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하고 있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군내 사조직 감사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전해진다. 위원회 소속 한 인사는 “군을 좌지우지하는 사조직이 존재한다는 것만 밝혀내도 충격적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또 청와대 안보실과 민정수석실이 사드 보고 누락 경위에 대한 조사에 나선 만큼 사조직 여부에 대한 실체도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향후 문재인 정부의 군 인사 개혁과 맞물려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때 화제를 모았던 ‘알자회’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당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군대 사조직) 알자회가 살아나고 있는데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안봉근 전 비서관이 (알자회를) 봐주고 있다는 소리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알자회가 세간에 알려졌다. 이에 국방부는 “알자회는 1992년 이미 해체됐다. 군내 파벌이나 비선에 의한 인사 개입은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알자회는 육사 34기부터 43기까지 기수별로 10여 명이 가입한 군 내 사조직으로 알려졌다. ‘알고 지내자’라는 뜻으로 만들어진 이름이지만 군 안팎에서는 알짜 보직을 독차지해 ‘알짜회’라는 별칭으로도 공공연히 불린다고 한다.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하나회 척결 당시에도 문제가 돼 그 이후 사실상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런데 알자회가 부활해 군대 인사 등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일각에서는 알자회와 함께 군대 내 독일 유학파 출신 모임인 ‘독사파’도 핵심 사조직으로 거론된다.
육군사관학교 출신의 한 장교는 “선배들이 (알자회나 독사파 같은) 그런 사교 모임을 만들었다는 얘기는 들었다. 그들이 군대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인사 때 어떤 사조직 출신이 끌어주고 했다더라 같은 소문은 끊이지 않았다”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군 당국 인사는 “지금 보도되는 것처럼 사조직이 군 요직을 독차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있지는 않다. 불가능한 얘기”라면서도 “다만, 군 내부에서 특정 라인들이 지나치게 잘나가거나 특혜를 받아 불만이 쌓인 것은 맞다. 이들이 지금 문제가 된 사조직 소속인 것 같다. 사조직도 그렇지만 일부 정치 군인이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인 홍익표 의원은 6월 1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알자회라는 육사 34기부터 43기까지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군내 핵심 보직을 자기들끼리 돌리며 이러한 일(사드 보고 누락)을 처리했다. 감찰을 통해 엄격히 처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홍 의원은 “김영삼정부 때 알자회가 해체된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부활한 것 같다. 매우 경악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홍 의원은 다음 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도 “하나회는 주로 고위 장성급 내지는 정치인 출신이 다 된 분들이었기 때문에 그분들은 예편하거나 또는 사법처리가 됐었다. 반면에 알자회 같은 경우는 초급 위관 또는 영관급 장교였기 때문에 진급에서 다소 불이익을 받거나 일부는 예편한 그런 경우가 돼서 당시 사조직이 다 해체됐다 이렇게 얘기가 됐는데 사실은 이게 다시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살아난 것이 아닌가 이런 지금 문제제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김관진 전 안보실장을 정조준하기도 했다. 그는 “김관진 인맥과 알자회를 중심으로 몇몇 사조직이 결탁돼 군 내 여러 사안들이 좌지우지된 것 아니냐”라면서 “김관진 전 실장이 독점적으로 일처리를 해 왔다. 실제로 보고 누락을 김 전 실장이 직접 지시했는지 안 했는지 모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걸 주도했던 사람들은 대개 김 전 실장과 연관이 있는 분들, 핵심에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있는 게 아니라 김 전 실장이 있다”고 주장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