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퓨리케어 정수기 공개 행사에서 모델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정수기 시장은 매년 5~6% 이상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며 연 2조 원대 규모로 성장했다. 특히, 최근 정수기 판매가 사계절로 확대되면서 향후 5년간 연 평균 10%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기존 업체와 후발 업체는 물론 일부 대기업까지 정수기 사업에 뛰어 들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말 SK네트웍스가 동양매직을 인수, 정수기 사업에 이름을 올린 SK매직은 올 해 렌탈사업을 강화해 업계 1위에 오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SK매직의 등장에 정수기 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다. 동양매직 시절에도 실적이 양호했고,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SK네트웍스 인수 이후 모기업의 다양한 지원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업계 1위인 코웨이는 4차 산업 혁명을 주장하며 새로운 사물인터넷(loT) 기술이 접목된 정수기를 출시하는 등 차별에 나서고 있다. 청호나이스도 탄산수 제조 등 새로운 기능이 포함된 정수기 출시와 함께 프리미엄 아기전용 정수기 ‘베이비스워터 티니’ 판매를 강화할 방침이다.
각종 기능을 포함한 신형 정수기 시장에서 경쟁은 더 치열하다. 최근 수도꼭지에 직접 필터(여과기)를 연결하는 ‘직수형 정수기’ 바람으로 LG전자 등 제조사들의 본격적인 시장 진출도 예사롭지 않다. ‘싱글족’을 겨냥한 신일산업과 정수 온도조절이 가능한 신제품을 출시한 밥솥업체 쿠쿠전자도 정수기 사업 확대를 선언했다. LG전자는 렌탈서비스 협력을 위한 지원을 크게 확대하면서 정수기 시장 경쟁은 생활가전 렌탈사업 시장으로까지 확장됐다.
교원 웰스가 사무실과 음식점 등 업소를 공략하는 이유도 렌탈시장에서 차별을 꾀하기 위함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의 렌털기업인 현대렌탈케어가 배우 조인성을 광고모델로 현대 큐밍 광고에 나선 것도 주목할 만하다. 현대렌탈케어는 현대백화점 안목을 담은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환경가전에 정수기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미 올해 서비스 조직 정비와 오프라인 매장 확대를 통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선다고 밝힌 상태다.
대기업들의 공격적인 경영에 바디프랜드 등 기존 업체들은 때 아닌 원조 싸움으로 반격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바디프랜드와 SK매직이 직수형 얼음정수기를 놓고 최초 공방을 벌이고 있다. 바디프랜드는 ‘국내 최초 직수형 얼음정수기를 내놓았다’는 보도자료를 낸 SK매직 측에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바디프랜드는 2015년 6월 국내 최초 직수형 얼음정수기인 ‘W얼음정수기’를 출시했다. 이에 SK매직은 당시 보도자료 기사에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최초 소개 제품은 정수기가 아니라 함께 출시했던 제빙기였다는 것이다.
바디프랜드와 SK매직의 공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2013년 7월 바디프랜드는 SK매직이 렌탈시스템을 베꼈다며, 1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특허소송은 양 사의 감정싸움으로 번졌고, 급기야 바디프랜드는 동양매직의 안마의자 시장 진출에 대해 비난 성명까지 냈다.
지난해 바디프랜드와 SK매직의 매출액은 각각 3665억 원과 4692억 원으로 나란히 2020년 1조원 돌파를 목표로 내세웠다.
사진=코웨이 본사 전경
정수기 시장이 무한경쟁 체제로 돌입하면서 매각설 등 갖가지 소문도 무성히 나돌고 있다. 지난 16일 코웨이홀딩스는 코웨이 지분 378만438주를 9만8000원에 시간외매매로 처분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른바 ‘블록딜’을 한 것인데 코웨이홀딩스의 코웨이 지분율은 31.47%에서 26.81%로 낮아졌다.
이에 코웨이 매각설이 재부상했다. 코웨이홀딩스를 소유한 MBK파트너스가 지분 일부를 매각해 몸값을 내렸기 때문이다. 2013년 웅진그룹에서 1조 1900억 원에 코웨이를 인수한 후 2015년부터 매각을 시도했지만 큰 몸집과 이물질 검출 논란 등의 경영잡음으로 성사되지 않았다.
당초 코웨이 매각에는 CJ 등 국내 대기업 등이 관심을 보였었다. 함께 인수 후보에 올랐던 SK가 동양매직 인수로 사업을 진행 중이라 3조 원대에 달하는 정수기 업계 1위인 코웨이 인수 가능성은 CJ로 쏠리는 분위기다.
업계 1위인 코웨이가 매각될 경우 업계 지각변동 등 정수기 시장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수기 보급률이 거의 포화상태라는 업계 전망에도 신형 정수기 출시와 다양한 서비스상품으로 시장 확대를 이끌어온 만큼 올 여름 물의 전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