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총괄회장은 올 3월 말로 롯데건설과 롯데쇼핑 등기임원 임기가 만료됐다. 올 1분기 말 두 회사 분기보고서 임원 명단에서도 신 총괄회장 이름이 빠졌다. 퇴직한 셈이다. 하지만 퇴직금 지급 내역이 없다.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이 지난 4월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롯데그룹 오너가 비리’ 1차 공판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서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 최준필 기자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퇴직 직전 월급에 근무연수, 그리고 일정비율(최고경영자의 경우 300%)을 곱해 퇴직금을 산정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신 총괄회장은 롯데건설에서 50억 원 이상, 롯데쇼핑에서 2000억 원가량을 받을 수 있었다.
‘형제의 난’으로 신동빈 회장과 등을 진 신동주 전 부회장도 호텔롯데에서 해임되면서 ‘자격미달’로 퇴직금을 받지 못했지만, 롯데건설에서는 13억 6300만 원의 퇴직금을 수령했다.
재계 관계자는 “다른 그룹 사례를 볼 때 총수가 계열사에서 퇴직하면 거액의 퇴직금을 받는 게 일반적이다. 한때 한진해운 최은영 전 회장 경우에는 회사가 어려운데 고액의 퇴직금을 받았다고 구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아무리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고 하지만 창업자인 신 총괄회장에게 퇴직금이 지급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호텔롯데와 롯데제과도 지난해 3월 임기만료된 신 총괄회장을 등기임원으로 재선임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등기임원 명단에는 남겨놨다. ‘퇴임’은 맞지만 ‘퇴사’는 아니라는 명분으로 230억 원이 넘을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셈이다. 이 때문에 미등기임원으로 남기지도 않은 채 퇴직금도 지급하지 않은 롯데건설과 롯데쇼핑의 결정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임원 퇴직금을 매년 적립한다. 이론적으로 신 총괄회장이 롯데건설과 롯데쇼핑을 상대로 퇴직금청구소송을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은 후견인이 필요하다는 고등법원의 판결까지 받은 상태다. 대법원에서 이 판결이 확정된다면 이마저도 어렵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