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신세계는 1조 250억 원을 들여 센트럴시티 지분 60.02%를 인수했다. 센트럴시티는 고속버스터미널, 호텔, 영화관 등이 있는 복합건물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도 2000년부터 입점해 있다. 또 신세계가 센트럴시티를 인수하면서 센트럴시티 자회사인 센트럴건설, 센트럴관광개발, JW메리어트호텔도 자연스레 신세계 품에 안겼다. JW메리어트호텔은 센트럴시티 내부에 있는 특1급 호텔이다. 센트럴시티는 지난해 2276억 원의 매출을 올려 신세계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신세계가 센트럴시티 일대를 복합쇼핑몰로 개발할 것이라는 전망은 2013년 4월 신세계가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 39%를 인수하면서 나왔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센트럴시티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10층 규모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건물은 1층만 승강장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의류, 혼수품 등의 상가와 사무실로 운영된다. 신세계는 이후 꾸준히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을 인수해 현재 64.96%를 보유하고 있다.
신세계가 센트럴시티 일대를 복합쇼핑몰로 개발할 것이라는 전망은 2013년신세계가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 39%를 인수하면서 나왔다. 현재는 지분 64.96%를 보유 중이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전경. 고성준 기자 joonko1@ilyo.co.kr
센트럴시티가 주목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의 존재 때문이다. 센트럴시티와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은 정 사장의 신세계가 보유하고 있다. 신세계가 센트럴시티 지역 복합쇼핑몰 개발에 들어가면 정 사장이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복합쇼핑몰로 주목을 받은 것처럼 정 사장도 ‘센트럴시티 신세계 타운’을 통해 존재감을 높일 수 있다.
정 사장의 오빠인 정용진 부회장은 2015년 6월 복합쇼핑몰 ‘고양 이마트타운’을 오픈한 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스타필드 하남’ 조성을 진두지휘하면서 존재감을 보였다.
신세계그룹은 현재 정 부회장이 이마트 계열, 정 사장이 백화점 계열 경영에 주력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 계열 지분만, 정 사장은 신세계 계열 지분만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분리경영 체제로 볼 수 있다. 재계에서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정용진·정유경 남매의 경영능력을 평가한 후 우수한 실적을 거둔 쪽에 회사를 물려주거나 계열분리를 통해 회사를 승계할 것이라는 두 가지 관측이 나온다.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사진제공=신세계
신세계 복합쇼핑몰에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상가를 활용하면 시너지 효과를 더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고속버스터미널 2층부터 8층까지의 혼수·의류 상가에서는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 손님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찾아가거나 지하철역과 바로 통하는 지하상가를 찾기 때문이다. 손님이 없다보니 상인들도 하나둘 철수해 빈 점포가 눈에 띌 정도로 많다. 상인이 철수하면 그만큼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의 임대 수익이 줄어들어 실적에 영향을 미친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의류상가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월 수익이 400만~500만 원이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손님이 한 명도 없는 날이 부지기수라서 20만 원 수준의 월세를 내기도 빠듯하다”고 전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의 개발이나 리모델링에 대한 계획은 정해진 게 없다”며 “영업 중인 사업체들이 있는 현재 상황에서 우리가 리모델링 계획을 세우는 건 맞지 않다”고 밝혔다. 리모델링 계획이 없고 찾는 손님도 없는 현 상황에서 신세계가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을 활용하기는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
교통 체증도 난관으로 꼽힌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센트럴시티 앞 신반포로의 차량속도는 평균 18.9km/h로 서울시 평균인 24.2km/h에 비해 낮다. 현대백화점 면세점이 들어설 예정인 코엑스 무역센터점 앞 영동대로의 27.4km/h, 잠실롯데타워 앞 올림픽로의 24.2km/h에 비해서도 낮다. 신세계 다른 관계자는 “센트럴시티는 지하철 3개 호선이 다니다보니 예전부터 승용차를 끌고 오는 손님은 많지 않고 대부분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온다”면서 “지난해 8월 리뉴얼 공사를 통해 주차 공간을 늘리는 등 교통 대책에 대해서도 신경 쓰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최근 잠실롯데타워가 개장하고 삼성동에 현대백화점 면세점이 입점할 예정이라서 상당한 경쟁이 예상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상권은 커지고 면세점 사업자가 늘어나는 등 경쟁사도 늘어나는데 고객은 한정돼 있어서 효율성 측면에서 본다면 신세계의 투자가 과투자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신세계 계열사가 모인 센트럴시티 일대의 시너지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 관계자는 “관광객들에게 차별화된 먹을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해 쇼핑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적인 측면을 제공하려 한다”며 “지금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많은 외국인 고객이 찾아오지만 시너지효과를 더해 관광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