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경매시장도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예전만큼 활기를 띠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를테면 직접 경매장에 나오기보다는 온라인 경매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가 하면, 경매보다는 개인 판매를 고집하는 고객들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독일 시사주간 <포쿠스>는 250주년을 맞은 크리스티의 이모저모에 대해 다루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매 시장의 미래는 밝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은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이다. 2015년 5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팔린 이 그림의 가격은 무려 약 1억 6000만 유로(약 2076억 원)였다. EPA/연합뉴스
오늘날 크리스티는 소더비와 함께 전세계 예술품 경매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귀한 예술품들은 두 회사를 통해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런던 킹스트리트에 본사를 두고 있는 크리스티는 뉴욕, 파리, 제네바, 밀라노, 두바이, 취리히, 홍콩, 상하이 등 32개국에 지점을 두고 있으며, 현재 전세계 직원 수는 2500여 명이다. 매년 실시되는 경매 횟수는 450여 차례. 경매에 나오는 품목들은 미술품, 보석, 와인, 사진 등 다양하며, 연간 매출액은 50억 유로(약 6조 3000억 원)에 달한다.
지금은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글로벌 회사이지만 처음 시작은 소박하기 그지 없었다. 1766년 스코틀랜드 출신의 제임스 크리스티가 런던에서 문을 연 크리스티는 당시만 해도 온갖 잡동사니를 취급하는 회사였다. 지역 주민들이 갖고 나온 돼지, 닭, 비료, 튤립 구근, 건초 더미, 침대보 등 잡동사니들을 경매하는 곳이었던 것. 심지어 나무로 짠 관을 들고 나오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기존의 사업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 만큼 돈벌이가 되긴 했지만 크리스티에게는 보다 큰 야망이 있었다. 당시 귀족들과 맺은 인연을 십분 활용해 더 큰 돈을 벌고자 했던 것이다. 이에 그는 귀족들의 재산을 흥정해서 싼값에 사들인 후 이렇게 구입한 물품을 다시 경매에 내놓는 방식으로 사업을 벌려 나갔다. 귀족들로부터 구입한 물품들은 미술품과 보석 등이 주를 이루었다.
때문에 당시 런던 사람들은 크리스티에서 열리는 경매를 축제처럼 즐기는 경향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미술관이란 것이 없었기 때문에 자연히 경매 시장은 예술의 중심지가 됐으며, 미술품을 팔러 나온 예술가들과 이를 사러 나온 고객들은 경매 시장에서 만나 자연스럽게 교류했다. 이런 까닭에 킹스트리트에 있는 크리스티 본점은 당시 영국 신사들의 클럽과 박물관을 합쳐 놓은 듯했다.
크리스티의 사업이 급성장한 것은 1789년 프랑스 혁명 이후부터였다. 당시 혁명정부가 귀족들로부터 압수한 귀금속과 미술품이 경매로 쏟아져 나왔는가 하면, 형편이 어려워진 귀족들이 갖고 있던 귀중품들을 앞다퉈 경매에 내놓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야말로 돈이 필요한 사람들은 귀족이건 평민이건 모두 경매시장으로 몰려들었다. 이에 귀족들의 형편은 어려워졌지만, 크리스티의 창고는 날이 갈수록 가득 채워졌다.
클로드 모네의 ‘지베르니 석양의 건초더미’(위·약 950억 원 낙찰)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누워있는 누드’(약 1994억 원 낙찰),
크리스티가 사망한 후 대를 이어 운영되던 크리스티 경매회사는 1973년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됐고, 그후 1999년 프랑스의 억만장자이자 미술품 수집가로 유명한 프랑수아 피누의 ‘아르테미스 그룹’이 전체 지분을 인수하면서 현재 개인 소유가 된 상태다.
하지만 예술품 경매 시장은 예전만큼 활기를 띠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매에 출품되는 물품들도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이에 따라 경매 횟수 역시 점차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다만 유명 화가의 미술품의 가격은 날이 갈수록 상승하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가령 2016년의 경우, 크리스티 경매를 통해 낙찰된 작품 가운데 가장 화제가 됐던 것으로는 클로드 모네의 ‘지베르니 석양의 건초더미’가 있었다. 이 작품은 1981년 프랑스 노르망디 지베르니에 있는 집 앞의 풍경을 그린 것으로, 모네의 건초더미 연작 가운데 하나였다. 경매 낙찰가는 무려 7570만 유로(약 950억 원). 이는 모네 작품 가운데 최고가액으로, 종전의 ‘수련 연못’의 기록(약 550억 원)을 경신한 것이었다. 또한 네덜란드 출신의 추상표현주의 화가인 빌렘 데 쿠닝의 ‘무제 XXV’의 경우에는 6170만 유로(약 775억 원)에, 그리고 파블로 피카소의 ‘앉아있는 여인’은 소더비 경매에서 5600만 유로(약 703억 원)에 팔렸다.
한편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은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이다. 2015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팔린 이 그림의 가격은 무려 약 1억 6000만 유로(약 2076억 원)였으며, 낙찰자는 현재 익명에 붙여진 상태다. 그런가 하면 2015년 11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 나왔던 이탈리아 화가인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누워있는 누드’ 역시 이에 버금 가는 화제를 불러 일으킨 바 있었다. 당시 낙찰가는 약 1억 5800만 유로(약 1994억 원)였으며, 낙찰자는 중국 선라인그룹의 회장인 류이첸이었다. 이로써 모딜리아니의 그림은 현재 피카소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싼 그림이 됐다.
여전히 전통적인 경매 방식을 고수하고 있긴 하지만 크리스티 역시 디지털 시대를 맞아 다각도에서 변화를 꾀하고 있다. 가령 2006년부터는 ‘크리스티 라이브’를 통해 온라인으로 경매에 참가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이에 따라 현재 판매 물품 가운데 약 30%가 온라인 경매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온라인 경매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짐에 따라 문을 닫는 지점도 생겨났다. 사우스켄싱턴 지점의 경우가 그랬다. 이로써 2500여 명의 직원이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었지만, 기욤 세루티 CEO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어쩔 수 없었던 결정이라고 말했다.
경매시장이 예전처럼 활기를 띠지 못하고 있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주된 원인은 큰손 고객인 중국과 러시아의 경기 침체 때문이라고 <포쿠스>는 진단했다. 이밖에도 전세계적으로 예술품, 골동품, 장식품들의 거래액이 지나치게 상승했기 때문에, 혹은 걸작에 몰리는 사람들은 줄지 않고 있는 반면, 시장에 나오는 물건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례로 2009년 파리에서 열린 이브 생 로랑의 유품 경매에 전세계 수집가들이 대거 참여해 열띤 경쟁을 벌였었다. 생 로랑의 유품을 구입할 수 있는 아주 드문 기회였기 때문이다. 당시 경매에는 생 로랑이 생전에 소유했던 그림, 골동품을 비롯해 사업 파트너이자 오랜 연인이었던 피에르 베르제의 물품들도 함께 나왔다. 이 경매에 대해서 크리스티의 유럽, 중동, 러시아 및 인도 지역의 회장인 디르크 볼(46)은 “절대 잊을 수 없는 경매였다”고 말했다. 볼은 “경매 시장이 침체되어 있었던 당시 파리의 미술관인 ‘그랑 팔레’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경매가 열렸었다. 당시 분위기는 열광적이었다. 감동적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무리 경기가 어려워도 걸작들은 늘 관심을 불러 모으게 마련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오늘날 고가에 낙찰되고 있는 작품들은 대부분 중국 출신 예술가들의 것이 많다. 2016년 고가에 낙찰된 경매 물품 상위 스무 개 가운데 여섯 개가 중국 작가들의 것이었으며, 이 가운데 네 개는 20세기 현대 작가들이었다.
이미 중국 시장은 경매업계에서도 큰손이 된 지 오래다. 신규 구매자들 가운데 3분의 1 이상을 아시아계 부호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크리스티는 2013년에 상하이 지부를 설립했으며, 2016년에는 베이징에도 추가로 지부를 설립했다.
한편 예술품 판매로 가장 많은 수익을 거두고 있는 나라는 미국(29.5%), 영국(24%), 중국(18%) 순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펠레 유니폼 ‘3억’ 헵번 드레스 ‘8억’ 경매 시장에는 참으로 다양한 물품들이 나온다. 거의 모든 것들이 다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지금까지 주목을 모았던 경매 물품들로는 무엇이 있었을까. # <스타트렉>의 ‘엔터프라이즈’호 모형 길이 2m인 <스타트렉>의 ‘엔터프라이즈’호 모형은 2006년 한 ‘트레키(<스타트렉>의 광팬을 일컫는 말)’에 의해 약 50만 유로(약 6억 원)에 팔렸다. 약 37억 6000 만원에 낙찰된 애스턴 마틴 슈퍼카. 2015년 <007 스펙터>에서 제임스 본드의 애마로 등장했던 은색의 ‘애스턴 마틴 DB10’은 2016년 300만 유로(약 37억 6000만 원)에 낙찰됐다. # 펠레 유니폼 1970년 멕시코와의 월드컵 결승전에서 펠레가 입었던 유니폼. 2002년 26만 유로(약 3억 3000만 원)에 팔렸다. # 오드리 헵번의 검은색 드레스 1961년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오드리 헵번이 착용했던 검은색 드레스는 2006년 약 70만 유로(약 8억 8000만 원)에 팔렸다. 약 157억 원에 낙찰된 파베르제 달걀. 러시아의 금 세공사인 파베르제의 부활절 달걀 시리즈 가운데 하나. 금융 부호 로스차일드 가문의 소유였던 ‘파베르제 달걀’은 한 러시아 부호에 의해 1250만 유로(약 157억 원)에 팔렸다. 현재 이 작품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레미타주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 샤또 라뚜르 와인 1961년산인 6리터 와인으로, 중국의 한 와인 수집가가 15만 유로(약 1억 9000만 원)에 낙찰 받았다. # 이안 플레밍의 타자기 007 작가인 이안 플레밍이 생전에 사용했던 금박을 입힌 타자기. <카지노 로얄>을 탈고한 후 받은 인세로 가장 먼저 구입했던 타자기로 알려져 있다. ‘로얄’사의 제품이며, 플레밍은 이 타자기로 거의 대부분의 007 시리즈를 작성했다. 1995년 한 007 팬이 5만 5750파운드(약 8000만 원)에 낙찰 받았다. # 록히드 라운지 1986년 제작된 호주 출신의 디자이너 마크 뉴슨의 ‘록히드 라운지’ 체어의 가격은 무려 160만 유로(약 20억 원)다. 1993년 마돈나의 <레인> 뮤직비디오에도 등장했으며, 알루미늄과 유리섬유로 제작된 미래형 디자인이 특징이다. # 블루 베어 ‘엘리엇’이라는 이름의 파란색 곰인형은 1993년 크리스마스 직전 런던에서 열린 경매에서 4만 9500파운드(약 7000만 원)에 팔렸다. 오늘날에는 10만 유로(약 1억 원)로 가치가 껑충 뛴 상태다. 약 123억 원에 낙찰된 기도서. 1505년 제작된 기도서로, 현재 로스차일드 가문이 소유하고 있다. 1999년 당시 낙찰가는 850만 파운드(약 123억 원)였다. # <오즈의 마법사> 구두 주디 갈랜드가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신고 나왔던 빨간색 구두는 2000년 73만 유로(약 9억 원)에 낙찰됐다. # J.M.W. 터너의 수채화 1842년작인 영국의 풍경화가 J.M.W. 터너의 ‘푸른 리기: 루체른 호수’는 2006년 850만 유로(약 106억 원)에 팔렸다. 경매가 끝난 후 영국 정부는 작품의 해외 반출을 금지했으며, 현재 이 작품은 런던의 국립미술관인 테이트브리튼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