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많은 이들이 초기 단계에 있어 건망증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만다. ‘설마 내가 치매?’라고 방치했다가 치료가 늦는 경우가 다반사다. 쓰키야마 박사는 “치매의 경우 일찍 발견하고 치료할수록 증상을 최대한 늦출 수 있다”면서 “누구라도 치매에 걸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현실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최근 일본 주간지 <주간겐다이>는 쓰키야마 박사를 포함해 여러 전문가들의 조언을 빌려 ‘치매 진행을 10년 늦추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실었다. 치매 속도를 늦추면 뇌가 흐릿해지지 않고 생을 마감하는 것도 그저 허황된 꿈만은 아니다. 치매환자의 단계별 증상과 함께 대처법을 알아본다.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치매를 예방하고 늦추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일요신문 DB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MCI)’로 진단된 경우 약 과반수가 4~5년 사이 치매로 넘어간다. 다만 MCI로 진단되더라도 제대로 대처하면 치매가 오는 것을 최대한 늦출 수 있다. 쓰키야마 박사는 “그동안 나이가 들수록 뇌세포가 줄어든다고 여겨졌지만, 최근 ‘뇌를 쓰면 계속 자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하루 2시간 정도는 의식적으로 뇌를 사용하는 습관을 갖고, 평소 규칙적인 수면으로 체내시계를 정돈하라”고 조언했다. 요컨대 잠든 뇌를 깨우는 가장 쉬운 방법은 생활 습관을 건강하게 개선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이 치매 발병을 늦춰줄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노인성 치매로 알려진 알츠하이머는 날짜, 시간, 장소, 인물 순으로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대부분의 시작은 ‘깜빡깜빡’하는 건망증. 특히 방금한 말을 잊거나 중요한 약속 시간, 장소를 자주 혼동한다면 요주의다. 치매 초기인 단계 1의 경우, 전문검사를 받지 않으면 좀처럼 자각하기 힘들다. 그러나 이미 뇌 변화는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 단계 2가 되면 본인도 이상하다고 느끼게 되고, 단계 3에서는 주위 사람들이 변화를 눈치 챈다.
그렇다면 치매 발병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생활습관 개선, 운동, 뇌 활성화, 약물요법 등을 꼽을 수 있다. 치매 전문의 스기야마 다카히로 원장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특별히 뇌혈관 건강관리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에 의해 동맥경화가 심해질 경우 두뇌로의 뇌혈류가 감소되고, 뇌 기능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가장 기본은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며, 이는 치매를 예방하고 늦추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치매 단계별로 알아보는 대처법 [치매 단계1] 대화 도중 “그게 뭐였더라?”가 늘어난다 ·옛날 일이나 유명인의 이름이 좀처럼 생각나지 않는다 ·외출 전 부탁받은 일을 귀가 시에는 잊고 있다 ·외출하는 것을 싫어하게 된다 ·취미나 배우는 것에 흥미를 느끼지 못 한다 ·전에 말했던 이야기를 같은 상대에게 반복해서 말한다 ≫대처법 : 요리 치매 방지에는 ‘듀얼 태스크(Dual Task·두 가지 작업을 동시에 다루는 것)’가 효과적이다. 특히 요리는 두뇌와 손을 함께 쓰는 작업이기 때문에 뇌 활성화에 아주 좋다. 물을 끓이는 동안 식재료를 다듬는다든지, 재료를 익히는 사이 설거지를 하는 등 순서를 짜서 진행한다. [치매 단계2] 날짜와 요일 등을 알지 못한다 ·약속한 장소, 시간을 혼동한다 ·자주 쓰던 말이나 친구의 이름을 까먹는 일이 많아진다 ·열쇠, 안경 등 일상적인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몇 분 전에 말한 이야기를 되풀이한다 ·익숙한 곳에서 길을 헤맨다 ·대화를 나눌 때 반응, 표정이 없다 ≫대처법 : 바둑, 장기, 마작 각 위치에서 판단을 요하는 게임은 정보를 집약하는 작용을 하므로 뇌를 크게 자극한다. 또 타인과 대전함으로써 건전한 경쟁심이 생기는데, 이것은 치매 진행을 막는 역할을 한다. [치매 단계3] 방금 일어난 일을 잊어버린다 ·지갑 등 가치 있는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잊는다 ·옷장 안이 뒤죽박죽, 예전에 비해 정리정돈을 못한다 ·문장을 읽고도 금방 까먹는다 ·새로 알게 된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여행 등의 계획을 세울 수 없다 ·최근 사건, 뉴스에 대해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대처법 : 색칠놀이 색칠놀이가 치매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과정은 먼저 ‘어떤 그림인가’를 인지하고, 과거 경험으로부터 색상을 떠올린다. 그런 다음 어떻게 색칠할지 계획한 후 실제로 손을 움직여 뇌를 자극한다. 색칠놀이가 완성되면 성취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뇌의 혈류량도 늘어난다. [치매 단계4]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지 못한다 ·심야에 배회하게 된다 ·누군가 물건을 훔쳐갔다고 생각하는 등 피해망상이 늘어난다 ·암산 불가능. 물건 값, 거스름돈 계산을 못한다 ·양념장을 혼동한다. 같은 맛을 선호하게 된다 ·현재의 달과 계절을 모른다 ≫대처법 : 가족 동반 산책 방에 틀어박혀 외부와 관계를 단절하는 것은 치매에 좋지 않다. 다만 혼자선 위험하므로 반드시 가족과 동반해 산책하도록 한다. ‘천천히 걷기’는 뇌혈관에 적당한 자극을 주어 치매에 매우 효과적이다. [치매 단계5] 화장실 이외의 장소에서 배설한다 ·현주소, 자택 전화번호, 졸업한 학교 같은 중요한 정보들이 생각나지 않는다 ·계절이나 상황에 맞는 옷을 고르는 데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말이 잘 나오지 않게 된다 ≫대처법 : 약물요법 약을 복용하여 치매 진행을 억제하는 방법이다. 다만, 치료제 ‘아리셉트’는 폭력적으로 변하는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일본에서는 환자의 모습을 보고 가족이 약의 용량을 조절하는 치료법 ‘가정 천칭법’이 확산되고 있으며, 초고령자의 경우 약을 복용하지 않는 사례도 있다. [치매 단계6] 가족의 얼굴을 몰라본다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워진다 ·식사를 혼자 하지 못한다 ·집에 있는데도 ‘돌아가고 싶다’는 등 망상이 늘어난다 ≫대처법 : 방 꾸미기 노인요양시설에 입주하면 치매가 급속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추억의 물건이 없는 공간’에서는 자신이 누구인가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급적 방에 사적인 물건을 놓아두어 ‘내가 머무르는 곳’이라고 안심시켜주는 편이 좋다. 자녀 또는 손주와 같이 찍은 사진이나 앨범, 낡은 장롱, 좋아하는 가수의 포스터, 친구한테 받은 편지 등으로 공간을 꾸며주도록 한다. [치매 단계7] 걷지 못하고 대화도 불가능하다 ·식사, 화장실 사용 등 전반적으로 간호가 필요하다 ·도움 없이는 앉을 수도, 머리를 똑바로 가눌 수도 없다 ≫대처법 : ‘치매 단계 6’ 대처법과 동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