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에도 과거 정권교체기마다 검찰개혁에 실패한 전례에 비춰볼때 검찰개혁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돈 봉투 만찬 사건’ 이후 문 대통령은 윤석렬(57·연수원 23기) 대전고검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 임명했고, 검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민정수석. 문 대통령의 ‘검찰을 생각한다’ 전국 순회 북콘서트에서 사회를 맡았던 조 민정수석은 검찰개혁을 주장하며 어금니를 꽉 깨무는 문 대통령의 표정을 봤다고 전해진다. 연합뉴스.
그간 문 대통령과 조 수석이 드러낸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문 대통령과 조 수석은 검찰개혁에 대한 소신을 공유하는 사이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전국 순회 북콘서트 사회를 맡았던 조 수석은 검찰개혁을 주장하며 어금니를 꽉 깨무는 문 대통령의 표정을 인상깊게 생각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1년 11월 김인회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공동 저자로 ‘검찰을 생각한다’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에서 문 대통령은 검찰이 그동안 어떻게 국민 위에 군림해 왔는지 정리하고, 검찰개혁에 관여했던 관련자 인터뷰를 통해 검찰개혁 시도 사례를 실었다.
더불어 검찰개혁의 주요 과제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 권한의 분산 등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책을 통해 “참여정부가 미흡했던 점은 검찰개혁에서 정치적 중립을 넘어서서 더 많은 개혁 과제를 완수하지 못한 것이다. 공수처, 검·경 수사권 조정, 법무부의 문민화, 과거사 정리 등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2012년 18대 대선후보 시절부터 “고위 공직자들의 권력형 비리 사건을 눈치 보지 않고 수사하도록 해 부정부패를 뿌리 뽑는 동시에 검사의 비리에 대해서도 수사와 기소를 하도록 하겠다”며 공수처 설치를 비롯한 검찰 개혁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2011년 6월 펴낸 ‘운명’에서도 문 대통령의 검찰 개혁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의 아쉬움으로 검찰 개혁을 꼽으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 보장에 치중한 나머지 검찰 권력을 분산·견제하는 데 소홀했던 개혁 방향에 대한 후회를 드러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책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수사 전후를 다루며 검찰 조사 당시 느꼈던 소회를 전하기도 했다.
“이인규 중수부장이 대통령을 맞이하고 차를 한잔 내놓았다. 그는 대단히 건방졌다. 말투는 공손했지만 태도엔 오만함과 거만함이 가득 묻어 있었다” “중수 1과장이 조사를 시작했다. 대통령은 차분하게 최선을 다해 꼬박꼬박 답변을 했다. 대통령의 절제력이 놀라웠다. 검찰의 조사를 지켜보면서 검찰이 아무 증거가 없다는 걸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
조국 수석 또한 여러 저서를 통해 검찰개혁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조 수석은 2011년 칼럼을 묶어 낸 비평집 ‘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에서 “공수처 신설과 및 검찰의 수사권 분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 화가 헤라르트 다비트의 1489년작 ‘캄비세스 왕의 재판’
그는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검찰 개혁을 추진하던 정부와 대립하던 검찰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집권 세력과 호흡을 맞추기 위해 표적 수사와 하명 수사를 전개하고 무리한 기소를 일삼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스스로 정치적 사망 선고를 내린 노 대통령에게 ‘항장불살’의 기본적 예의를 지켜주기는커녕 ‘조리돌림’식의 수사를 진행하고 조직 내 ‘빨대’를 통해 피의 사실을 유포하여, 결국 전직 대통령으로 하여금 극단의 선택을 하도록 몰고 갔다”고 서술했다.
또한 “검찰 비리 소식을 들을 때마다 필자는 헤라르트 다비트의 유명한 1498년 작품 ‘캄비세스의 재판’을 떠올린다. 페르시아 제국의 왕 캄비세스 2세가 뇌물을 받은 판관 시암네스에게 산 채로 껍질을 벗기는 형벌을 내리고, 그의 인피로 의자를 싸게 한 후 시암네스의 아들을 후임자로 임명해 자기 아버지의 인피로 싸인 의자에 앉아 업무를 보게 한 역사적 사실을 그린 그림이다”라며 “대명천지에 검사의 가죽을 벗길 수는 없다. 그러나 인피를 벗기는 형벌에 준하는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하게 주장하기도 했다.
사진출처 = 조국 민정수석 트위터.
이후 민정수석직을 수락한 조 수석은 개인 SNS를 통해 “고심 끝에 민정수석직을 수락했습니다. 능력 부족이지만 최대한 해보겠습니다. 여기저기서 두들겨 맞겠지만 맞으며 가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팔짱을 낀 채로 소환조사를 받고 있는 사진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연합뉴스.
홍만표 전 검사가 노 전 대통령 소환조사 당시 창밖을 보며 웃고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은 국민적 열망이라는 힘을 등에 업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이 기대되는 이유다. 문 대통령 직권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문 대통령이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개혁과제로 검찰개혁(24%)이 가장 높은 응답률을 얻었다.
이는 국정농단 사태 이후 드러난 검찰의 민낯을 대다수 국민이 목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소환조사에서 후배 검사들 앞에서 팔짱을 낀 채 미소 짓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모습은 국민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우 전 수석의 모습은 앞서 지난 2008년 노 전 대통령의 소환조사 당시 노 전 대통령을 구경하듯 쳐다보며 웃었던 홍만표·이인규 전 검사의 미소와 오버랩되며 회자되기도 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