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숙자 의원 | ||
강 의원은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 그해 11월, 아들 명의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상가건물을 헐값에 경락 받은 바 있다. 올해 들어서는 시가 7백억원대에 이르는 서울온천을 또다시 공매를 통해 낙찰 받았다. 정치권에서는 강 의원이 두차례 경매와 공매를 통해 최소한 수백억원대의 재산을 증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염불(의정활동)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재테크)에만 관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 강숙자 의원이 국회에 신고한 재산변동 내역에 따르면 두 차례의 경매과정을 통해 강숙자 의원 본인의 재산이 크게 증식된 것은 아니다.
강 의원은 서울 압구정동 상가건물의 경우 아들 명의로 경락을 받았고, 서울온천의 경우에는 강 의원이 한때 대표이사로 있었고, 현재는 이사로 등재돼 있는 (주)청석모정의 이름으로 공매를 통해 매입했기 때문이다. 일단 국회공보에 신고돼 있는 강숙자 의원의 재산 변동사항을 살펴보자. 2000년 7월28일자 국회공보에는 강숙자 의원의 재산으로 총 69억1천6백만원이 신고돼 있다.
이듬해 2월28일자에는 2억5천만원의 예금이 감소한 반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주택 전세권 2억원과 경남 김해시 밭을 사들여 1억9천여만원의 재산이 불어난 것으로 신고돼 있다. 올 2월 재산변동 신고에는 30억원을 대출받아 32억여원을 투자함으로써, 2억5천여만원의 재산이 증가한 것으로 돼 있다. 국회공보에 등재된 재산변동 신고 내역으로만 살펴보면, 강숙자 의원은 지난 2년여 기간동안 대략 4억원 정도의 재산이 증가하는데 그친 셈이다.
2년 동안 4억원 정도의 재산이 늘었을 뿐인데, 왜 경매 재테크로 수백억원대의 재산이 증식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일까. 우선 국회공보에 등재된 강숙자 의원의 재산은 강숙자 의원 본인의 것만 올라 있다. 남편이나 자녀 명의의 재산은 신고돼 있지 않다. ‘고지 거부’에 따라 재산 신고가 누락된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왜 강숙자 의원만 재산신고를 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강숙자 의원은 90년 3월19일자로 협의 이혼한 것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 지난 2000년 11월 아들 명의로 낙찰받은 서울 압구정동 상가건물`국회의원 강숙자’라고 쓰인 현판이 눈길을 끈다. | ||
강숙자 의원은 2000년 9월 필리핀을 방문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을 수행해 전 남편 김수철씨와 부부동반으로 동행한 일도 있다. 강숙자 의원이 2001년 2월 재산변동신고 당시 2억원의 전세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신고한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 408번지 외 13필지 상가건물은 강 의원의 아들 김태훈씨 명의로 2000년 11월 경매를 통해 성업공사로부터 사들인 것이다.
국회공보에 등재된 재산변동 신고로만 보면 강 의원은 자신의 아들 명의 건물에 2억원의 전세권을 설정해 놓고 살았던 셈이다. 강숙자 의원의 아들 김태훈씨가 경락을 통해 사들인 압구정동 상가건물은 대지권 면적이 387평에 이르고, 연건평이 938평에 이르는 중규모 상가다. 이 일대 공시지가는 2002년 1월1일 현재 1㎡당 2백35만원이다. 강숙자 의원의 아들 김태훈씨는 2000년 11월, 당시 만25세의 나이로 수십억원대의 상가건물을 경매를 통해 사들인 것이다.
당시 김씨는 이 건물을 16억원에 낙찰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김태훈씨 명의로 사들인 압구정동 408번지 상가 건물 3층에는 2000년 12월부터 강숙자 의원과 전 남편 김수철씨, 아들 태훈씨, 딸 은경씨 등이 지난해 연말까지 약 1년 동안 함께 살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올해 4월 압구정동 상가건물은 (주)윙스포츠에 넘어갔다. 16억원에 낙찰받았던 건물을 공시지가보다 조금 상회하는 37억원에 넘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태훈씨는 18개월만에 2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남긴 셈이다.
한편, 김태훈씨 명의로 된 압구정동 상가건물을 처분하기 직전 강숙자 의원은 (주)청석모정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올해 강 의원이 재산신고를 통해 32여억원을 투자했다고 신고한 회사다. (주)청석모정은 설립 당시 강숙자 의원이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었고, 전 남편 김수철씨와 아들 태훈씨가 이사로, 딸 은경씨가 감사로 등재돼 있었다. 일종의 가족회사인 셈.
그러나 회사설립 이후 두달여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강 의원은 서울온천을 공매받기 직전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대신 강 의원의 대학시절 은사였던 H대 학장출신 ㅂ씨를 대표이사로 등재했다. 강숙자 의원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이틀 뒤 (주)청석모정은 시가 7백억원 상당의 서울온천을 1백67억여원에 낙찰 받았고, 그로부터 두 달 뒤 공매대금 전액을 납부함으로써 지하6층, 지상9층의 서울온천은 사실상 강숙자 의원 가족 소유가 됐다. (주)청석모정은 공매대금 지불을 위해 한빛은행으로부터 1백억원을 대출받았고, 강 의원도 개인적으로 중소기업은행으로부터 30억원을 대출받아 (주)청석모정에 투자했다.
공매대금 대부분을 은행 대출 등을 통해 해결한 셈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강숙자 의원의 소속 상임위와 연관지어 의혹을 제기하는 인사가 적지 않다. 즉, 강숙자 의원이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 줄곧 은행 등 금융권에 대한 국정감사 권한을 갖고 있는 재정경제위원회에 소속돼 있었기 때문에 대규모 대출이 가능하지 않았겠느냐는 것. 아무튼 공매대금 대부분이 은행 대출 등으로 충당되었다고는 하지만, 강숙자 의원 가족은 두 차례 경매와 공매를 통해 수백억대의 재산 증식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주)청석모정이 가족회사 형태로 시가 7백억원대의 서울온천을 인수한 것 외에도 강숙자 의원은 의원회관 비서진도 대부분 가족들로 채워 놓고 있다. 아들 태훈씨와 딸 은경씨가 각각 4급 보좌관과 6급 비서로 등록돼 있는 것. 이들이 실제 의원회관에서 근무를 하는지는 정확치 않다. 강숙자 의원실 주변 인사들에 따르면 ‘한 달에 몇 번 얼굴을 내미는 정도’라고 전하고 있다. 한편, 강숙자 의원 가족에 대해 압구정동 상가건물 인근 한 동사무소 직원은 “인감을 엄청나게 떼 가더라”고 전했다. 국민을 대표해 의정활동을 하라고 지급되는 세비와, 의원의 의정활동을 보좌하라는 보좌진의 월급이 목적에 맞게 운용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