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여의도연구소 산하 청년미래포럼에서 진행한 대외활동에 참여했던 A 씨는 “청년정책 연구를 위한 활동으로 알고 대외활동에 참여했으나 실제는 달랐다. 청년정책 연구보다는 SNS 바이럴마케팅이 주요 활동이 됐다. 모집된 대학생들에게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을 통해 여의도연구소가 주최하는 행사 및 특정 정치인에 대한 홍보 글을 게재토록 했다. 당시에는 SNS를 활용한 바이럴마케팅 기법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터라 거부감이 없었으나 나중에서야 대선을 앞둔 바이럴마케팅에 쓰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평소 SNS 활동에 관심이 있었던 A 씨는 18대 대선을 앞둔 2012년 중후반께 청년미래포럼이 진행하는 한 대외활동에 참여했다. 전국 청년들이 온라인에서 청년 정책에 대해 공부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막상 대외활동을 시작하자 모집공고에 명시된 ‘청년 정책 논의’라는 취지보다는 SNS를 통한 홍보에 이용된 것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청년 정책에 대한 논의는 활동 중 적은 비중을 차지했고, 여의도연구소는 A 씨를 비롯한 참가자들에게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각 5000명과 1만 명씩 팔로어를 늘릴 것과 각종 행사에 대한 사전 홍보글 게재를 권고했기 때문이다. 팔로어를 많이 늘리고 ‘SNS 소통’ 활동을 많이 한 참가자에게는 소정의 상품이나 상장을 주며 격려하기도 했다.
지난 2012년 열린 20대 정책토크에 참여한 박근혜 전 대통령(당시 새누리당 대선경선후보)이 참석자들에게 인사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A 씨는 SNS에서 팔로어를 늘리고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경선 후보가 참석하는 대학생 대상 행사를 홍보하는 글을 SNS에 게재했다. “좋은 취지의 행사가 열리니 참석하라”며 친구 및 지인들을 행사에 초대하기도 했다. A 씨는 “박근혜 후보가 참석하는 행사가 꽤 넓은 곳에서 진행됐다. 참석인원이 부족할 것을 염려한 여의도연구소 측에서 대외활동 참가자들에게 행사를 홍보하고 지인을 동원토록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A 씨 이외에도 다수 대외활동 참가자들은 박근혜 당시 후보가 참석하는 여러 행사에 함께하고 이에 대한 긍정적 메시지를 담은 후기를 게재하기도 했다.
다만, 이들 대외활동 참가자들을 활용한 여의도연구소의 홍보는 불법 선거운동으로 보기는 어렵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 개진이나 의사 표시, 입후보와 선거운동을 위한 준비행위, 정당의 후보자 추천에 관한 단순한 지지·반대 의견개진 및 의사표시 등은 선거운동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여의도연구소 측은 대외활동 참가 대학생들에게 금품제공을 약속하거나 건네지도 않았다. 그러나 여의도연구소는 모집공고를 통해 참가 혜택으로 여의도연구소장 명의의 수료증을 지급하고 우수 활동자를 선발해 추천서를 발급해주겠다고 명시했다.
A 씨는 “당시 대외활동에 참가한 사람 중 절반은 뭔지도 모르고 모였다면 3할은 새누리당 지지자들, 2할은 정치에 입문하려고 온 이들이었다. ‘이거(대외활동) 하면 청와대 인턴으로 데리고 들어간다’고 하더라. 내가 아는 경우만 해도 함께 활동한 사람들 가운데 3명이 대외활동 이후 청와대나 국회 인턴으로 근무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12월 A 씨의 증언과 같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 공개 채용한 청와대 행정 인턴 30명 가운데 5명이 새누리당 산하 청년 모임 등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는 대학생들로 밝혀져 ‘낙하산 채용’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논란이 됐던 5명은 여의도연구소 소속 청년미래포럼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으며, 이들은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지난 18대 대선 당시 대선 관련 SNS 활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들 중 일부는 개인 SNS 계정을 통해 대선 당시 민주당과 안철수 당시 대선 후보 등을 비방하는 글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당시 더불어민주당 김현 의원은 “지난 7월 청와대 행정 인턴직 최종합격자 중 5명이 새누리당 산하 여의도연구소 청년미래포럼 등에서 활동한 대학생들”이라며 “고위직에 이어 대학생 인턴까지 ‘낙하산 채용’을 하는 박근혜 정부를 국민이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일요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문제를 제기했으나 청와대 쪽에서 어떤 해명도 하지 않고 그냥 끝이 났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A 씨와 비슷한 시기에 청년미래포럼 운영위원으로 활동했던 전 관계자는 여의도연구소의 대외활동은 새누리당과 관련이 없었다며 해당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여의도연구소에서 청년정책 연구를 목적으로 여러 다양한 대외활동을 진행했다. 전국 각지의 대학생들이 SNS를 기반으로 청년 정책에 대한 의견을 올리고 토론을 하기도 했다. 여의도연구소가 정당과 분리되어 있었던 만큼 정당 가입 없이도 활동할 수 있었다. 정치색을 떠나 새누리당 지지자가 아니어도 활동할 수 있었고, 대외활동은 정당 쪽과 관련성 없이 TED 특강 및 초청 강연 등을 듣고 스터디 하는 등 청년정책 논의 및 정책발표 활동 위주로 진행됐다. 다만 전국에서 많은 사람이 모인 만큼 기수나 시기, 지역, 팀별로 활동한 프로그램이 다 달랐다. 때문에 일부 중도 탈락자들이나 프로그램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 발생했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여의도연구소는 지난 2013년 여의도연구원으로 격상했으며 청년미래포럼은 청년정책연구센터로 개편됐다. 현재 여의도연구소는 청년미래포럼에서 진행해오던 대외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