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은 사람을 발탁하는 대통령이나 발탁된 당사자 모두에게 해당된다. 대통령은 능력이 모자란 듯해도 상징성, 같은 코드, 신세 갚기 차원에서 발탁하는 것은 아닌가. 당사자는 해낼 자신도 능력도 있는지도 모르면서 대통령의 인정에 감지덕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고위공직 인선배제 5원칙을 제시했다. 병역면탈, 위장전입, 세금탈루, 부동산투기, 논문표절 등의 혐의가 있는 사람은 발탁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무난한 인선으로 여겨졌던 이낙연 총리 내정자 인사 청문에서 다섯 가지 중 네 가지 혐의가 불거지자 당사자는 인격훼손의 참담함을 토로해야 했다.
아직 열리지 않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내정자의 인사청문회에서도 위장전입과 이중국적 문제로 뜨거운 논란이 이미 예고돼 있다. 출발부터 원칙을 못 지키는 인선을 보며 이전 정부에서처럼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할 후보자도 생기겠구나 하는 예감이 들었다.
능력 있는 사람에게는 흠결이 있고, 흠결이 없는 사람에게는 능력에 문제가 있는 능력과 흠결의 불일치가 고위공직자 인선에서 가장 큰 애로였다. 무리하게 고위 공직을 수락했다가 인사청문회에서 수모만 당하고 자진 사퇴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문 대통령의 인사 5원칙의 배경도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 발탁은 국가와 대통령과 당사자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더욱이 정권 초기 조각단계에서 그런 사태가 발생하면 정권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힌다. 그것은 종래 야당들이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전략이기도 했다.
새 정부의 각료 가운데 가장 중요한 장관이 외교부 장관이라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미중일러 4강 외교에다 북한문제까지 나라의 운명이 걸린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강 내정자는 유엔사무총장 정책특보로 활동하다 발탁됐다. 활동무대는 주로 유엔이었고 김대중 대통령의 통역사로 3년간 일한 것을 자신의 주요 외교경력으로 꼽았다. 양자 외교에 대한 경험부족이 지적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여성각료 30% 배정, 임기 내 50% 달성 공약은 상징성이 크다. 강 내정자는 거기에 최초의 여성 외교부 장관, 비외시 출신 장관이라는 상징성이 더해진다. 그러나 상징성에 너무 얽매인 인선은 겉치레로 흐르기 마련이다.
모든 장관은 경험하기 위한 자리, 족보에 이름을 올리기 위한 자리여서는 안 된다. 갈고 닦은 능력을 발휘할 사람이 맡아야 할 자리다. 그만큼 탄핵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과제는 엄혹하다.
임종건 언론인 전 서울경제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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