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A재단, 지체장애인 노동력 착취 및 재산 가로채’ 국가인권위 진정 등 13일 현장조사 예정
경기도-양평군 피해 알고도 이사진 변경만 ‘속전속결?’에 갸우뚱
경기도 양평군 A 재단에서 생활했던 장애인의 ‘인권유린’ 폭로 모습
[일요신문] 경기도 양평군에 위치한 한 장애인 재활시설에서 지적장애인들에게 노동 착취도 모자라 이들의 수당 등 재산까지 가로챈 의혹이 제기돼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같은 피해 사실을 관할부처인 경기도와 양평군에 알렸지만, 그들에게 돌아오는 건 협박과 회유뿐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거셀 전망이다. 급기야 시설 운영권을 둘러싸고 전현직공무원들의 유착 개입 의혹으로까지 번진 상태다. 경기도와 양평군에서 장애인 우수 시설로 유명한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장애인 재활 복지 시설인 A재단은 현재 107명의 지체장애인 등 중증장애인들과 70여명의 사회복지사들이 생활하는 곳이다. 2000년 9월 설립되어 3개의 장애인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A 재단은 설립자이자 대표이사인 B 씨와 그의 부인 C 씨가 운영하다 2014년 8월 사기와 횡령 등 각종 위법을 저질러 각각 징역 14개월과 12개월에 집행유예 2년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B 씨와 C 씨가 조사를 받던 시기에 A 재단의 이사 중 D씨를 후임 대표이사로 선임하여 최근까지 운영해왔다.
A 재단 관계자 등에 따르면 D 씨가 운영한 뒤 A 재단은 경기도와 양평군 내에서도 우수한 시설로 성장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A 재단에 또다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복역 중이던 B 씨가 지난해 10월경 출소한 뒤 재단을 자신의 소유물처럼 행세를 하면서 재단의 각종 사업 등 운영전반에 관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문제의 발단은 D 씨가 B 씨를 안타깝게 생각해 B 씨의 아들딸 등을 재단 요직에 활동한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의 지적대로 B 씨는 그의 자식들을 통하여 이사장과 이사들에게 부당한 요구를 이어가고 급기야 자신들의 입맛대로 재단을 운영하기 위해 이사들의 사퇴 압력 등 이사진 운영권에 깊게 관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최근까지 몇몇 이사들은 사임을 표명하는 등 사실상 B 씨가 재단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재단에 속한 장애인들에 대한 노동착취와 각종 수당 착복 등 불법이 자행되어 온 정황과 의혹이 속속히 드러나고 있다. 이에 재단의 일부 원장과 교사들은 정상적인 재단 운영을 호소하는 시위를 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일부 재단 관계자는 재단의 협박과 회유를 피해 양평군과 경기도, 언론 등과 접촉하며, 사태해결을 위한 관계부처의 감사 등을 요구했지만, 현재까지 별 진전이 없는 상태다. 오히려 이를 알게 된 재단은 사태 파악에 나선 이들에게 증언을 하거나 자료를 제공한 장애인 등에게 종교생활 단절 및 재활 업무 제외로 생활비 경감 등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지체장애인 여성 “죽은 남편 재산까지 빼앗아갔어요”
일부 장애인들은 결국 눈물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2급과 3급 지체장애인 모녀의 경우, 생활고 등으로 자살한 남편을 뒤로 하고 A 재단 시설에 들어왔다. 종교시설을 함께 운영하는 재단에서 신앙과 재활 의지를 다졌지만, 결국 자신들의 수당을 재단에서 착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자, 눈물을 참지 못했다. 더구나, 숨진 남편에게서 물려받은 재산마저 C 씨 등 재단 관계자가 입소비 명목으로 빼돌렸다며 분노했다. 하지만, 이들은 눈물 외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으며, 시설을 떠날 수 도 없는 현실이 더 비참하다고 어렵게 털어놓았다.
B 씨는 기독교 목사 신분으로 교회를 운영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모녀는 재단 내에 있는 이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지 못해 일부 교사들의 차량으로 외부 교회를 다니고 있는 상태다.
또 시설에 있던 한 장애인은 B 씨 등이 자신을 강제로 일을 시키는 등 부려먹은 사실을 털어놓았다. 이 장애인은 지난해 경기도 우수 재활 장애인으로 선정돼 지자체 지원으로 시설을 떠나 현재는 결혼과 동시에 사회 안착 중이다. B 씨 등이 자신에게 결혼 등을 조건으로 수차례 시설 및 B 씨의 사저로 불러 각종 노동을 시켰으며, 비용을 받은 것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재단은 정부와 지자체에서 지원되는 시설 입소 장애인들의 최소한의 기초생활 보장비인 장애수당과 생계비, 재단 후원금 등을 횡령한 의혹이 제기됐다. 그 금액만 수억 원대로, 추가적인 횡령 금액이 제보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까지 민형사상 등 고소고발 건수만 15건이 넘는다. 장애인 복지는커녕 장애인과 관계자들이 금전적, 정신적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노동 착취와 수당 착복 등은 명백한 장애인 인권유린 행위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자행되고 있을까. 우수시설로 인정받아 지원까지 원할한데도 말이다.
재단을 바라보는 지역 관계자들은 단순한 재단 운영 관계자들의 문제가 아닌 관계 기관 등 공무원 등의 재단 연관설을 의심한다. 횡령 등 수감생활을 한 설립자와 그 일가와 관계자들이 정상적인 운영을 하려는 현 법인 이사진과 교사 등 종사자들을 몰아내려 하는데 양평군 등의 인사를 내세웠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과거부터 제기된 비리 의혹을 은폐하고 인권유린 행태를 통한 재단 돈벌이 행태를 지속하기 위해선 현 이사진이 걸림돌일 수밖에 없는 만큼 이사진 변경을 위해선 경기도와 양평군의 승인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올해 초 이사회 강행으로 기존 이사장의 사직서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이 제기됐다. 기존 이사장이 정상적인 재단운영을 위해 일부 이사들과 후임이사 선출에 방해되지 않도록 사직서를 작성해 간사인 B씨의 아들에게 맡겼다. 당시 인감증명서는 추후 정식 사직의사시 제출하기 위해 첨부하지 않았다. 적법한 절차로 이사회가 열려 후임 이사장 등이 열릴 수 있도록 편의와 감시를 위해서였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B 씨의 아들은 사직서를 가지고 ‘이사사임보고 및 임시이사 파견요청’ 공문과 함께 양평군에 제출한 후 3일간 휴가를 떠난다는 문자를 남기고 연락이 두절됐다.
이를 안 기존 이사장이 양평군 담당자에게 직접 전화해 이같은 사실을 알려 문제가 있음을 주의시켰지만, 받아드려지지 않았고 사직서와 공문 반환을 직접 찾아가 요청했지만, 이또한 거부당했다. 이에 기존 이사장은 B 씨의 아들을 사문서 위조 등의 위법행위로 직무정지시키고 형사고소 중에 있음을 양평군에 추가 통지했다.
반면 양평군은 경기도의 협조를 받아 임시이사 선임절차를 진행해 신청, 한달 만에 3명의 임시이사를 선임했다. 이어 재단은 이를 기반으로 후임이사 선임을 위한 임시이사회를 지난 3월 소집하려했다가 기존 이사장의 만류로 보류됐다.
하지만 불과 보름 뒤에 이사 선임 후 10여 일 뒤 이사장이 곧바로 선출됐다. 새로 부임한 이사장은 B 씨의 최측근으로 공무원 출신이자 경기도청과 양평군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이사진 변경 절차는 사회복지사업법과 재단 정관 등을 위배할 뿐만 아니라 현재 위법 논란으로 수원지법에 재판이 진행 중이다.
양평군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는 또 있다.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르면 인권침해사례가 발생하면 지자체 인권조사 전담팀(군 주민복지과), 경찰청, 국가인권위원회에 즉시 보고 또는 진정・고발 조치해야 한다.
A 재단 등의 피해사례를 보고 받은 양평군은 인권침해 사례 제보에 따른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조치한 후 즉시 경기도 인권조사 전담팀에게 통보하여 추가 조치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양평군은 피해사례보고 후 한 달 넘게 경기도 보고 등 별다른 조치를 하고 있지 않다고 재단 관계자들은 주장한다.
오히려, 재단 관계자들이 나서 지난달 15일과 16일 장애인거주시설 인권지킴이지원센터와 국가인권위원회에 직접 피해사례를 진정했다. 지난 4월말엔 경기도의회 의장에게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오는 13일엔 국가인권위에서 현장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재단 관계자는 “양평군과 경기도는 현재까지 불거진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한 관리 감독은 대신 비리를 폭로한 재단 산하시설 등에 대해 불시 점검을 하는 등 ‘표적 감사’를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평군에 연락을 취했지만 행사일정 등으로 따로 연락하겠다며, 메모만 받았을 뿐이다.
한 장애인 인권단체 관계자는 “사회복지재단이 우리사회 복지사각지대 해소 명목하에 국고지원 등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국고지원으로 운영되는 만큼 지자체 등 공무원들의 묵인 또는 유착으로 이뤄지는 은밀한 운영 비리에 대한 정황이나 제보가 있다면, 철저한 감사를 통해 밝혀내야만 진정한 국가 장애인 복지를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A 재단 처럼 사회복지재단을 설립자의 사유재산으로 인식하는 현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위주의 생활공간 등에서 회유, 협박 등에 시달리는 행태를 근절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개선되지 않는 한 제2의 도가니사건은 현재도 미래도 진행형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6월 2일부터 지방자치단체와 복지기관간 복지대상자 및 복지자원 정보 공유 등을 통해 복지사각지대 해소와 맞춤형 사례 관리에 나선다. 정부가 지역사회의 복지협력체계 강화에 나선다는 방침인데 이미 시행되고 있는 사회복지재단 등에 대한 상대적인 소외로 이어질까 우려된다. 정부 돈은 눈먼 돈으로 인식되는 것을 막기 위한 객관적인 복지시설 실태조사와 감사 및 보조금 관련 전수조사 등이 선과제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