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연예인은 아니지만,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유명 인사들을 가리켜 요즘 ‘셀럽’이라고 하죠. 셀럽은 유행을 선도합니다. 그들의 패션과 아이템들은 순식간에 유행 품목으로 떠오르곤 하죠.
요즘 제일 잘 나가는 셀럽은 누구일까요. 넓은 의미에서 본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아닐까요. 문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파격적인 인사와 탈권위적이고 친서민적인 행보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대중은 칭찬일색이죠.
물론 정권 초기 늘 있어왔던 허니문 기간의 ‘착시효과’란 말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임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충격적인 불법행위와 그로인한 탄핵 등 일련의 사태가 최근 문 대통령의 행보를 더욱 빛나게 하는 측면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전임자와 현임은 늘 비교의 대상이 되곤 하니까요.
전임자와 현임인 두 대통령...으음...여러모로 비교되는 두 셀럽의 차이나는(?) 아이템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입니다. 요즘 그의 핫한 패션 잇 아이템은 구두입니다. 셀럽의 구두를 생각하면 ‘명품’ 즈음으로 생각될 수 있지만...요즘 그를 빛나게 하는 ‘화제의 구두’는 듣도 보도 못한 브랜드...그것도 줘도 안신을 정도로 낡아 빠진 검은 구두 한 켤레 였습니다.
문 대통령은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이 낡은 구두를 선보였습니다. 문 대통령은 기념식에서 직접 무릎을 꿇고 참배에 나섰는데요...그 순간 취재진과 주변 사람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구두의 밑창은 다 닳아 빠졌고, 얼마나 오래 신었는지 금이 쩍쩍 가있기까지 했습니다.
이 구두에는 사연이 있었습니다. 바로 청각장애인들이 만든 수제화였습니다. 문 대통령은 2012년 국회서 좌판을 벌인 사회적기업 ‘아지오’의 진열된 구두를 지나치지 않고, 한 켤레 구입했던 것이죠. 그리고 그 구두를 5년째 신고 있었던 겁니다.
이 대목에서 많은 사람들이 또 다른 셀럽의 잇 아이템과 비교하고 있습니다. 바로 전임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가방’입니다.
박 전 대통령이야 말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패션을 선도했던 셀럽 중 한 사람이었죠. 해외 순방 때마다 형형색색 화려한 패션으로 국내외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한 때 박 전 대통령의 ‘패션 외교’란 말이 나올 정도였죠.
그런 박 전 대통령의 ‘잇 아이템’ 중 하나가 가방이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가 워낙 안목(?)이 없는 측면도 있겠지만, 그저 ‘가죽 가방이 참 많구나~’라는 정도로 봤지만...
알고 보니 그 가방에도 앞서 문 대통령의 구두만큼이나 많은 사연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연말 전국을 들썩이게 했던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특위...거기서 이 가방에 대한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죠.
당시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했던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이 들고 다니며 노출됐던 그 수많은 가방들은 비선실세였던 최순실 씨가 실소유주로 있었던 ‘더블루K‘가 제작한 것들이었습니다.
그 개수 만해도 30~40개에 달했고, 하나같이 개당 120~240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타조가죽과 악어가죽 가방이었죠,
아! 문재인 대통령의 잇 아이템 ‘구두’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잇 아이템 ‘가방’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두 잇 아이템을 만든 회사들이 지금은 폐업을 하고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선 큰 차이가 있지만...
5월 2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현한 유석영 전 아지오 대표는 “문 대통령의 구두를 생산한 청각장애인 수제화 브랜드 ‘아지오’는 이미 지난 2013년 폐업됐다”고 밝혔습니다
유명 브랜드가 즐비한 구두 시장에서 무명의 사회적 기업 브랜드 ‘아지오’가 설 자리는 없었던 거죠. 청각장애인의 자활을 돕기 위해 세상에 나온 ‘아지오’는 결국 세상의 벽을 넘지 못하고 경영난으로 문을 닫게 됐습니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가방을 생산한 ‘더블루K’는 정권의 각종 일감과 혜택을 받아가며 승승장구 했지만, 그 치부가 드러나면서 결국 파산을 맞이했습니다.
아지오의 폐업과 더블루K의 폐업도 참 극적으로 비교가 되는 대목입니다.
아!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2013년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폐업을 하게 된 사회적기업 ‘아지오’가 부활의 움트림을 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으로 인해 다시금 화제가 되고 있는 아지오 구두...그것을 본 유석영 전 대표는 그야말로 ‘펑펑’ 울었다고 하는데요. 청와대를 비롯해 요즘 주변에서도 아지오 구두를 살 수 있냐는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유 전 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과거 함께 일했던 직원들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며 “조그마한 구멍이라도 보인다면 같이 한번 해보자고 얘기했다. 만나서 한 번 이야기를 꺼내볼까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어쩌면... 아지오의 구두를 다시 볼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겠습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