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동생 우 아무개 씨가 근무하는 경기도 여주시의 한 면사무소
지난 4월 27일 오후 5시께, 여주시의 한 면소무소 기간제 공무원 A 씨(여‧37)로부터 “동료 공무원에게 폭행당했다”라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면사무소에서 함께 근무하는 남성 공무원이 A 씨가 자신을 험담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면사무소 밖으로 불러 이야기 하던 중 몸싸움을 벌였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경찰은 “처벌 의사가 있다면 사건을 즉시 처리하겠다”라면서도 A 씨가 자신도 폭행을 했다고 진술한 내용을 토대로 “신고가 정식 사건으로 접수될 경우 양 쪽 모두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에 대해 A 씨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사건 처리는 되지 않았다.
조용히 지나가는 듯했던 이 사건은 한 달여가 지난 뒤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폭행 시비에 연루된 남성 공무원의 가족사 때문이었다. 이 남성 공무원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친동생 우 아무개 씨(44‧7급)였다.
우 씨가 폭행시비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 전 수석 일가에 대한 질타와 지적이 잇따랐다. 일각에선 “우 씨가 평소 친형의 이름을 거론하며 과시를 해왔다” “폭력적인 성향에 종종 여성 비하 발언을 해왔다”는 말도 나왔다.
특히 우 씨가 앞서의 면사무소에서 근무하게 된 시기에는 우 전 수석 처가와 넥슨의 부적절한 부동산 거래 의혹이 크게 불거졌으며, 그 직후엔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올랐을 시점이었다. 이 때문에 폭행 사건도 “우 전 수석과 관련한 가족 험담에서 불거진 게 아니겠느냐”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5월 25일 여주시와 면사무소, 여주경찰서, 마을 주민 등에 확인한 결과, 앞서의 이야기들은 대부분 사실과 달랐다. 경찰 조사 역시 A 씨의 의사에 따라 사건처리가 되지 않으면서 전후 과정이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먼저 우 씨가 주장한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여주시에서 9급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우 씨는 지난 2016년 7월 중순, 앞서의 면사무소에 인사발령을 받아 근무를 시작했다. 폭행 사건 직후 우 씨가 경찰과 면사무소 등에 주장한 내용에 따르면, 어느 날부터 A 씨가 평소 직원들과 대화 과정에서 우 씨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두고 비하를 하거나 험담을 해왔다. 우 씨는 이를 마음에 담아두면서 시간이 지나 상처가 됐다고 했다.
문제는 지난 4월 27일 불거졌다. 대선을 앞두고 A 씨와 일부 면사무소 직원들이 1600여 세대에 보낼 공보물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또 다시 우 씨에 대한 험담을 했다는 이야기가 그의 귀에 들어갔다. 참다못한 우 씨는 면사무소 뒤편으로 A 씨를 불러냈다. 우 씨는 면사무소 등에 당시를 회상하며 “뒤에서 비방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기 위해 불렀다. A 씨가 사과하면 받아들이려고 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상황은 우 씨의 생각과는 달랐다. A 씨가 “비방하거나 험담한 적 없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던 것. 다투는 소리를 듣고 뛰어온 또 다른 면사무소 직원이 목격한 장면은 그 이후부터다. 우 씨는 목 부위에 피를 흘리며 A 씨의 머리를 누르고 있었고, A 씨는 고개를 숙인 상태에서 우 씨의 양 팔을 붙잡고 있었다. 직원들이 둘을 떼어 놓으면서 상황은 마무리됐다. 우 씨의 주장은 여기서 마무리된다.
우 씨와 A 씨의 폭행시비 사건이 발생한 현장.
반면 A 씨와 면사무소 직원들의 기억은 우 씨의 주장과 다르다. 직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그동안 A 씨와 우 씨는 가까운 자리에서 근무를 해왔지만 사적 교류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업무 과정이나 직원 단체 식사 시간, 모임 등을 제외하면 개인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일은 전혀 보지 못했다는 얘기다. 우 씨에 대한 험담, 또는 비방 역시 사실 무근이라는 반응이었다. 사건 발생 직후 상황을 파악하는 자리에서 직원들은 A 씨를 비롯해 누구도 우 씨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으며, 사건 발생 당일에도 우 씨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쌍방 폭행’ 순간과 관련해서도, 우 씨와 A 씨의 말이 엇갈린다. A 씨는 우 씨의 “비방하지 말라”는 말에 “그런 사실 없다”고 대답했고, 그 순간 우 씨의 손이 올라갔다. A 씨는 당황해서 우 씨의 옷깃과 팔 등을 붙잡을 뿐이며 이 과정에서 손톱에 목 부위가 긁혔다는 주장이었다.
신고는 A 씨가 직접 했지만, 경찰은 우 씨의 몸에도 상처가 있고 A 씨 역시 몸싸움을 벌였다는 취지로 진술하면서 양 측 모두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렸다. 이 때문에 경찰은 신고 접수 당일 즉시 사건 접수를 할 수 있지만, 우 씨와 A 씨 모두 도주 가능성도 적고 신분도 확인됐으니 충분히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주시와 면사무소 등에 따르면 여주시에서 오래 거주하고 근무해온 A 씨가 사건이 커지는 것을 부담스러워해 고소를 하지 않았다.
면사무소 측은 경찰 신고와는 별개로 즉시 여주시청에 동향보고를 했다. 다음날에는 우 씨와 A 씨를 분리하기 위해 여주시에 우 씨에 대한 인사 조치를 요구하는 메일을 보냈다. 여주시는 인사위원회를 열고 우 씨에 대한 징계‧인사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A 씨는 병원치료를 위해 일주일간 휴가를 받았다가 최근 복귀했다. 그 사이 우 씨의 모친이 A 씨를 직접 찾아가 사과했지만, A 씨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 씨 역시 지난 5월 26일까지 3주간 연가를 신청했다. 우 씨에 대한 여주시의 결정이 아직 내려지지 않아 A 씨와 우 씨는 다시 한 공간에서 근무를 해야 한다.
한편, 우 씨는 여주시내의 한 아파트에서 양친을 모시고 생활하고 있다. 우병우 전 수석과 우 씨 형제는 오랜 기간 교사 생활을 하던 부친과 함께 경북 지역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이후 우 전 수석이 서울대로 진학하면서 가족 모두 거처를 옮겼고, 약 20년간 우 전 수석을 제외한 친가는 모두 이곳에서 거주하고 있다. 부친은 경기도의 한 학교에서 교장을 마친 뒤 퇴임했다.
처가와 왕래가 잦고 가족 관계 외에서도 긴밀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진 우 전 수석은 친가와는 교류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의 친동생 우 씨와도 개인적인 연락은 없었다. 면사무소 직원들이 종종 우 전 수석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도 우 씨는 말을 돌리거나 “형(우 전 수석)과는 명절 등 1년에 한두 번 정도만 왕래한다. 형수하고만 어쩌다 한 번 통화한다”고 말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