파와 손 잡으면 잃는 표보다는 얻는 표가 많을 것이다. 당내에 별다른 조직이 없는 홍 전 후보는 탈당파와 손을 잡으려 할 것이고, 탈당파도 홍 전 후보를 미는 것 외에는 정치적 입지를 넓힐 뾰족한 수가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탈당파 의원은 “(홍 전 후보 지지설에 대해) 아직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 없다. 언론에서 탈당파라고 프레임을 짜는데 (탈당파가) 각자 개성이 강한 분들이고 (탈당 이후) 따로 소통하지도 않고 있다. 우리는 무슨 계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