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의 이날 등판이 관심을 받았던 건 그가 지난주 가운데 손가락에 물집이 생기면서 20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서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물론 오승환은 “(블론 세이브 원인으로) 손가락 물집을 거론하는 건 핑계에 불과하다”고 말했지만 투수에게 물집이 생기는 건 부상자명단도 고려해야 할 만큼 결코 가벼운 증세가 아니다. 그럼에도 오승환은 다저스 경기에서 경이로운 슬라이더를 뿌려대며 다저스 중심타선을 농락했다. 오죽했으면 이날 선발 투수였던 클레이튼 커쇼까지 “오승환의 공이 정말 지저분했다”라고 말을 했을까.
연합뉴스
올 시즌 오승환은 시즌 초반 감기 몸살 증세를 보이며 좀처럼 경기력을 회복하지 못했다. 당시 언론에서는 오승환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에 참가했다가 팀에 복귀하면서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다고 지적했는데 오승환은 그조차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다저스타디움에서 만난 오승환은 그때하고는 조금 다른 얘기를 기자에게 들려줬다.
“이건 전적으로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말씀 드리는 거다. 당시엔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별다른 어려움을 못 느꼈다. WBC대회 출전을 위해 몸을 일찍 끌어올린 부분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지 않았다. 그런데 심한 몸살에 걸려 마운드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컨디션 난조로 힘들어지면서 일정 부분은 시즌 앞두고 장거리 여정을 하고 온 부분도 원인일 수 있겠다 싶더라. 우리 팀 트레이너도 그와 비슷한 내용의 지적을 했었다.”
오승환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다음 시즌에 대한 포부를 언급하며 다음과 같은 얘기를 전한 바 있다.
“내년부턴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먹는 음식들을 그대로 따라해 볼 생각이다. 그들이 어떤 패턴으로 몸 관리를 하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과연 그 얘기가 현실로 이뤄지고 있는 걸까.
“이곳에서 생활하다 보면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이곳 선수들과 비슷한 형태의 음식을 섭취하게 된다. 물론 쌀밥을 먹는 횟수가 줄어들었고, 덕분에 탄수화물 섭취 비율이 떨어졌다. 그 외엔 일부러 노력한 건 없다. 구단에서 마련해준 식단대로 식생활 문화를 따라가는 중이다.”
일부에선 오승환의 슬라이더가 이전만 못하다고 평가한다. 또 다른 목소리로는 오승환의 투구가 상대팀에 모두 읽혔다는 의견도 대두된다. 오승환은 이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즌 초반에 좀 더 완벽하게 만들어 보려 했던 게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물론 그런 부분이 욕심일 수도 있겠지만 좀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 변화구 한 개도 예리한 각도와 정확한 컨트롤로 던지려 했었다. 그러다보면 몸에 힘이 들어가기 마련인데 그게 안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그리고 서로 조건은 비슷하다. 상대가 내 투구 패턴을 읽었다면 나 또한 타자와의 수 싸움에서 유리한 면이 있다. 상대 선수의 특징을 모두 파악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메이저리그에서 두 번째 맞는 시즌은 서로가 비슷한 조건에서 상대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분명 슬로 스타터였음에도 오승환은 어느새 10세이브로 2년 연속 두 자릿수 세이브를 올렸고 평균자책점은 25일 현재 3.13을 기록 중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