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이틀만에 보수공사 중인 서울로 7017
28도를 넘나드는 날씨에도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부지런히 걷는 사람 사이로 바닥에 쭈그려 앉은 3명이 눈에 띄었다. 그들은 구멍 난 틈 사이로 시멘트를 집어넣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는 질문에 인부 1명은 “명판이 주저 앉아 보수 공사하고 있다”고 했다. 걷는 걸음마다 주저 앉은 명판 가림용 검은 고무판이 보였다.
비정상적인 상태의 명판 주변부. 대부분 제대로 된 상태가 아니었다.
그때부터 명판만 보였다. 명판 주변 콘크리트가 주저앉은 곳이 계속 눈에 띄었다. 그 뿐만 아니었다. 명판의 방향이 잘못된 곳도 있었다. 우측 보행자를 기준으로 명판을 배치해 놓은 곳에 좌측 보행자의 방향으로 명판이 놓였다. 명판이 대부분 시멘트 잔해가 가득 묻은 상태였다. 명판 위치는 화단 모양에 따라 제각각이었다. 화단과 명판의 사이의 간격이 제대로 맞는 곳을 찾기 어려웠다.
반대로 붙어 버린 명패
제각각 기준 없이 간격과 수평 조차 안 맞는 명판
주위를 둘러 보니 제대로 마무리 되지 않은 건 비단 명판만이 아니었다. 길 양쪽 수로는 일직선으로 제대로 뻗은 곳을 찾아볼 수 없었다. 수로의 간격이 제각각이니 상판도 따로 놀았다. 고가 산책길 접합부에 실수로 잘못 자른 절단선까지 버젓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시각장애인 안내블록은 애초 설계와 다른 곳으로 이동돼 수정된 흔적까지 여실히 드러났다. 계단에는 영문을 모를 공터에 어지러운 우레탄 블록이 대충 끼워맞춰져 있었다. 호스 조각과 나무 조각이 계단을 받치고 섰다.
양쪽 틈 너비가 제각각인 수로 위에 비스듬히 놓인 상판
잘못 절단된 경계판
애초 설계와 다른 곳으로 이동된 시각장애인용 안내 블록과 제대로 마감되지 않은 바닥
계단 인근의 공터. 제대로 설계되지 않아 우레탄 보도블럭이 조각처럼 나뉘어 배치됐다.
제대로 마감조차 하지 않은 계단과 시멘트로 채워진 원래 기둥의 구멍
이를 본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가 끝나고 너저분한 부분을 예쁘게 마감하는 비용은 얼마 들지 않는다. 서울시가 진행한 작업이라면 비용 문제는 아니었을 듯하다. 이 정도 수준의 공사 마감이라면 급조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600억 원쯤 든 걸로 알고 있다. 이런 마감 상태는 600억 원짜리 공사에서 볼 수 있는 수준이 절대 아니다”라고 했다.
현장을 동행해 준 익명의 서울로 7017 담당 공무원은 “날림공사가 너무 심한 듯합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라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지금 서울로 7017을 보시고 느끼시는 첫 느낌이 무엇인가요? 날림공사인가요? 시간과 비용이 촉박했다고 느끼시나요? 졸속 같죠? 아마도 그러시다면 제 마음과 정확히 일치할 겁니다.”
날림을 넘어 부실 공사의 흔적까지 보였다. 곳곳에 콘크리트 균열이 발견됐다. 완공 당시 튼튼한 건축물이라도 콘크리트 균열이 생기면 얼마 지나지 않아 위험한 상태로 돌변할 수 있다. 한 토목업계 관계자는 “콘크리트 구조물에 균열이 생기면 안으로 물이 새어 들어간다. 물과 철근의 만남은 부식의 시작이다. 철근이 부식되면 철근의 부피는 팽창한다. 팽창한 만큼 콘크리트 구조물 내압이 늘어나 또 다른 균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결국 내구성은 빠른 시간 안에 저하된다”고 지적했다.
균열이 시작된 엘리베이터 인근 콘크리트 지반
김준기 서울시 안전총괄본부장은 “서울로 7017 전체 사업비 597억 원의 40% 이상을 안전보강에 투입했을 정도로 안전을 최우선으로 했다”며 “규모 6.3~6.5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내진 1등급·안전 B등급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현재 시점의 안전성만 설명했다. 안정성이 몇 해나 갈 수 있나 말하지 않았다.
한국시설안전공단 기준에 따르면 균열폭이 0.5mm 이상이면 문제가 있는 구조물이다. 미국의 균열폭 기준은 우리나라보다 보수적인 0.4mm다. 박원순 시장은 미국 뉴욕 ‘하이 라인 파크(High Line Park)’를 따서 서울로 7017을 만들었다고 알려졌다. 진짜 따왔어야 할 부분은 뉴욕의 감성만은 아닐 것이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