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세윤 디자이너
숙박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의정부시에 있는 50여 개의 호텔·모텔 등 숙박업소 대부분이 6월 1일부터 숙박 애플리케이션(앱) 여기어때와 야놀자에서 볼 수 없게 된다. 대한숙박업중앙회 경기북부지회 의정부시지부 회원들은 지난 24일 투표를 거쳐 여기어때와 야놀자에 6월부터 광고를 넣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의정부지부 관계자는 “현재 의정부 시내에 170여 개의 숙박업소가 있다. 이 중 여기어때와 야놀자에 광고를 내는 업소는 55개”라며 “이번 회의에서 54개 숙박업소가 여기어때와 야놀자에 광고를 하지 않기로 서명했다”고 전했다. 사실상 의정부 내에 있는 숙박업소들은 양대 숙박 앱에서 모두 빠지게 된 것.
이들이 단체행동에 나선 것은 여기어때와 야놀자가 광고비와 예약수수료 등을 과도하게 인상하는 등 상생정신과 맞지 않는 ‘갑질’을 하고 있어서라고 밝혔다. 의정부 숙박업계 관계자는 “여기어때에서 처음 숙박업소를 유치할 때는 숙박문화를 바꾸겠다며 모든 광고를 무료로 해준다고 했다”며 “그런데 1년여가 지나고부터는 광고료를 받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숙박 앱에 숙박업소 사업자들이 내는 월 광고료는 금액이 단계별로 구성돼, 앱 내 위치와 크기에 연동된다. 광고비를 많이 낼수록 상단에 크게 배치돼 고객들의 눈에 쉽게 띌 수 있다.
최상단에 배치되는 ‘최고급형’의 경우 광고료를 처음 받기 시작했을 때 수십만 원선에서 시작해 지난 5월까지는 165만 원까지 올랐다. 그런데 여기어때에서는 6월부터 100%를 인상해 330만 원을 받겠다고 통보했다고 한다.
야놀자도 마찬가지로 100만 원에서 150만 원, 200만 원으로 올리더니, 현재 330만 원을 받고 있다. 여기어때와 야놀자는 고객들이 앱을 통해 숙박업소 예약을 하면, 예약수수료로 매출의 10%를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숙박업계 관계자는 “330만 원의 최고급형 광고료를 낼 경우 예약수수료까지 합치면 여기어때와 야놀자에 내야 하는 돈은 1000만 원에 달한다”며 “이는 두 앱을 통해 발생하는 한 달 매출 중 70%가 넘는 수준이다. 소상공인을 죽이는 과도한 갑질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IT업계 관계자는 “O2O 서비스의 갑질 논란은 비단 숙박 앱만의 문제가 아니다. 배달음식주문 앱인 ‘배달의 민족’ ‘요기요’ 등도 소상공인에 대한 갑질로 논란이 된 바 있다”며 “O2O 사업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앱 운영자와 사업자 간의 상생을 위한 충분한 논의가 없었던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여기어때 관계자는 “광고비 인상은 예정된 일정이었다. 대부분 숙박업소 업주들에게 동의를 얻었고, 사전에 공지도 했다”며 “광고료의 경우 기존에는 경쟁사인 야놀자에 비해 70~80%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앞서의 숙박업계 관계자는 “의정부 숙박업소 업주들에게 동의를 다 구했다면 이런 반발이 일어났겠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야놀자 측은 의정부 숙박업체 사업자들의 움직임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억울한 부분이 있다는 입장이다. 야놀자 관계자는 “여기어때가 최근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인해 비용 압박이 심해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여기어때 측이 광고비 인상을 시도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점주들의 양해를 구하는 게 아니라, 유선으로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한다. 여기에 의정부지부 업주들이 서운함을 느껴 행동에 나선 것 같다”며 “야놀자가 업계 1위다 보니 같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야놀자는 점주들을 직접 대면하고 설득해 합의를 이끌어내고 있다. 또한 숙박업 매출 증대를 위한 프로모션이나 컨설팅 등을 진행하며 상생의 길을 찾고 있다. 특히 요즘과 같은 비수기에는 예약 수수료를 감면해주는 정책도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숙박업소들의 여기어때, 야놀자 이탈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의정부시에서 그치지 않고 전국의 숙박업소로 확산될 조짐이기 때문이다. 숙박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서울, 인천, 일산, 수원 등지에서도 여기어때·야놀자의 정책에 반발해 의정부 사업자들과 같은 움직임을 준비 중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앞서 야놀자, 여기어때는 최근 한 차례씩 악재로 홍역을 치렀다. 야놀자는 프랜차이즈 가맹 숙박업소가 인근 유흥업소와 연계해 성매매 장소로 이용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며 성매매 방조 의혹에 휩싸였다. 이에 대해 야놀자 측은 당시 “현재까지 보도와 관련된 일부 가맹점의 불법행위는 없다”며 “추후 불법행위가 확인될 경우 가맹계약 해지는 물론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어때는 개인정보 91만 건이 해킹으로 유출되는 사건에 휘말렸다. 해커들은 여기어때를 해킹해 예약자들이 언제 어디를 예약했는지 알아내 “○월 ○일 ○○○모텔에서 즐거우셨나요” 등의 성희롱성 문자를 보냈다. 문자를 받은 이용자는 4000명 수준이라고 알려졌지만, 91만 건이나 해킹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여기어때에 대한 불신은 커졌다.
여기어때 측은 사건이 불거지자 사과와 함께 보안을 더욱 강화하고,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피해보상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민웅기 비즈한국 기자 minwg08@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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