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업계가 업황 부진에다 특허수수료 인상에 신음하고 있다.서울 롯데 잠실면세점의 입구 모습. 연합뉴스
한국면세점협회는 지난 5월 12일 헌법재판소에 과도한 특허수수료 문제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제출했다. 신규면세점이 우후죽순 들어서 경쟁이 심화된 데다 중국의 사드 보복까지 겹쳐 업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특허수수료를 큰 폭으로 높여 업계 부담이 너무 크다는 이유에서다.
면세점 특허수수료율은 현행 매출액 대비 0.05%가 적용된다. 그러나 관세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되면 매출액 구간에 따라 누진요율이 적용된다. 연간 매출액이 2000억 원 이하인 경우 0.1%, 2000억~1조 원인 경우 0.5%, 1조 원 이상이면 1.0%의 특허수수료율이 책정된다. 연 0.1~1.0%로 최대 20배 인상된다. 다만 중소·중견면세점은 현행 특허수수료율이 유지된다. 결국 1.0% 수준의 특허수수료율을 적용받는 곳은 대기업 면세점이다.
지난해 롯데면세점은 5조 459억 원, 신라면세점은 3635억 원, 신세계면세점은 2019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또 면세업계의 특허수수료 총액은 대략 43억 9565억 원이었다. 관세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되면 특허수수료가 대폭 상승한다. 한국면세점협회는 “시행규칙 개정안을 적용해 따져보면 2017년 특허수수료는 553억 234만 원가량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면세업계에서는 ‘죽겠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업황이 나쁜데 특허수수료가 큰 폭으로 증가해 걱정”이라며 “수수료가 단계적으로 인상되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20배 가까이 오르니 부담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면세업계는 중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겨 매출에 큰 타격을 받았다고 하소연한다.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지금까지 면세점 매출이 20~30% 하락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매출이 30% 떨어졌으며 회복도 더디다”고 말했다.
면세업계가 중국 관광객 감소로 업황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지난 3월 16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서 폐업한 한 건강식품 전문 면세점의 주차장이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면세업계는 특허보세구역(세관장의 특허를 받아 설치·운영하는 보세구역) 중 면세점만 많은 특허수수료를 내는 것에 불만을 표시한다. 한국면세점협회 관계자는 “특허수수료를 면세점만 차별화하는 것은 잘못된 것 아닌가”라며 “면세 수익을 사회 환원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업계의 상황을 고려해 줬으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관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업계의 이야기를 많이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서운함을 갖고 있다. 앞의 한국면세점협회 관계자는 “기획재정부 쪽에 면세업계의 이야기를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면세점업계의 볼멘소리와 달리 실제 특허수수료가 큰 폭으로 증가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관세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특허수수료율 산정 시 매출 구간을 전체점포가 아닌 ‘개별점포’당 매긴다. 예컨대 연매출 5조 원 이상인 롯데면세점의 경우를 보면, 특허수수료로 롯데면세점 전체 연매출의 1%인 500억 원을 내는 것이 아니라 소공동지점, 월드타워점, 인천공항점 등 각각 점포마다 특허수수료를 따로 매기는 것이다.
기획재정부(기재부) 관계자는 “중소·중견기업에는 특허수수료 인상이 없고, 대기업도 점포당 수수료를 매기기 때문에 수수료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곳은 일부 대기업 점포에 불과하다”며 “수수료 인상은 사회 환원 측면”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이렇게 걷은 수익 중 일부를 관광문화 부문에 환원시키고 중소·중견기업의 국내 설비 투자 등 부문에 활용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기재부는 또 특허수수료율 인상 문제와 관련해 국회 의견을 비롯해 여러 목소리를 반영했다고 주장한다.
일부에서는 면세점업계 경쟁이 심화되리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앞다퉈 사업에 뛰어들었던 유통 대기업들이 불황을 맞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는 비난도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 2015년 7월과 지난해 12월 관세청이 서울시내 신규면세점 사업자를 선정할 당시 유통 대기업들이 한편으로는 출혈경쟁을 우려하면서도 사업자로 선정되기 위해 치열한 수싸움을 벌인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면세사업은 오랜 연구개발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진입장벽도 낮다”며 “그간 특허수수료가 너무 낮았다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탓에 이제 와서 업황부진 등을 이유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
“지분 말고 돈 줘”…호텔신라, 동화면세점 대주주 상대 소송 호텔신라와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이 동화면세점 지분을 두고 갈등을 겪고 있다. 호텔신라가 지난 4월 김기병 회장을 상대로 주식매매대금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을 계기로 호텔신라와 김 회장 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김 회장은 동화면세점 대주주이기도 하다. 용산개발 사업을 하다 유동성 위기에 2013년 5월 김 회장은 호텔신라에서 600억 원을 빌리며 동화면세점 지분 19.9%를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는 3년이 지난 시점부터 호텔신라가 풋옵션(주식을 매도할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할 수 있는 것도 포함됐다. 문제는 계약기간이 만료된 2016년에 불거졌다. 호텔신라는 풋옵션을 행사하기 위해 김 회장에게 투자원금 600억 원에 이자를 더해 동화면세점 지분을 되사가기를 요청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자금 여력이 부족해 담보로 잡았던 동화면세점 지분 30.2%로 채무를 변제하겠다고 주장했다. 호텔신라는 김기병 회장 개인과 금전거래에 초점을 맞춰 법적 공방에 나서고 있다. 비록 동화면세점 상황이 악화됐지만 김 회장 개인자산이 있기 때문에 채무변제 여력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호텔신라 측은 “상식적으로 현금을 빌리면 현금으로 상환해야 하는 것이며 더욱이 김 회장은 개인자산이 있어 채무변제가 가능한 상황”이라며 “어디까지나 호텔신라와 김 회장 개인의 거래기 때문에 기업 간 문제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현재 호텔신라는 김 회장이 소유한 롯데관광개발 주식 일부에 대해 법원에 가압류를 신청, 인용을 받았으며 나머지 지분에 대해서도 가압류를 신청한 상태다. 김 회장은 롯데관광개발 지분 43.5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