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015년 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47회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 감경철 회장(왼쪽. 당시 국가조찬기도회장)의 안내를 받으면서 주요 참석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고법은 지난 25일 특가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감회장의 항소심에서 원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피고 감 회장과 원고 검사 측의 항소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해 1심이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감 회장은 지난 2002년 ㈜안동개발을 인수했으며 자신의 부인과 아들을 회사의 부회장과 감사로 선임했다. 그는 마치 정상적으로 급여를 지급하는 것처럼 가장해 7억9000만 원을 지급해 빼돌린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대해 감 회장은 양형이 가혹하다며, 검사는 집행유예에 문제가 있다며 양 측이 모두 불복하고 고법에 항소했었다.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형사재판부는 지난해 8월 감 회장 사건을 수사하고 “감경철 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가 인정된다”면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안동개발의 실질적 경영권을 행사하던 피고인이 자신이나 가족의 이익을 위해 회사의 자금을 횡령한 사건으로 채권자들에게 손해를 가할 수 있고, 기업 재무구조의 건전성 및 투명성을 해치는 행위로서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여러 차례에 걸쳐 7억9천만 원을 반환해 피해가 대부분 회복된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도 피고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과 피고인이 73세의 고령인 점 등을 참작했다”고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감 회장의 특경법 위반 관련 범법 사실은 CTS 사장(회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2006년 12월 기독교TV 노량진 사옥 건축비와 관련한 비리와 감 회장의 개인 기업에서 발생한 비위 등 특경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후 감 회장은 안동개발의 자금 12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2008년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아 이른바 ‘쌍집(두 차례 연속해서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사례를 일컫는 속어)’ 논란을 낳았다.
법원으로부터 잇따라 실형을 언도받는 중에도 감 회장은 여전히 한국교회 70여 교단이 참여하는 연합기관으로 운영되는 기독교텔레비전의 사장과 회장으로 재직해왔다. CTS는 그 때마다 감 회장이 CTS와 무관하게 개인이 운영하는 회사의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감리교 예장통합 예장합동 등 공동으로 대표이사를 파송하는 교단 총회에서도 이렇다할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채 10년 넘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 그 배경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교단의 총회장을 CTS의 공동 대표이사로 파송하는 감리교 예장통합 예장합동 등 3대 교단은 최고의 지분을 가진 주주교단으로서의 입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쥐락펴락하는 교단의 책임자들은 감 회장이 검찰의 수사를 받는 동안 CTS가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하는 상황에서도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이렇다할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교회 연합사업의 수장이자 방송국의 회장이 연달아 특경법으로 집행유예를 받는 상황은 전혀 예기치 못한 곳에서 터져나와 세인의 관심을 모았다.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로 촉발된 법조비리 사건, 홍만표 변호사 사건이 터지면서부터다. ‘거물 전관’으로 불리며 서초동 일대에서 이름이 높았던 홍만표는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가 원정도박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자 거액의 수임료를 받고 수사 검사 등에게 로비를 한 혐의로 지난해 6월 구속됐다.
이 과정에서 감 회장이 거액의 수임료를 지불하고 홍만표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장이 확산됐다. <일요신문>은 법조비리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5월 홍 변호사가 감 회장 측으로부터 거액의 수임료를 받은 사실을 최초 보도했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2011년~12년 홍만표법률사무소 매출(수입수수료) 현황 문건’에 따르면 홍 변호사는 2012년 CTS로부터 3억 원, 안동개발주식회사로부터 6000만 원, (주)옥산레저로부터 7천만 원, (주)조은닷컴으로부터 3000만 원 등 모두 4억6000만 원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회사들 중 CTS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감 회장이 실질적인 소유자란 점에서 감 회장 측이 검찰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홍 변호사에게 거액의 수임료를 지불한 것으로 파악됐었다.
사진=대구 고등법원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김화경 목사.
실제로 홍 변호사가 감 회장 사건에 개입하면서 검찰 수사는 급반전 된 것으로 분석됐다. 1년 넘게 해당 사건을 수사해 온 검찰은 2012년 11월 돌연 감 회장의 각종 비리 사건을 무혐의로 처리했다. 당시 기독교계는 물론 법조계 주변에서도 부실 또는 봐주기 수사라는 의혹이 일었지만 뒤늦게 홍 변호사가 개입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러한 의혹은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일요신문>은 또 홍 변호사 자신이 수임한 사건에 어떠한 영향력을 발휘했는지 파악할 수 있는 유력한 관계자를 접촉해 보도한 바 있다. 홍 변호사가 수임한 ‘CTS 감경철 회장 횡령 사건’ 당시 검찰 내부 수사팀에 직접 참여한 관계자를 인터뷰해 보도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홍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한 이후 검찰 내부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당시는 말할 수 없었던 수사 과정에서의 뒷얘기도 함께 폭로했다. 그는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첨수1부(김영종 부장검사)는 감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위해 예행연습까지 했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2016년 6월17일 ”홍만표 수임 ‘감경철 횡령 의혹 사건’ 수사팀 참여한 회계전문가 작심 폭로” 보도>
감 회장과 홍 변호사와의 관계가 매우 밀접했었다는 정황은 지난 4월13일 대구고법에서 진행된 감 회장의 결심공판에서도 드러났다. <일요신문>이 당시 재판정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감 회장은 법정에서 최후진술을 통해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면서 “변호사가 허위진술을 하라고 시켜서 한 일”이라고 말하고 “평생 단 돈 10원도 남의 돈을 갈취한 적이 없다”고 덧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감경철 회장과 관련해 꿀먹은 벙어리 놀음을 하는 동안 검찰의 칼날은 한국교회 연합기관의 수장에게 잇따라 실형을 선고하며 불명예를 안기고 있다.
2015년 당시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 회장을 맡고 있었던 감 회장은 검찰의 기소 이후 회장직을 사임했다. 2014년과 2015년 국정감사와 인사청문회에서는 검찰의 전관예우와 관련된 질의가 쏟아지면서 감 회장에 대한 언급이 튀어나왔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속설에서 진화한 ‘권력무죄 서민유죄’라는 비아냥이 한국교회 연합기관의 수장을 향해 날아왔지만 교회 지도자들은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했다.
공익실천 협의회 김화경목사는 지난 5월12일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권력무죄 유전무죄 없는 온전한 법치국가를 세워달라”고 문재인 대통령과 법원에 요청했다. 이 목회자의 기자회견은 법은 만인 앞에 공평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외치는 목소리에 이제는 교회 지도자들이 답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피고 감경철 회장과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한다면 마지막 판결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한국교회의 침묵이 계속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성흠 jobin16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