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아르헨티나전에서 골을 넣고 신태용 감독을 끌어 안는 이승우.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일요신문] 20세 이하 예비스타들의 경연이 한창이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세계에서 가장 축구를 잘한다는 어린 선수들이 모여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각자의 나라에서 앞으로 10년간 자국 축구를 책임질 미래로 평가받고 있는 꿈나무들이다. 참가국들은 이들이 당장 1년여 앞으로 다가온 러시아 월드컵, 멀게는 5년 후 카타르에서 열릴 월드컵에서 활약하길 기대하고 있다. 이에 <일요신문>에서는 열기를 더하고 있는 2017 U-20 월드컵 코리아에서 활약 중인 각국 스타를 조명하고 현재 활약상에 대해서도 짚어봤다.
# 국내 스타에서 월드스타로, 이승우·백승호
이번 대회에서 대한민국은 2연승으로 가장 먼저 16강 진출을 확정지으며 신바람을 내고 있다. 개최국이라는 이점을 안고 있다지만 홈팬들의 일방적 응원에 따른 부담감도 무시할 수 없다. 2002월드컵 주역 안정환도 대표팀을 찾아 “수많은 홈팬 앞에서 경기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라며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소년티를 벗지 못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부담감을 이겨내며 자신들의 능력을 충분히 보이고 있다. 첫 상대 기니에 3-0 쾌승을 거두더니 2차전에서는 대회 최다 우승팀 아르헨티나를 2-1로 꺾었다.
21명의 선수단 중에서도 측면 공격수 이승우와 백승호(이상 바르셀로나 B)에 단연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들은 팀이 승리한 2경기에서 모두 한 골씩을 넣으며 대한민국에 ‘바르사 듀오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대회에 관심이 없던 이들도 지상파에서 중계되는 경기를 보고 이들에 대한 칭찬으로 입이 마른다. “도대체 어디서 이런 선수가 나왔냐”는 반응이다.
이들은 세계 최강 중 한 팀으로 꼽히는 바르셀로나 유소년팀에 입단할 때부터 대한민국 축구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모두가 이들의 미래에 기대감을 가졌다. 이들이 소속된 팀이 메시, 네이마르 등이 속한 바르셀로나 A팀이 아닌 2군 격인 B팀(스페인 3부리그 소속)이지만 경기가 중계되기도 했다.
이처럼 대한민국 전체의 기대를 한몸에 받은 이승우‧백승호는 이에 충분히 부응하고 있다. 승부를 결정짓는 골을 잇달아 성공시키고 있다. 이승우는 지난 23일 중앙선 부근부터 단독 드리블로 적진을 돌파해 골을 성공시키며 찬사를 이끌어냈다. 상대가 최강 아르헨티나였기에 더욱 놀라운 골이었다.
대한민국 대표팀에 이승우‧백승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 외에도 바르사 듀오와 함께 공격진을 이루는 조영욱, 골키퍼 송범근(이상 고려대) 등도 뛰어난 활약으로 주목받고 있다.
# 경기, 매너 모두 패배…굴욕 겪고 있는 라우타로 마르티네스
아르헨티나는 축구역사에서 강팀을 꼽을 때 항상 최상위권에 거론되는 나라다. 특히 청소년 월드컵에서는 더욱 강력한 모습을 보였다. 성인 월드컵에서는 역대 2회 우승으로 브라질(5회), 이탈리아·독일(4회)에 이어 우루과이와 함께 우승횟수 3위를 달리고 있는 아르헨티나는 20세 월드컵에서 6회 우승으로 압도적 업적을 쌓아왔다.
이번 대회에선 마라도나, 메시 등 아르헨티나 레전드의 뒤를 잇는 신예 중 한 명으로 라우타로 마르티네스(라싱 클럽)가 거론됐다. 저돌적인 움직임으로 자국에서 ‘제2의 카를로스 테베스’로 불리고 있는 그다. 마르티네스는 올 시즌 아르헨티나 리그 19경기에서 7골을 기록했다. 남미 예선에서는 9경기에서 5골로 팀 동료 마르셀로 토레스(보카 주니어스)와 함께 공동 득점왕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일 잉글랜드와의 경기에서 대회 첫 퇴장을 당하는 라우타로 마르티네스. 연합뉴스
아르헨티나 주축 공격수 마르티네스는 퇴장으로 한국과의 다음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다. 전 경기 퇴장으로 출전정지 징계를 받은 탓이다. 그는 벤치에도 앉지 못하고 동료들의 2-1 패배를 바라봐야만 했다.
그가 이번 대회에서 실패한다 하더라도 선수생활 전체가 실패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아직 만 19세의 어린 선수로 많은 축구 인생이 남아있다. 이탈리아 언론 칼치오 메르카토에서는 레알 마드리드와 아스널이 그를 노리고 있다는 보도를 내기도 했다. 이번 대회를 망친다고 하더라도 세계 톱클래스 구단의 주목을 받는 유망주라는 지위에는 크게 변함이 없다.
아르헨티나는 그간 청소년 대회를 통해 디에고 마라도나, 파블로 아이마르, 하비에르 사비올라, 리오넬 메시, 세르히오 아구에로 등 수많은 스타들을 배출했다. 하지만 대회 이후 이들의 행보는 조금씩 달랐다. 마라도나, 메시는 축구사에 남을 영웅으로 등극했지만 사비올라는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대회 아쉬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마르티네스가 메시와 사비올라 사이에서 어떤 길을 걸을지 지켜볼 일이다.
# 대회 최연소 선수, ‘일본 메시’ 구보 다케후사
대한민국과 일본은 축구를 놓고 오랫동안 라이벌 관계를 형성해왔다. 이번 대회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일본에서는 이승우·백승호와 같은 바르셀로나 유스팀 출신 구보 다케후사(FC 도쿄)를 선발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 24일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 드리블을 선보이는 구보 다케후사(가운데). 연합뉴스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라이벌 한국의 이승우와 자주 비교됐다. 둘 다 바르셀로나에서 훈련을 받았고 작은 체구지만 기술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점도 닮아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승우는 “바르셀로나에 함께 있던 시절 구보는 워낙 어렸다”며 비교를 거부했다. 그는 스페인 발렌시아 CF에 소속돼 한국 U-17 대표팀에도 발탁된 이강인을 거론하며 “내가 아닌 강인이와 경쟁상대”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2001년생으로 만 15세인 구보는 이번 대회를 통틀어서도 최연소 선수다. 최대 5살 많은 형들과 경쟁을 펼치고 있는 그는 선발은 아니지만 교체로 매 경기 꾸준히 나서고 있다. 남아공과의 첫 경기에는 1-1 동점 상황에 교체 투입돼 팀의 역전골에 기여하는 도움을 기록했다. 우루과이와의 두 번째 경기에서는 전반 초반 부상을 입은 팀 동료 오가와 고키를 대신해 투입됐다. 후반전 수비수를 따돌리고 강력한 슈팅을 날리는 등 이따금씩 번뜩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팀의 0-2 패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일본은 26일 현재 1승 1패로 D조 3위를 기록 중이다. 현재 상태가 지속된다면 16강에서 한국과 맞붙을 가능성도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음바페, 뎀벨레 없어도…‘프랑스 에이스’ 장 케빈 오귀스탱
프랑스는 이번 U-20 월드컵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한 팀으로 꼽히고 있다. 유럽 예선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들은 본선에서도 압도적인 모습을 자랑하고 있다.
프랑스는 이번 대회에서 이미 세계가 주목하는 스타로 떠오른 킬리앙 음바페(AS 모나코), 오스만 뎀벨레(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등이 성인 대표팀으로 차출되며 빠졌다. 그럼에도 본선 첫 2경기에서 잇달아 3-0, 4-0 승리를 거두며 이후 일정을 대비하는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음바페와 뎀벨레가 빠진 프랑스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는 장 케빈 오귀스탱(파리 생제르망)이다. 프랑스 명문 파리가 어린 시절부터 공들여 키운 오귀스탱은 프랑스 연령별 대표팀을 거치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지난 유럽 예선에서도 6골을 넣으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당시 음바페는 5골을 기록했다.
오귀스탱은 이번 대회에서도 26일 현재 득점 랭킹 1위에 올라있다. 첫 경기인 온두라스 전에서 프리킥 선제골로 감각을 조율한 그는 지난 25일 베트남과의 경기에선 2골을 몰아치며 압도적 모습을 보였다. 같은 연령대라는 사실이 의심이 들 정도로 한 차원 높은 수준을 자랑했다.
프랑스는 경기가 일방적으로 흐르자 후반 18분에 그를 일찍 교체시키며 아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프랑스는 강력한 전력에 더해 뉴질랜드, 베트남, 온두라스와 함께 비교적 쉽다는 평가를 받는 E조에 편성돼 대회를 안정적으로 치르고 있다. 에이스 오귀스탱이 팀과 함께 이번 대회에서 어떤 성적을 낼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대회 중계를 맡은 장지현 SBS 해설위원은 “팔이 안으로 굽는 마음을 배제하고서라도 오귀스탱 등 많은 유망주 중에 이승우 활약이 가장 돋보이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들의 성인무대 활약 전망에 대해서는 “이승우, 백승호를 포함해 다른 선수들도 특별한 조건은 없다. 당연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면 성인 대표팀에도 발탁될 수 있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이번 연령대 선수들은 어려서부터 해외축구를 많이 보며 자란 세대라 그런지 전술적인 이해도가 뛰어나고 실수에 대한 두려움도 적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어린 나이대 선수들의 성장에 지도자의 역할도 중요한데 신태용 감독이 충분히 분위기를 잘 만들어주고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이승우 ‘개성만점 헤어’ 백승호 ‘티켓 세리머니’ 핫이슈 ‘바르사 듀오’가 대회 직전 치러진 평가전에서부터 맹활약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대회 개막 이후에도 약속한 듯 이들의 동반 활약이 이어지자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쏠렸다. 이들은 사이좋게 2경기 2골을 넣고 있다. 17세 대표팀 당시 분홍색으로 머리를 물들여 화제가 됐던 이승우는 이번 대회에서도 독특한 헤어스타일로 관심을 모았다. 윗부분은 다소 평범한 모양이었지만 짧게 민 옆머리를 남겨 글자를 새겼다. 헤어스타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려는 의도로 보였다. 이승우는 직접 자신의 헤어스타일에 대해 설명했다. 오른쪽의 ‘V’는 ‘Victory(승리)’를 의미했다. 승리에 대한 열망이 누구보다 큰 이승우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왼쪽의 ‘SW’는 세 가지 의미를 담고 있었다. 이승우는 이에 대해 “나의 이름 승우와 6번의 승리(Six WIns), 수원(결승전 열리는 경기장)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내심 우승까지도 노리고 있는 그다. 해프닝으로 일단락 된 백승호의 ‘티켓 세리머니’.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백승호는 아르헨티나를 침몰시킨 지난 23일 팀의 두번째 골 득점 이후 ‘세리머니 논란’에 휩싸였다. 백승호는 팀의 원톱 조영욱이 얻어낸 페널티 킥을 침착하게 성공시킨 이후 골대 뒤 응원석 쪽으로 달려가 양손 엄지와 검지손가락으로 직사각형 모양을 그리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백승호의 이러한 행동에 대해 많은 말들이 오갔다. 당시 경기를 중계하던 SBS 중계진은 “비디오 판독에 대한 의미”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일부 축구팬들은 마라도나를 떠올리기도 했다. 지난 3월 조추첨식에서 조국 아르헨티나의 상대로 한국을 뽑고 좋아하던 마라도나를 저격한 세리머니라는 해석이었다. 마라도나와 관련된 세리머니라는 의견이 대세를 이뤘고 외신에서도 이 같은 내용이 소개되기도 했다. 논란은 백승호가 직접 입을 열며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그는 “축구를 하는 친한 누나들이 경기를 보러 오기로 했는데 표를 잘못 사서 못 왔다”며 “표 하나도 제대로 못 사느냐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일부 축구팬들은 “마라도나에 ‘한 방’ 날린 게 아니었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상] |
국내 첫 선 보인 VAR “오심도 경기 일부? 이젠 옛말” 이번 U-20 월드컵에서는 쿠보 다케후사, 장 케빈 오귀스탱 등 신예스타 이외에도 비디오 판독 시스템인 VAR(Video Assistant Referee)이라는 또 다른 개념의 신예스타(?)도 국내 축구팬 앞에 첫 선을 보였다. 비디오 판독 중임을 알리는 전주월드컵경기장 전광판. 연합뉴스 축구에선 그동안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표현을 들며 비디오 판독 시스템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많았다. 많은 이들이 ‘경기 흐름을 끊는다’는 이유로 VAR 도입에 반대해왔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VAR의 활약상이 이어지자 긍정적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대회 첫 경기인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 경기에서 아르헨티나 선수가 심판 몰래 상대를 팔꿈치로 가격한 장면을 VAR로 잡아내며 대회 첫 퇴장이 나왔다. 한국도 VAR의 영향을 받았다. 기니전에서는 조영욱의 골이 이전 과정에서 골라인이 확인되며 취소됐고 아르헨티나전에서는 페널티 킥 판정 확인 과정에서 VAR이 활용됐다. 다른 나라도 결정적 장면에서 VAR로 억울한 경우를 피해가기도 했다. 이에 VAR은 “생각보다 경기흐름이 끊어지지 않고 정확한 판정을 돕는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VAR을 이용한 판정은 1분 내외가 소요돼 경기 흐름에 큰 지장을 주지 않으며 경기를 지켜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