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리그로는 사상 최다인 18개 팀 참가의 내셔널바둑리그가 열리고 있고 지난주에는 전국소년체전 바둑 경기가 충남 예산에서 열렸다. 10월에는 충주에서 전국체전이 열린다. 바둑은 당당히 정식종목이고 바둑행사 전문업체 ‘클럽 A7’은 매주 많을 때는 5~6개의 바둑 행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바야흐로 ‘아마바둑 전성시대’다. 그런 가운데 지난 5월 23일 또 하나의 아마바둑 무대가 막을 올렸다. 열한 번째를 맞은 ‘신사’와 ‘숙녀’들의 맞대결 제11기 지지옥션배 신사 대 숙녀 아마연승대항전이 그것이다.
지지옥션배 아마연승대항전은 40세 이상 시니어가 모인 신사팀과 숙녀팀이 7명씩 편을 먹고 펼치는 연승전(한 사람이 이기면 계속 두는) 방식의 대회다. 아마추어 지지옥션배는 4기부터 시작됐는데 그동안 신사 팀이 3회(4기, 7기, 10기) 우승했고, 숙녀 팀은 4회(5기, 6기, 8기, 9기) 우승컵을 가져가 여류팀이 한 번 더 이겼다. 그렇다면 올해 대회는 어떨까.
양덕주(왼쪽)과 류승희의 대결. 흑을 쥔 류승희가 3집반승을 거뒀다.
올해 신사 팀은 최욱관, 이학용, 양덕주, 양창연, 장시영(이상 선발전 통과)과 조민수(랭킹시드), 최호철(후원사 시드) 선수가 한 팀을 이뤘다. 나름 신구의 조화를 이뤘다는 평. 대학바둑 강호 출신 최호철(고려대)과 양창연(전북대)에 노장 최욱관, 장시영이 뒤를 받치고 전통의 아마강호 조민수, 이학용이 중심을 잡는 구도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심우섭, 박성균, 김세현, 김정우, 김희중이 빠지고 새로운 얼굴들이 대거 가세한 것인데 일단 네임밸류로 따지면 분명 지난해만은 못하다. 하지만 바뀐 멤버들의 대부분이 선발전을 통과했고 “50세 이후의 아마추어들은 그야말로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최연장자 장시영 선수의 예상. 올해도 신사 팀의 승리를 자신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예상은 숙녀 팀의 전력이 약간이나마 낫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지난해 연승 주인공 전유진이 빠지긴 했지만, 여자랭킹 1위 김수영을 비롯해 송예슬, 류승희가 건재한 것이 큰 장점이다. 올해 보강된 멤버도 만만치 않다. 도은교, 박지영, 김이슬은 현재 내셔널바둑리그에서 맹활약 중이어서 실전경험도 풍부하다.
위부터 1도, 2도, 3도, 4도
하지만 3국까지의 과정을 지켜보니 초반부터 치고받는 난타전의 연속이다. 1국에서 조은진이 양창연에게 이겼지만 곧장 양덕주에게 패했다. 하지만 양덕주는 다시 류승희에게 패해 초반부터 물고 물리는 아직 연승자가 나오지 않고 있는 양상. 올해는 과연 어느 쪽이 마지막에 웃게 될지 궁금해진다.
(주)지지옥션이 후원하는 제11기 지지옥션배 신사 대 숙녀 아마연승대항전은 매주 월, 화요일 오후 7시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다. 우승상금은 1000만 원이며, 연승상금은 3연승부터 50만이 주어지고 이후 1승을 추가할 때마다 50만 원을 추가 지급한다.
[1도] 제2국 양덕주(흑) vs 조은진(백)의 대국. 두 사람은 사제지간이다. 조은진이 바둑을 배우던 15년 전 양덕주가 운영하던 바둑학원에서 공부한 적이 있었다고. 막 종반에 들어선 국면인데 덤이 부담스런 상황으로 보인다. 흑1로 단수쳤을 때 백은 경쾌하게 2로 손을 돌렸는데 이것이 패착.
[2도] 흑1·3에 간단히 수가 났다. 백4는 연단수가 기다리고 있으므로 어쩔 수 없는데 이하 7까지 중앙 백이 근거 없이 떠버렸다. 여기서 승부가 결정됐다. 따라서 1도 백2로는 하변을 보강하는 것이 옳았다(177수끝, 흑 불계승).
[3도] 이번에는 양덕주(백)와 류승희(흑)의 3국. 백△로 갈라쳤을 때 곧장 붙인 흑1이 재미있는 수. ‘알파고인가’라는 탄성이 잠시 나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흑1은 좋지 않았다. 곧장 껴붙여간 백2가 재미있는 수. 이것으로 흑에게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4도] 3도에 이어 7까지는 거의 외길수순. 흑은 백 한 점을 품에 넣으며 귀의 실리를 확보했지만 선수가 백의 차지라는 점이 거슬린다. 백8이 독수(毒手). 흑 석 점이 부평초처럼 떴다. 양덕주는 여기서 리드를 잡았지만 중반 거듭된 완착으로 흑에게 승리를 내주고 말았다(299수끝, 흑3집반승).
유경춘 객원기자
신진서 vs 커제 LG배 빅매치 성사…‘한국 바둑의 미래’를 믿는다! 8강의 면면. 왼쪽부터 이원영, 장웨이제, 이야마 유타, 양딩신, 신진서, 커제, 최철한, 셰얼하오. ‘한국 바둑의 미래’ 불리는 신진서 8단이 세계랭킹 1위 커제 9단과 LG배 8강에서 맞붙게 됐다. 31일 경기도 가평군에 위치한 마이다스 리조트에서 열린 제22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본선 16강에서 한국의 최철한 9단과 신진서 8단, 이원영 7단이 8강에 올랐다. 7명이 16강에 올랐던 한국은 랭킹 1위 박정환 9단 등 4명이 탈락하며 3승 4패에 그쳤다. 중국은 4명이 16강을 통과했고 일본은 이야마 유타 9단 홀로 8강에 올랐다. 한편 16강전이 막을 내리고 곧장 이어진 8강 대진추첨에서는 신진서 8단과 커제 9단의 빅매치가 성사됐다. 최철한은 중국 셰얼하오를 만나게 됐으며 이원영은 이세돌, 박정환을 연파한 장웨이제와 4강 진출을 다투게 됐다. 본선 8강과 4강은 11월 13일과 15일에 속개된다. 조선일보사가 주최하고 (주)LG가 후원하는 총 규모 13억 원의 제22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의 우승상금은 3억 원, 준우승상금은 1억 원이다. [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